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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원제' 정작 국민 선택권이 없다?
[ 2011년 07월 06일 21시 25분 ]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가칭 선택의원제’의 실효성 논란이 뜨겁다. 복지부 최원영 차관은 작년 12월 브리핑을 통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개편’ 방안의 하나로 선택의원제를 제시했다. 이어 진수희 복지부 장관이 지난 3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제도 추진을 공식화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열린 '제4차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추진상황 및 향후 계획을 보고했다.
복지부는 주민 친화적인 동네의원을 활성화하고, 만성질환 등 의료서비스 제공 강화를 위해선 선택의원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 제도는 고혈압과 당뇨병, 관절염 등 만성질환자가 동네의원을 찾으면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경감해준다. 참여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관리와 성과 인센티브를 주도록 했다. 표면상으로는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그룹인 대한의사협회는 줄곧 제도 도입에 우려를 표명했다.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자권리가 제약되고, 동네의원 활성화라는 당초 목적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이 제도의 근본목적을 외면한 채 건강보험 재정절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복지부는 제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즉각 “선택의원제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선택의원제에 대한 선택 등록에 관해 전환된 입장을 보이면서 협상이 물꼬를 퉜다. 데일리메디가 그동안 의료계가 왜 반대했었는지를 조명했다.
●의료계 왜 선택의원제 반대하나 = 환자가 선택의원제를 통해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1~2곳 정도의 의료기관에 등록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환자 대상 인센티브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현행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료계는 이러한 방향성을 문제 삼는다. 특정 기간(외국의 경우 6개월 또는 1년)에 등록의료기관 이외의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본인부담 경감 혜택을 주지 않아 실효성이 적다는 것. “진료 선택범위 또한 제한돼 진료를 받을 기회가 축소된다”고 의료계는 주장한다.
의료서비스 수준 하락도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얼마든지 전문의로부터 진료받을 수 있는데 이런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의협은 “당뇨병 환자를 내과전문의 등이 아닌 타과 전문의가 단기교육을 통해 진료한다면, 그만큼 의료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비전문가 진료가 환자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타냈다. “정부가 대형병원으로의 진료 쏠림을 막겠다면서 정작 제도는 반대로 추진한다”고 의료계는 격분했다.
선택의원제가 결국 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우려도 많다. 의협은 현행 의료시스템에서 주치의제 도입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왔다. 총액계약제로의 정책 추진 가능성도 우려하는 부문이다. 건강보험 재정에 관한 확실한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었다.
의료공급자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의사 인력은 한해 3500명가량 배출되고 있으며 신규로 개원하는 의사들의 진입장벽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할 대책이 없음에도 선택의원제를 강행하면 신규 의사들의 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과목 간 불균형 문제도 예고된다. 의료기관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의협은 “현행 전문의 제도 개선 등 의사인력수급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환자와 의사 모두 실익이 없는 제도를 밀어붙이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협 ‘만성질환 건강관리제도’ 대안 제시 = 의협은 선택의원제 대안으로 ‘만성질환 건강관리제도’를 제안했다. 단기적으로 의원역점질환(약제비 본인부담금 인상 대상) 50개 중 일부를, 장기적으로는 모든 만성질환과 생활습관병 등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등록 의료기관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아 환자 선택권을 적극 반영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만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4년 평균이용 지속성’은 의원 86%, 병원 48%, 종합병원 70%, 상급종합병원 74%이다. 해당 의료기관의 이용지속성 비율은 의원이 94%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병원 49%, 종합병원 61%, 상급종합병원 68%였다. “의원에 대한 환자 충성도가 높은 만큼 만성질환 건강관리제도를 시행하면 건강보험 절감과 환자 건강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의협 측은 강조했다.
의협은 “환자의 의료기관 등록과 선택을 하지 않는 대신 의료공급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환자 대상 인센티브인 진찰료 본인부담률 경감을 통해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어 “복지부의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추진 계획 중 의뢰 및 회송체계,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의 과제를 우선 추진해 의료비 절감과 일차의료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 대응” 예고 의료계 = 의료계는 정부가 선택의원제를 강행한다면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수차례 회의를 통해 선택의원제 반대를 재확인했다. 지난 5월 21일에는 선택의원제가 주치의제도와 다를 바 없다며 정부와의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
의협은 이어 지난 5월 29일 선택의원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최종적으로 발표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의 가칭 선택의원제 추진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이라는 자료에서 “정부의 일차의료기관 활성화에 진정성과 신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택의원제에 대한 의료계 우려는 직능을 가리지 않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의료계 주요 행사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국시도의사회장단은 지난 2월 선택의원제를 공식 반대키로 의견을 모았다. 회장단은 “정부가 제시한 방안이 실체가 없어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 3월 전국에서 잇따라 열린 시도의사회 정기총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급기야 의협은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포함해 국민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민선택권 제한 철폐 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해 가동 중이다.
대한의사협회 한동석 공보이사 겸 대변인은 선택의원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동석 대변인은 “의협이 선택의원제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민의 관점에서 이 제도가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정부의 설명과 달리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이 제한되는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며 “진료선택 범위 제한으로 진료받을 기회 자체가 박탈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변인은 “포괄적이고 획일화된 진료에 초점을 맞출 경우 의료서비스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진료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져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의료계 관점에서도 신규 개원 회원의 진입 장벽이 공고해지고, 추가 재원 미확보 등으로 현행 건강보험재정의 적절한 조정이 이뤄질지 미지수”라며 “더욱이 특정 진료과로 환자가 몰려 의료기관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피하기 어렵게 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전문의 제도가 변화하는 만큼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한 대변인은 “결국 주치의제나 총액계약제로 가는 포석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과 의료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먼저 진정성과 신뢰성을 보여주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한 대변인은 “정부가 의료계를 동반자로 인식하고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는 것이 의료계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라며 “다시 강조하지만 정부는 의료계를 무시한 채 선택의원제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의료계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응할 것이지만 일방적인 제도 강행은 강력한 반발만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고 강력한 입장을 피력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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