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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발효, 한국 의료기기 산업은?
[ 2011년 07월 06일 11시 00분 ]
한국과 유럽연합(EU)이 2010년 10월 서명한 자유무역협정이 지난 1일 발효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EU보다 열악한 산업 경쟁력을 지닌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을 잠식한 유럽산 고가장비에 더해 중저가 제품들마저 국내에 들어와 상품 다변화 전략을 취할 경우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일단, 정부기관들은 동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최대 단일시장인 EU와 FTA를 체결한 한국이 무역 전반에서 중국, 일본보다 최소 3년 이상 비교우위를 점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이 EU보다 떨어지는 산업 분야는 관세철폐에 따라 수입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산업 보호를 위한 각종 후속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EU FTA 발효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히는 의료기기 역시 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의료기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의료기기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와 그로인한 국내 산업 침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EU FTA 협정문에 따르면 EU는 5년 내에 의료기기 관련 관세를 모두 철폐하도록 돼 있다.
한국의 경우 현재 전기식 진단용기기, 의료용 엑스레이기기 등에 부과하고 있는 8%의 관세를 7년 후 완전 철폐하도록 해 EU보다는 유리한 철폐구간을 확보한 상태다.
EU보다 긴 철폐구간을 확보했다는 점이 위안거리이기는 하지만 산업계는 무역수지 적자 확대에 따른 국내 의료기기 산업기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KOTRA가 발행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의료기기 산업 경쟁력은 EU의 60~70% 수준.
특히 고가의료기기 시장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중저가 제품까지 수입이 확대된다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09년 의료기기 수출입 통계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기기 수출은 11억9000만 달러, 수출은 18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무역적자는 6억8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11억2천만 달러에 이르던 무역적자가 대(對) EU 수출 확대로 잠시 활기를 띄며 6억 달러까지 줄어들기는 했지만 관세철폐로 수입이 증가하면 적자 폭은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제조업체와 외국계업체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수입사들의 경우 외국산 의료기기를 선호하는 국내 의료시장의 특성에 더해 FTA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는 점을 활용해 품목 확대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한 외국계 업체 관계자는 “품목다변화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체들은 “이미 유럽 업체들은 EU의 지원을 받으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고 그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면서 “유럽 의료기기가 본격적인 국내시장 잠식에 나서면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EU는 오는 9월 한국에서 유럽 기업의 한국진출을 위한 EU-Gateway 프로그램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그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의료기기 산업을 선택한 상황이다.
또 다른 국내 업체 관계자는 “설사 관세철폐로 한국 제품이 유럽에 저렴한 비용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해도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on Trade)이라는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면서 “EU가 한국의 허가, 관리제도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 간 서로 다른 표준, 기술규정, 적합성 평가절차 등으로 인해 TBT가 나타나고 있어 한국이 선진국 수준의 기준ㆍ제도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수출활로가 막혀 파급력이 배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R&D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의료기기산업에 1천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유망 품목 개발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둬 인공고관절, 인공수정체 등 첨단의료기기 분야 25개 품목에 대한 기술개발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선진국 수준으로 품질관리체계와 허가제도를 개선하는 등 15건의 제도개선 과제를 선정해 2013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미 의료기기 등급별 GMP 관리방안 및 외국제조원 GMP 현지실사 제도화 등 의료기기 GMP 관련 제도를 정비했으며 현재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의료기기 허가ㆍ관리방안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신제품 개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의료기기로 허가받기 이전이라도 연구용 또는 시험용 제품의 제조ㆍ수입 및 전시회 출품을 허용해 의료기기 개발을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산업계는 “결론은 영세한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와 첨단 장비 개발을 어떤 식으로 조화롭게 육성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 실현이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의 필수 요소”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TV 광고를 보면 유럽 곳곳에 한국제품이 수출될 것이라고 하는데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은 명함 내밀기도 힘든 상황”이라면서 “유럽 시장 공략에 대한 세밀한 전략 부재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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