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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대의대 교수간 집단따돌림 법원 판결은
[ 2011년 06월 21일 21시 09분 ]
최근 성추행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K대의대가 이번에는 교수 사회 내부에서 집단 따돌림에 가까운 일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K대가 경기도 안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교수로 재직 중인 K 모 교수는 최근 3년간 병원 안팎에서 시달렸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서울에 위치한 이 대학 또 다른 병원에서 이곳으로 옮긴 뒤 13년간 근무하며 척추 분야에서 제법 명성도 쌓고 시니어 반열에 들어섰지만, 현재는 선택진료 의사에서 일반의사로 밀려난 것은 물론 찾아오는 척추환자들에 대해서도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교수 “진료는 물론 수술실 문턱도 못 넘게 해”
법원 "진료제한 조치 부당" 판결
사건은 지난 2008년 이 병원 C 모 병원장 취임 이듬해부터 시작됐다.
당시 후배인 C 원장과 미묘한 갈등관계에 있었던 K 교수는 그 해 8월 휴가를 다녀온 뒤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고 한다.
평소에는 신환들로 넘쳐났을 외래에 왠지 모르게 새로 그를 찾는 환자는 없었다. 병원측에서 K 교수를 찾아 온 초진환자들의 대한 접수를 차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석 달 뒤인 11월부터는 초진 후 3개월 이후 내원한 환자마저도 병원측이 막고 병원 현관에 있는 외래시간표와 인터넷상에서 K 교수에 대한 안내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특히 K 교수를 찾아 수술을 받으려고 했던 환자조차도 수술 당일 K 교수의 수술을 금지하는 병원측 조치로 수술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결국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K 교수는 “교수의 진료권한을 막는 상상도 못할 일이 발생해 황당하기도 했지만 무엇 때문인지 이유조차 알지 못해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병원측이 내세운 이유는 K 교수가 치료재료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부정행위를 저질렀고, 그와 관련된 회사에서 생산한 척추경 나사못을 사용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동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K 교수가 척추경 나사못을 사용하면서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삭감이 늘었다는 것도 그를 진료일선에서 배제하고 수술장에서 내몰게 된 이유가 됐다.
그러나 이는 최근 법원은 병원측의 이러한 조치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공익적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병원측 소명이 부족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K 교수가 C 원장을 비롯해 같은 병원 정형외과 과장인 P 모 교수 등을 상대로 진료방해 행위를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한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 제25부 민사부가 지난 2009년 10월 K 교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진료재료에 대한 사용중지 행위와 기타 진료를 방행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환자를 외면하는 ‘부정한 의사’라는 낙인을 벗기 위해 시작한 힘겨운 싸움이 성과를 거두며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K 교수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멍에를 쉽사리 벗을 수 없었다.
K 교수는 “법원 판결 이후 다시 진료를 하게 됐지만 척추분야 진료는 여전히 막혀있어 환자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며 “수술 역시 인공관절 분야에서 한 두 달에 서너건만 할 정도로 겨우 감만 이어나가고 있을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검찰, C 원장·P 과장 명예훼손 혐의 약식기소
각각 500·200만원 벌금형 구형
앞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K 교수 승소를 알리며 병원측의 진료제한조치가 국민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보호하는 공익적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사건 속내를 들여다보면 교수 사회의 뿌리 깊은 폐쇄성에서 비롯된 동료교수에 대한 명예훼손 등으로 점철돼 있는 탓이다.
왜 그럴까. K 교수에게 그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이 C원장과 P과장을 대상으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각각 벌금 500만원과 200만원을 구형한 약식기소 내용을 보면 고스란히 잘 드러나 있다.
지난 2008년 8월. 병원측이 처음 진료제한조치를 내릴 당시 기록을 보면 C원장과 P과장은 병원 고객서비스팀 J 모 팀장에게 지시해 K 교수를 찾는 환자들을 돌려보내기 위한 안내문을 작성토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안내문에는 ▲K 교수 연구개발 허가 과정에서 비윤리적 행위가 발견됐고 ▲고등법원 판결에서 과잉진료라는 판결이 나왔으며 ▲K교수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진료를 제한한 병원 방침에 따라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안내문의 내용은 근거없이 허위 비방의 목적으로 작성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K대병원 윤리위원회가 K 교수의 행위를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할 권한이 없고 ▲K대 교원에 관한 심의 결정기구인 교원윤리위원회에서 연구부정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K 교수가 개발한 척추경 나사못에 대한 사용과 관련한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은 ▲국내 여러 병원에서 사용하는 제품으로 척추수술에 사용하는 재료에 일부에 불과하고 교원윤리위원회에서도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봤으며 ▲해당 치료재료에 대한 삭감조치의 경우 고등법원에서 적법하다고 했으나 보험급여인정기준은 국가 건강보험재정 요인을 고려한 것으로 진료가 부당하거나 과잉하다고 볼 수 없다고 기소 사유를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C 원장 등은 K 교수를 대학 내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동료 교수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C 원장은 L 모 기획부팀장에게 K 교수의 부당행위 관련 자료를 수집해 앞서 안내문과 유사한 내용을 실은 책자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결국 ‘K 교수 근무 해지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이 책자는 K대 산하 3개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형외과 교수들에게 배포됐다.
뿐만 아니라 K 교수를 둘러싼 웃지 못 할 촌극도 빚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C 원장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던 K 교수는 치료재료 삭감과 관련해 자료를 수집하던 중 누군가 연구실을 침입, 관련 자료를 들고 나간 것을 확인했다.
K 교수는 “나중에 보니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P 과장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경찰을 불러 무단침입과 절도 혐의로 고소, 절도 혐의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며 무단침입의 경우 최근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K 교수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눈치다.
오는 23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서 약식기소 성격상 검찰의 구형이 그대로 선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땅에 떨어진 자존심과 명예는 쉽사리 회복하기 힘든 탓이다.
K 교수는 “그동안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손가락질 탓에 연구실에서 배달시켜 밥을 먹을 정도였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괴로웠던 순간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혹자는 개원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결코 그럴 수 없다. 끝까지 잘잘못을 가려 명명백백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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