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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vs 해외 법의학자 자존심 건 '승부'
[ 2011년 07월 21일 21시 52분 ]
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일순간 과학자들의 토론장으로 변했다. 의사 남편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만삭부인 사망사건의 피고와 원고 측이 저마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설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박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 살해 용의자로 남편 백씨를 지목한 원고 측 증인들과 피고 측이 증인으로 선정한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법의학센터장인 마이클 스벤 폴라넬 박사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21일 오전 11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만삭부인 사망사건 3차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서울대학교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박재홍 법의관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피고인 측이 마이클 스벤 폴라넬 박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폴라넬 박사는 동티모르와 인도양 지역 쓰나미 현장 활동한 부검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번 공판은 국외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피고 측 변호인단의 결정이 미리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만큼 실제 증인으로 참석한 법의학자들 간 의견대립 또한 팽팽하게 이어져 이번 공판은 열 시간 넘게 이어져 밤 9시가 넘어 끝났다.

검찰 측 증인으로 공판에 참여한 국내 법의학자들은 일관되게 백씨의 부인 박씨가 목졸림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윤성 교수는 "국과수의 부검자료와 소견서는 목 부위 까짐과 피부 속 출혈 등은 박씨가 목졸림에 의해 사망했음을 뒷받침한다"면서 "박씨의 눈꺼풀에서 발견된 이혈반응과 목부위 출혈현상 등은 모두 액사했을 경우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신에서 만취나 약물 중독 등 이상자세에 의한 사망의 선행원인이 발견되지 않았고, 시반성 출혈이 현저하고 목 부위에 피부가 까지고 물집이 생기는 등 목이 졸린 흔적이 있다"고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박씨를 부검했던 박재홍 법의관도 "국과수 법의관 모두 박씨가 목졸림에 의해 사망했다는 소견에 이견이 없었다"면서 "박씨의 몸에 있던 상처는 다툼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 욕조에서 넘어졌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목 부위에 있던 피부까짐도 명백이 목 졸림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 증인으로 공판에 참석한 폴라넨 박사는 만삭인 상태로 욕실에서 숨진채 발견된 박씨가 살해된 것이 아니라 질식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동안 박씨가 질식사 한 것이란 주장해 온 피고인 측에 폴라넨 박사의 증언이 힘을 보탰다.

특히, 폴라넨 박사는 "내가 부검을 했다면 국과수와 다른 방법으로 했을 것"이라며 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이어 "박씨의 목 부위 피부까짐과 팔과 다리 등에 있던 멍은 목졸림에 의한 사망일 경우 고유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면서 "이상자세에 의해 질식사한 경우 부검의도 시신에 나타난 울혈과 출혈을 액사로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폴라넨 박사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이 시신을 통해 실험한 결과를 다룬 논문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과수가 박씨의 사망 원인이 목졸림에 의한 것이라 성급하게 판단했다고 암시했다.

이러한 폴라넨 박사의 주장에 힘입어 백씨의 변호인단 또한 박씨가 목졸림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이상자세에 의한 사망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백씨의 변호인단은 "평소 갑상선 관련 질환을 앓고 있던 박씨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박씨의 사망 추정시간이 정확하지 않고, 일반인이 55kg의 시신을 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실제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를 다룬 해외 논문 10여편을 근거 자료로 제시하며 백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한편, 다음 공판은 8월 11일 오후 2시 예정이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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