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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애초 세브란스병원 판독 잘못"
[ 2011년 07월 14일 20시 54분 ]
"뒤바뀐 조직검사 슬라이드로 벌어진 기나긴 소송이 비로소 종결된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 건강보험재정과 우리나라 정책 및 제도와 무관치 않은 일이라 마음이 무겁다."
14일 서울대병원 N 교수가 대법원 결정 소식을 듣고 전한 말이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전원된 환자의 조직검사 결과와 진단서를 믿고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로 손해배상소송 청구를 당한 외과의사다.
장장 6년여에 걸쳐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이 논란에서 결국 대법원으로부터 원심 파기 판결을 이끌어낸 서울대병원은 오랜 진통 끝에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고법 판결 뒤집은 대법 "의사 주의의무 법리 오해는 위법"
지난 2005년, 이 병원 N 교수는 환자 김모(45·여)씨에 대해 세브란스병원의 조직검사 결과지와 진단서를 신뢰, 간단한 촉진 등의 검사를 시행한 후 환자의 오른쪽 유방 절제수술을 시행했다.
그런데 유방절제술을 통해 떼어낸 오른쪽 유방의 종양조직에 대한 검사를 해보니 암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
이후 서울대병원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조직검사 슬라이드 및 파라핀 블록을 대출받아 암세포 검출 여부를 재확인했고 결국 세브란스병원 병리과 의료진이 다른 환자의 조직검체에 이 환자의 라벨을 부착한 것을 확인했다. 슬라이드가 바뀐 것이다.
그러자 환자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학교법인 연세대 및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2009년,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두 병원 모두에 의료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을 내리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서울대병원과 수술을 집도한 N 교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낸다"면서 "원심 판단에는 의료행위에 있어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사실상 이번 사건의 마침표를 찍었다.
"병리판독 다시 해도 조직검사 자체는 시행 안해"
어느 대학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조직검사를 시행해 암의 확정 진단을 했다고 하자. 그 환자가 다른 대학병원에 전원(轉院)하면서 前 병원에서의 조직검사 결과지를 제출했다면 새롭게 환자를 진찰하게 된 의사는 병리판독은 다시 시행해도 조직검사 자체를 다시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의료계의 견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은 진료기록 감정촉탁에서 "조직검사를 위해 채취된 조직이 불충분하거나 부적합한 경우에는 병리판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다시 조직검사를 시행하지만 한번의 조직검사로 암 진단을 할 수 있으면 조직검사를 반복해 시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조직검사와 암 확정 진단과정의 특수성에 대법원도 1심과 마찬가지로 주목한 것이다.
더욱이 대법원은 "병원 조직검사가 이 사건 수술 직전에 이뤄졌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암 확정 진단의 근거가 된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보관하고 있었으므로 필요할 경우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재판독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조직검체 자체 뒤바껴…재판독해도 똑같은 결정"
사실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가 뒤바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N 교수가 수술 직전 유방초음파 및 유방 MRI 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는 세브란스병원의 검사결과와 거의 일치했을 뿐만 아니라 판정 결과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없었다.
이를 감안하면 "N 교수로서는 새롭게 조직을 채취해 재검사를 실시하거나 세브란스병원에서 파라핀 블록을 대출받아 슬라이드를 또 다시 만들어 재검사까지 마친 후 유방절제술을 해야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여기에 세브란스병원의 병리과 의료진의 과실로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 자체가 뒤바꼈다는 점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외과 B 교수는 "만약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재판독하게 했다고 해도 여전히 '침윤성 유방암'으로 판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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