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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만난 의사
[ 2011년 07월 08일 10시 20분 ]
[기고]기자에게 특파원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 온다. 호사스런 휴가가 아니라 관찰자로서 부임지, 관할 국가를 바라볼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나는 운 좋게 특파원으로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살았다. 에펠탑이 보이는 15구 골목에 살며 이름없는 카페에서 파리지앵의 낭만에 편승해 보기도 했다. 싱싱한 와인을 기울이며 이역만리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달래 보았다. 지국 사무실이 있던 샹제리제 거리, 각종 국제행사가 열리는 팔레 드 콩그레, 온 마이크의 배경으로 삼았던 콩코드 광장과 세느 강변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파리의 추억이야 보따리를 풀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프랑스에서 만났던 의사와 병원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프랑스에서 의사라는 직업에 큰 특권은 없어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던 의사 부부의 집은 몽마르뜨에 위치해 있었다. 몽마르뜨는 관광지로 이름났지만 실상 파리에서 집값이 싼 동네다. 서민들이 사는 언덕빼기 달랑 방 세칸 뿐인 집에서 여섯 가족이 살고 있었다. 부부는 국공립 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페이 닥터였지만 네 자녀를 건사하기에는 살림이 빠듯해 보였다.

반면 개업의들은 꽤 수입을 올리는 곳이 많다. 내가 고질적인 충치 때문에 자주 찾았던 16구 치과는 늘 환자로 붐볐다. 파란 눈의 할머니 의사 마담 게셍은 상냥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태도로 환자를 다뤘고 신뢰를 주었다. 높은 물가 만큼이나 치료비도 비싸서 아주 작은 충치 하나 떼우고 우리 돈 120만원을 냈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사회주의적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이 줄줄 새고 있었다. 국민들은 우리의 의료보험 카드에 해당하는 ‘카르트 비탈’을 발급받아 병원을 찾는다.

이 카르트 비탈로 전체 의료비의 30%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 70%는 뮤추엘 보험(일종의 개인 보험)을 개별적으로 가입해 충당한다. 보험료를 많이 내면 그만큼 의료비를 많이 지원받을 수 있다.

환자가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돈을 낸 뒤 보험사에 청구하면 환급을 받는 방식이다. 의료 행위별 한도도 정해져 있다. 이를테면 근시, 난시 판정을 받아 안경을 맞추라는 진단을 받으면 진료비와 안경테, 렌즈 구입비를 납부한 보험료에 따라 일정 액수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다 보니 환자와 의사가 합의만 하면 얼마든지 의료비를 부풀릴 수 있다. 어차피 가입한 보험 한도까지 맥시멈으로 의료비를 쓸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앞서 안과의 예를 들었지만 매년 안경, 렌즈 구입비 한도가 주어지다 보니 해마다 안과 처방을 받아 안경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태양광에 약한 눈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선그라스를 매년 보험으로 맞출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사보험을 드는 주재원, 외교관들도 이런 제도를 십분 활용한다.

어차피 비싼 보험료 내고 가입했는데 다 받아내고 보자는 주의다. 마음 좋은 의사, 안경점 주인을 만나면 온 가족 진단서를 발급받아 선글라스 몇 개를 구입할 수도 있다. 개인이 보험료를 내야 하는 뮤추엘 보험에 가입하기 힘든 극빈자들은 어떨까? 사회주의적 국가답게 안전망을 갖춰 놓았다. 우리의 보건소와 같은 공공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진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료서비스의 질은 형편없다는 것이 경험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파리에는 세 명의 한국 의사들이 있다. 치과를 하는 A원장과 일반 내과를 하는 B원장, 한의사도 한명이 있다. A원장은 한국에서 공대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명문 몽펠리아 의대를 졸업하고 개업했다. B원장은 이민 교포의 2세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그 분들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교민들을 상대로, 또 프랑스인들을 상대로 의술을 펼치고 있다.

내가 볼 때 우리나라 병·의원 정도 서비스만 갖춘다면 프랑스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교민 뿐만 아니라 프랑스인 단골 환자들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세금이 많은 게 흠이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만큼 의사들은 큰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내가 의사라면 프랑스 의사 자격을 취득해 부자들 많이 사는 파리 16구 빅토르 위고 거리에 개업하는 것도 한번 쯤 고려할 것 같다. 낭만적인 파리에서 존경하는 독퇴르(닥터)로 산다는 것, 멋지지 아니한가?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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