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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의학원 설립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건…
[ 2011년 07월 03일 21시 00분 ]
[기획 하]▲L 육군 대위(제대 : 2003년)
비교적 최근에 전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군병원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후배를 통해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 전해 듣긴 했지만 근무할 당시만 해도 엑스레이가 진단방사선 장비의 전부였다. 뿐만 아니라 군병원 문제 중 하나는 인력부족이었다. 특히 정형외과의 경우 군병원에서 가장 바쁜 곳 중 하나지만 의사수는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그렇다고 국방의학원이 대안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생각을 해봐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일정 수준에 다다른 의사들이 충분히 확보돼야 국방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그림이 나올 텐데 그 땐 대다수가 전역을 한 뒤일 것이다. 아무런 소용이 없다.

또 군대 특성상 계급이 존재하는 덕분에 의사로서 권리를 온전히 보전 받을 수 없었던 점도 문제 중의 하나였다. 계급이 높은 군병원 일반직 관계자들이 행정절차를 핑계로 문제가 생길만한 환자가 들어오면 되도록 상급기관으로 떠넘기라는 압박을 주곤 했다.

이 과정에서도 행정절차가 복잡하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웬만큼 위급상황이 아니면 대대에서 사단으로 군단병원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이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것도 다 이러한 행정절차에 시달리보니 일어난 일 아니겠냐. 이런 부분을 고치는 게 우선이다.


"군의관과 환자(사병 및 장교) 간 불신이 가장 큰 문제"
▲L 육군 대위(제대 : 2002년)
군의관과 환자(사병 및 장교) 사이의 불신이 가장 큰 문제다. 환자는 군의관이 실력이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불신하고 군의관은 환자 중에 나으려는 의지가 부족한 부분에 불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군 의무가 있는 의사 중에서 실력이나 신체조건이 우수한 사람을 군에서 먼저 차출해 군의관으로 복무하고 열등한 사람을 공중보건의로 보내도록 돼 있는데 공중보건의에 대한 불신보다 군의관에 대한 불신이 더 큰 것을 보면 군대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불신이 증폭된다.

내가 국군원주병원에 복무할 당시 6월쯤 일어난 일로 기억한다. 병사가 행군 중 숨을 몰아쉬고 힘들어 하니까 경험이 부족한 사단 군의관이 과호흡증후군을 의심해 후송 중 비닐봉지로 과 호흡을 제한하는 치료를 하고 온 적이 있다. 응급실에서 진찰결과 체온이 39도 이상으로 열탈진으로 진단돼 헬리콥터로 수도병원으로 후송했지만 끝내 결과가 좋지 않았다.

기온이 30도 미만 초여름이라도 군대에서는 행군 이탈을 잘 용납하지 않는 특성상 열탈진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전지식도 부족했고 병사들이 행군을 힘들어 해 심리적인 문제로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오해한 부분들이 합쳐져 불행한 결과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군대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한 명이 증상을 호소해 열외가 되면 주위에서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병사들이 많아진다든지, 환자의 증상 호소에 따라 치료 및 입원기간을 연장하면 너무 기간이 길어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환자의 호소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군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환자의 호소에 더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병사들이 자발적으로 군복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병역면제 과정 투명화와 군 복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등을 통한 사기진작이 병행돼야 한다.

장기복무 군의관이 늘어나면 경험부족에 의한 사고는 줄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의사-환자 간 신뢰회복은 현 제도 하에서는 쉽지 않다. 국방의학원이 설립되고 경험 많은 의사가 배출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데 그 기간에 들일 정성과 재원을 이미 계획돼 있는 군 선진화 방안을 잘 실천하는데 투자하면 훨씬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Y 육군 대위(제대 : 2001년)
군의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무사령부가 힘이 없으며 의무에 대한 리더십과 비전도 없어 단기 군의관이 많은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에서 더 이상의 의사 양성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의사수가 많아지면 의료서비스 수준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의사수가 많아지면 군의료는 당연히 좋아질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의무사령부가 사단 단위 의무단까지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의관이 야전부대에 배속되면 의무사령부 소속이 아니라 부대 소속이다. 때문에 의무사령부는 병사들이 외근 나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군진의학연구소가 수의학연구소보다 늦게 생긴 나라가 한국"

내가 근무하던 곳은 철책지역이라 병사들이 외진 받으려면 이틀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외진신청자가 많으면 진료를 받지 못하고 다시 부대로 돌아가는데 이틀이 걸렸다. 외진을 못 받으면 그 다음 주에 다시 나와야 하는데, 어떤 병사가 또다시 나흘이란 시간을 빼달라고 요청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외진하는 요일도 정해져 있었다. 사람이 날짜 맞춰가며 아픈가. 군진의학연구소가 수의학연구소보다 늦게 생긴 나라가 한국이다.

▲L 육군 대위(제대 : 1996년)
대전통합병원에서 근무했는데 20년 전에도 당시 약은 다 갖춰져 있었으며, 응급수술을 비롯한 내·외과적 수술을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됐었기 때문에 당시 기억나는 사고는 없다.

하지만 근무 당시 황당해서 아직까지 기억이 남는 수술은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예비군이 총상을 입고 온 적이 있었다. 이 역시 바로 수술을 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군의료체계의 문제점은 이런 하드웨어적인 문제보다 군의관과 군인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 같다.

대부분의 사병들이 훈련을 받기 싫어 꾀병을 부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병들을 꾀병으로 치부해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의관은 꾀병과 그렇지 않은 사병을 가려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진료시스템 문제로 국방의학원을 설립하는 것은 이중구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


"군도 제대로 된 의료전달시스템 구축돼야"
▲L 육군 대위(제대 : 1991년)
외국처럼 지역별 거점병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의무중대 야전병원 등을 시도 통합병원 같은 것으로 해야 한다. 일종의 군 의료전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의료기관처럼 집결된 의료기술과 인력이 충분이 있어야 한다.

물론 전방에 필수적인 군 의료인력이 필요하지만 의무사령부 소속이 아니라 각 사단 소속이라는 점이 장점보단 단점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의료 측면에서만 보면 이런 구조는 효과적인 의료제공에 제약이 된다. 야전에서의 메시지가 사령부에 정확히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A 육군 대위(제대 : 1988년)
현 세태와 풍조가 가장 문제다. 군의료 사고 등이 터지면 군의료 부실이 모두 군의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사회 풍조가 의사에게 완벽한 것을 기대한다. 의사는 신(神)이 아니다. 당연히 군의관은 숙련된 전문의 수준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열정과 의욕만큼은 누구보다 앞선다.

하지만 사회의 편견과 시선은 항상 왜곡돼 있다. 문제는 낙후된 시설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식과 문화의 개선이다. 예컨대 군의관이 밤새워 응급수술을 한다고 해도 잘해야 본전이고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 때부터 살인자가 된다. 군의관을 못 믿는데 군의료가 똑바로 설 수가 있나. 선후가 잘못된 것이다.

"출발 잘못된 국방의학원 설립은 무의미"

뿌리가 삐뚤어져 있는데 국방의학원을 설립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새롭게 국방의학원에서 의사가 배출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다. 군의관들에게 자꾸 용기를 북돋아주고 적절한 보상을 해줘서 동기 부여가 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저 장님 남의 다리 긁듯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D 육군 중위(제대 : 1988년)
군의관들은 보통 전문의 자격증을 받고 곧바로 군입대를 한다. 물론 인턴 수료 후 곧바로 입대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되다보면 임상경험이 굉장히 부족하다. 따라서 부족한 임상경험 때문에 환자 진료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직업 군의관들도 역시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바로 입대하기 때문에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이에 1~2년 전임의(펠로우) 과정까지 마친 뒤 군입대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사단의무대나 병원급에 각 진료과가 있기 때문에 펠로우까지 마쳐서 임상경험을 쌓고 군입대를 한다면 진료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육군 중위(제대 : 1988년)
전시와 평시가 구분되는 군 체계에서 평시 의료체계는 훈련 중 발생하는 외상 및 총기사고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즉, 군에서 필요한 의료체계는 민간에서의 의료체계와 달리 특성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군 의료체계 개선을 논할 때 포커스를 잘 맞춰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군 의료체계에 분명 문제가 있지만 시스템 상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더욱이 20대 초반 군인들에게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대대 의무대까지 민간과 같은 환경을 만들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국방의료원은 필요하다. 평시 상황만을 두고 보자면 당연히 예산낭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군대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군은 전시를 대비해 항상 훈련하고 준비한다. 국방의료원도 그런 개념에서 봐야한다. 국방의료원을 설립해 총상, 화생방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군 자체에서 총상환자 등을 치료할 수 없다. 국방의학원 설립 논의는 당연히 이런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K 육군 대위(제대 : 1986년)
5사단에서 대대 의무관으로 복무할 당시, 지역 특성상 환자들의 접근이 용이했던 곳은 아니었다. 최근 군 의료 문제를 보면 그 때와 지금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시스템적으로 30여년 전과 같다는 의미다. 일례로 당시에도 대대의무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큰 사고가 발생해도 응급조치 뿐이다. 환자 소생에 필요한 기본적인 진료장비조차 갖추지 않은 건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러한 상황에서 혹자는 국방의학원을 설립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의료계 생리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지금도 많은 장병들이 군병원을 신뢰하지 않고 제대로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어디 군의관이 모자라서인가. 제대로 된 인재가 군대에 남게끔 하든지 그러기도 힘들다면 차라리 군진 의학에 꼭 필요한 필수인력만 남기고 민간병원에 위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P 해병대 대위(제대 : 2007년)
해병대 특징은 타 군보다 비교적 환자 이송체계가 좋고 신속한 진료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해병대 1사단은 전군 유일하게 사단 내 병원을 갖고 있다. 부대가 포항에 있어 언제든지 다친 사병들을 신속히 이동시키고 진료했다.

그런 측면에서 의료의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강원도로 진료를 하러 갔는데 육군은 마땅한 의료시스템도 없는 상황에서 군의관들에게 신속히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주의에 마땅한 민간병원도 없어서 사병들이 신속히 치료받기 어려웠다. 즉 사병들이 군의관을 신속히 만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장기 군의관에 대한 지원 확대해야"

군의관에 대한 특수지원수당 같은 것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군의관은 대위로 입대하면 대위 3호봉, 중위로 입대하면 중위 1호봉이다. 결혼한 사람도 있는데 적은 급여로 어려움을 겪었다.

군의관은 대학에서 배운 것을 군에서 바로 적용한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군의관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는 것이 장기적으로 군의료시스템 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N 공군 대위(제대 : 1987년)
공군은 육군과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육군이 사병들의 신체진료를 담당하고 있다면 공군은 조종사들의 비행안전을 위해 주로 예방의학과 정신적인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 외 외과적인 수술도 포함된다.

하지만 공군의 경우 조종사들은 훈련비용 등 사병 한 명 당 투자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건강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때문에 웬만한 약은 물론 수술장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 민간병원 못지않은 의료혜택을 누리고 있다. 상비약도 잘 갖춰져 있어 30년 전인데도 공군 약 보급소를 보고 깜짝 놀랄 정도였다.

무엇보다 공군에 지원하는 장병들은 자원병이기 때문에 신체검사가 까다로워 육군에 비해 건강하고 질병도 잘 걸리지 않는 편이다. 또한 응급상황이 간혹 생기기도 하는데 이때 바로 헬기를 띄우기 때문에 응급의료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 오히려 너무 건장해서 성병에 걸려 오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 외 별다른 심각한 질병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공군 비행장은 대도시 근처이며, 외출과 외박이 잦아 민간 의료를 원하는 사병들은 이 때를 이용해 진료를 받기도 한다. 미군의 경우는 사병들의 인명을 워낙 중요시하기 때문에 헬기를 띄우는 일이 일반적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특별취재팀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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