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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이 실력없고 부족한게 문제 아냐"
[ 2011년 07월 04일 13시 00분 ]
[특별기고]
군의관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면 거의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을 기억할 것이다. “나는 부대 지휘관으로서 작전, 군수, 인사, 통신참모 다 없어도 부대를 운영할 수 있는데 의무가 없으면 안돼.” 얼핏 들으면 군의관에게 병사들 의료 문제에 대해 절대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듯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을 그렇게 알아들었다가는 낭패를 본다. 이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군의관은 항상 내 곁에서 꼼짝하지 말 것이며, 병사들 진료 행위는 전부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라”는 뜻이다. 군의관을 365일 24시간 붙들어 놓고 싶어 하는 것이 지휘관들 마음이다. 가장 저급한 지휘관은 군의관을 마치 자기 개인 비서로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군의관들은 병사들의 진료 및 치료행위에 있어서 상당부분 자율성의 제한을 받고 있다. “군에 근무하는 의사”가 군의관이다. 다시 말해 의사로서의 절대적인 전문성을 인정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군에는 계급으로 군의관을 통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물론 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의사는 근본적으로 통제받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하물며 환자 진료 행위를 간섭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군의관과 일반 장교 또는 지휘관 사이에 충돌이 발생 되는 것이다.
지휘관이 왜 자기 부대 내의 환자를 숨기려하는가? 지휘관들은 필요 이상으로 군의관에게 병사들을 돌보라고 독촉한다. 그런데 막상 환자가 발생돼 상급부대로 입실 또는 후송을 보내야 할 일이 생기면 아주 망설이는 것이 지휘관들 속성이다.왜냐하면 군 인사고과에서 환자가 발생 된 것을 마치 안전사고가 발생된 듯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군에서 환자가 발생 됐는데 즉각적인 처치가 이루어졌는가? 아닌가? 논란이 많은데,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위에서 지적한 이유 때문에 군의관의 즉각적인 건의가 묵살되기 일쑤다.
“지휘관이 관심을 갖고 병사들을 살피다보니 어느 부대에서는 환자를 이만큼 많이 찾아내서 사전에 어떤 조치를 했고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등의 이러한 내용이 인사고과에 반영돼야 한다.
“환자가 많은 부대 또는 후송이 많은 부대는 문제 많은 부대”라는 인식이 있는 한 군대 내 병사들 진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후송 병원에서 “입원 환자 중에 어느 사단 병력이 몇 명이고, 외래 진료 환자 중엔 어느 부대 병력이 몇 명”이라는 쓸데없는 통계를 내고 있는 한 치료 받아야 할 병사들은 자꾸 숨겨지게 되어 있다.
본인은 1980년 초반 군의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지금과 그때를 비교한다면 격세지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소득 수준에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다. 본인은 xx특공여단 의무대장을 했다.
당시에는 일주일씩 낮과 밤을 바꾸어가며 근무하는 훈련이 유행처럼 행해졌다. 그러다 보니 모든 훈련도 야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한 번은 군사령부 명령에 의해 여단 전체가 야간 기동훈련을 하는데 3일차 한 대대에서 고열을 보이는 환자들이 집단으로 발생했다.
본인은 의무대장으로서 전체 여단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여단장께 보고했다. 여단장은 그 자리에서 즉시 군사령관께 보고하고 훈련의 즉각 중지를 허락받았다. 고열 환자들의 발생도 일주일 쯤 뒤에는 수그러들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나는 그 장군님을 무척 존경하게 되었고 그분을 알게 된지 30년 가까이 되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군 의료 문제에서 몇 가지 어불성설이 있다. 예를 들면 1. 군의관들 실력이 없다. 2. 군의관 수가 모자란다. 3. 장기복무 군의관이 없어서 문제이기 때문에 국방의학원을 만들어야 한다 등.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1. 군 내에 군의관 근무 운영체제가 잘못돼 있다. 2. 군 의료장비 현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큰 문제다. 3. 군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군 병원이 답(答)이 될 수 있다.
군의관이 실력이 없다는 근거는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인턴 과정만 끝내고 입대한 사람들과 전문의를 마치고 입대한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의학적 지식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각각 다른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이는 막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고 입대한 사람과 수십 년의 경험을 겸비한 의과대학 교수와 비교 할 때 실력이 없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군에서 발생되는 환자 특징은 분명히 제한적인 형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 현재의 군의관 실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얼마전 논산 훈련소에서 뇌수막염이라는 전염성 질환으로 병사가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됐다. 문제점을 제기한 신문 기사에 “예방의학을 전공한 군의관이 한명도 없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의료 사안에 대해 이정도 밖에 안되는 문외한들이 기사를 써대니까 문제점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못하는 것이다. 전염병 치료와 예방의학 전문의가 무슨 관계란 말인가?
군의관 수가 모자라서 문제라는 지적을 보자.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면 그 많은 고급 인력들을 군 복무 대신 무의촌 내지는 소위 특별한 병원에 배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의관으로 선발 할 의사가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군에서 군의관을 증원 할 예산이 없는 것이다.
국방의학원에서 의사를 양성해 장기 복무시키면 군 의료의 질(質)이 획기적으로 좋아 진다고 하는 주장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다. 장담하건데 “천만의 말 씀이다.” 그리고 교육기관 설립을 그렇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는 실수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한심한 대학을 양산한 것이다. 과거 정권이 아무런 원칙도 없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대학을 인가해 주고, 선거 공약으로 대학을 세워 준 것이 오늘날 부실과 부패로 점철되는 무수한 대학을 만들어 냈다.
육군을 제대한 대통령은 월터리드 육군병원서 치료 받고, 해군을 제대한 대통령은 메릴랜드 해군 병원에서 진료 받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정도 상황인데 더 이상 누가 미국 군대의 의료 수준을 의심하겠는가? 미국의 이 군 병원들 스태프 중에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사들도 많다.
다시 말해 군 병원이지만 최고 수준의 의료시설뿐만 아니라 유능한 민간인들이 의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그 유능한 의사들로부터 군의관들은 높은 수준의 의학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국방의학원을 세워 국민의 세금을 낭비 할 때가 아니다. 그 돈으로 하여야 할 일은 바로 앞에서 지적한 일들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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