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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만삭부인 살해 재판에 외국인 법의학자?
[ 2011년 06월 02일 21시 26분 ]
지난 1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사 만삭부인 A씨의 살인 사건이 무죄와 유죄를 입증하는 치열한 법정싸움에 돌입했다.

만삭부인 A씨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의사 남편 B씨의 변호인단은 오는 23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국외 법의학자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변호인단의 이번 요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견을 정면 반박하는 것이어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월 남편 B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자 경찰은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해 국과수의 소견을 의뢰한 바 있다.

이에 지난 2월 16일 국과수는 경찰에 ‘부인 A씨가 손으로 목이 졸려 숨졌을 개연성이 크다’는 내용의 2차 소견서를 보내왔다. 이 소견서는 남편 B씨의 구속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국과수의 이러한 소견이 남편 B씨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변호인단은 지난달 31일, 서울서부지법 공판준비기일에서 국외 법의학자의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남편 B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조율의 조태완 변호사는 “같은 자료를 두고 체위성 질식사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라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면서 “부인 A씨가 사고사 했다고 생각하는 우리는 국외 법의학자를 섭외해서라도 남편 B씨가 무죄임을 입증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왜 국외 법의학자 도움받으려고 하나

피의자가 국외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채택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의사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됐을 때 변호인단이 국외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채택,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낸 사건이 있었다.

지난 1995년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외과의사 변호인은 스위스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법의학자는 법정에서 “용의자의 외출 이후 모녀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증언해,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외과의사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의사들이 연루된 살인사건에 국외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이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국외 법의학자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은 국내 법의학자에 대한 불신때문이라는 지적이 존재한다.

살인사건에서 법의학자의 증언은 결정적인 증거인데, 국내에서 활동하는 법의학자들은 정부와 검찰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 이번 사건의 용의자 B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더펌의 이정훈 변호사는 “국과수에서는 부인A씨의 사망원인이 타살이라고 하는데 변호인단은 사고사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국외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국과수 법의학자들은 국가의 눈치를 살펴 소신 있는 대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서이다”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국외 법의학자 증인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변호인단은 국외 법의학자의 증언이 남편 B씨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정훈 변호사는 “사체를 재부검을 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유족과 재판부 다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방문할 법의학자는 그동안 만들어진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남편 B씨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면서 “법의학적으로 권위가 있는 인물이 법정에서 증언하면, 재판부에서도 다시 판단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이 변호사는 의학이란 특정 분야의 정보를 다루며 변호를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도 시사했다. 변호인단이 국외 법의학자를 섭외한 또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전문지식을 활용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국외까지 시야를 넓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인물을 섭외한 것이다.

이정훈 변호사는 “의학 전문가가 아닌 변호사들이 만날 ‘부인 A씨의 사망원인은 타살이 아니다’라고 주장해봐야 들어주지 않는다. 권위 있는 법의학 전문가가 객관적인 정보를 활용해 증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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