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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여론에도 의약품 수퍼판매 '불발' 왜
[ 2011년 06월 05일 23시 00분 ]
[분석]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또는 수퍼판매)' 여론을 의약품 재분류를 통한 가정상비약 확대로 맞불을 놓으면서 보건의료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대한약사회가 한숨을 둘렸다는 평가와 시한폭탄을 뒤로 돌린 것에 불과하다는 상반된 분석이 나온다. 수퍼판매를 주장해온 의료계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보건의료계 단체들의 대차대조표는 더욱 복잡해졌다.
법 개정 등 '약국외 판매' 쉽지 않은 구도
수퍼판매는 보건당국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 정책이다. 그런 측면에서 수퍼판매는 관철하기 어려운 구도였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수퍼판매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는 복지부에 이달 임시국회 업무보고때 수퍼판매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확한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반영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책 찬성 여부를 떠나 복지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정책 추진의 키를 잡고 있는 복지부는 시종일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기재부와의 갈등도 불사했다. “심야시간에 파스를 구하지 못해 복지부를 폭파시켜 버리고 싶었다”는 기재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 “우리는 매일 기재부를 폭파하고 싶었다”고 응수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최근에는 진수희 복지부 장관이 “약사단체 동의 없이는 일반의약품 수퍼판매가 사실상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추진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더욱이 국회 분위기는 수퍼판매와는 더 거리가 있었다. 법 개정이 필수적인 데 여당과 야당 모두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재보선에서 대패한 한나라당이 수퍼판매에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논의가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을 맡은 의사출신 안홍준 의원은 의사단체 행사장에 참석해 수퍼판매 여론몰이에 나선 의료계에 쓴소리를 했다. 여당 내부적으로는 총선이 1년도 안남은 상황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가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여당 복지위 한 관계자는 “예민한 정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여당에서는 수퍼판매를 공개적으로 찬성하는 의견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당 소속 복지위 한 관계자는 “이번 수퍼판매 논란은 경제 논리를 앞세운 기재부와 복지부-약사회의 대결구도였다”며 “자본의 논리와 국민건강이라는 논리가 부딪혀 나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다소 구매의 불편이 있더라도 부작용이 큰 의약품은 전문가가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지난 10년간 민주당이 유지한 수퍼판매에 관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력 발휘 약사회…당번약국 활성화가 관건
약사회는 이번 수퍼판매 사안으로 정치력이 입증됐다는 평(評)이 지배적이다. 복지부는 "약사회 동의 없이는 사실상 약국 외 판매는 어렵다"고 공공연하게 입장을 피력, '약사 복지부' 아니냐는 오명과 비난,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약사회는 복지부와 국회 등을 가리지 않고 총력전을 펼쳤다. 임원진이 총출동하고 모든 라인을 통해 복지부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수퍼판매를 막아달라며 찾아간 민주당으로부터 쓴 소리를 들었음에도 대국회 활동을 강화했다. 약사회와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나 이번 18대 국회에서는 다소 소원해진 측면이 있었다.
약사회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재보선 후보로 출마한 분당을 지역에서도 지역약사회를 최대한 활용할 정도로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약사회가 최대 위기를 넘겼지만 안심할 단계라는 의견이 많은 것은 심야당번약국 활성화가 관건이기 때문.
수퍼판매가 공론화 됐을 때 약사회는 당번약국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아 명분을 잃은 측면이 있다. 복지부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당번약국 운영 상황을 면밀히 감시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 편의성을 외면하고 특정 이익단체의 기득권을 보호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복지부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 의사단체는 정부에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의협, 병협 등 의사단체는 의료계 수가와 관련된 각종 정책에서는 초강수를 마다하지 않던 복지부가 이 같은 정책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분노감을 표출하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수퍼판매 사태를 보면서 미봉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당번약국은 반년만 지나면 실패한 정책을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약사회가 자신들이 제시한 대안을 지키지 못하면 수퍼판매는 언제든 논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 역시 수퍼판매를 외치는 것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약사회 다음으로 의협을 겨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재분류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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