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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골반통 치료는 환자 상담이 첫 걸음"
[ 2011년 07월 06일 02시 34분 ]
“신체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서 치료도 되지 않는 통증이 행동 및 정서변화와 연관돼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심리적 요인에 대한 검사를 포함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교과서에도 없는 질환 만성골반통. 외국의 경우 전체 여성의 3.8%가 이 병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에도 산부인과 외래환자의 최대 20%가 만성골반통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많은 여성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생소한 이 병의 연구에 매달린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허주엽 교수는 만성골반통 치료를 위해 환자마다 1시간 이상 문진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허 교수가 이렇게 환자들과의 상담을 중시하는 이유는 자신이 통증으로 인해 학창시절을 고통스럽게 보냈던 기억 때문이다.
그는 학창시절 극심한 비염으로 학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고통을 경험했다. 당시 진단명은 축농증, 비후성 비염, 비중격 만곡증, 신경쇠약 등 다양했다. 축농증 수술 등 다양한 치료를 받았지만 군의관 시절 찾아낸 원인은 알레르기 비염이었다.
생활패턴만 정확히 파악했어도 쉽게 치료할 수 있었던 질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해 합병증 치료에만 매달렸던 것이다.
만성골반통 역시 내과적, 부인과적, 비뇨기과적 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보이고 있고, 가정불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정신적 장애도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게 허주엽 교수의 견해다.
허 교수는 “만성골반통이 여성에게 주는 고통은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면서 “그러나 치료 및 진단에 대한 표준 지침이 없어 통증 감소는커녕 불필요한 자궁적출술 등으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미개척지나 다름없던 만성골반통 연구에 매달린 허 원장은 연구 초기 있지도 않은 병은 만들어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1996년 시작한 연구를 바탕으로 치료성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정식 학회를 출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의료진의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환자 문진을 기본으로 초음파, MRI, 혈관CT, 혈관조영술, 골반경 검사를 시행하고 이에 더해 정신과적인 검사까지 추가하는 등 나름대로의 표준 지침도 만들어지는 중이다.
허주엽 교수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3일 첫 학술대회 및 연수강좌를 개최한 대한만성골반통학회의 초대회장으로 취임해 그간의 연구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그는 “이제 남은 것은 주관적 개념의 통증을 객관적 지표로 뽑아내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확립하는 것”이라면서 “이번에 첫 발을 내딛은 학회의 최대 목표도 내과, 외과, 정신과, 비뇨기과, 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의 다양한 견해들을 한데 모으는 것에 있다”고 학회 출범 의의를 설명했다.
허주엽 원장은 마지막으로 “이제 정년까지 얼마 남지 않아 그간의 연구를 잘 정리해 후학들이 보다 깊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면서 “여건이 허락하면 기금을 마련해 만성골반통 분야 연구에서 한국이 세계 주도권을 잡는데 힘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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