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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해균 선장이 일깨운 '중증외상대응시스템'
[ 2011년 01월 31일 00시 52분 ]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김길원 기자 = 삼호주얼리호 석해균(58) 선장이 한국에 온 후에도 대수술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총상 등의 사고에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외상 전문 의료진과 중증 외상 대응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석 선장의 경우 당초 국가 중앙병원 역할을 하는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을 파견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이 병원에 총상 등의 외상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료진이 없어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주장이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 병력을 두고 있는 미군의 경우 부상자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하지만 이 병원에 환자를 오래 두지는 않는다.
그나마 초기 1차수술에서는 주요 장기에 대한 출혈을 막는 응급수술(damage control surgery)만 시행할 뿐 이후에는 에어앰뷸런스(air ambulance)를 통해 자국으로 호송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는 1만t 이상 규모의 대형 병원선을 주위 바다에 배치했다가 부상당한 미군 장병의 신속한 치료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이 국내에는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중증외상 환자들에 대응하기 위한 응급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의료기관이 의료진을 상시적으로 배치해놓고 즉시 수술에 들어가도록 준비태세를 갖춰야 하는 등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적 지원을 통해 중증외상환자 진료에 대한 수가를 달리 책정해야 하지만 수년째 예산 논의만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특별법에 의해 운영되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이번 해적선 소탕 작전 이후 정부로부터 총상에 의한 외상 전문가 파견을 요청받았지만 경험있는 의료진이 없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국가 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에 파견되는 이국종 교수는 국내에서 즉각적인 판단에 의한 개복수술로 총상 부위를 추적, 해부학적 치료를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전문의로 꼽힌다.
허영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중증외상 대응체계는 비용대비 편익이나 예산으로 따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응급의료 체계이고 이런 전문의가 활동할 무대도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설립 목적에 비춰 볼 때 석 선장과 같은 부상환자는 당연히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의료진과 시스템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석 선장 사례를 계기로 삼아 중증 외상에 대한 신속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석 선장의 주치의인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이번에 의료진 파견 결정 이후 24시간 이내에 출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그나마 조직이 조금이라도 있는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려면 하루빨리 민간항공기를 이용한 에어엠뷸런스와 `대한민국 해외 증증외상 신속 대응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총상 뿐 아니라 추락, 다발성 골절상,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중증외상 환자가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율은 32%로 선진국의 10%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해외에서 교전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12시간 이내에 외상외과 의료진이 민항기를 이용해 먼저 출동하고, 이들이 현지에 도착해 24시간 정도 체류하며 상황을 수습한 다음 적절한 시점에 본국의 에어엠뷸런스로 환자를 이송하자는 게 이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사건 발생 후 4~5일 이내에는 한국 내 거점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이 시스템은 이미 서구에서 2차대전 중에 시행된 만큼 우리도 국격을 높이는 차원에서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복지부가 김 윤 서울대 의대교수에 의뢰해 실시한 연구에서는 권역외상센터 설립안의 비용 대비 편익이 2.08로 매우 높게 나왔으나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차 용역연구에서는 0.3∼0.4로 극심한 편차를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내달말께 권역외상센터 설립안에 대한 최종적인 재분석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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