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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상대 마케팅 사활 건 화장품 회사들
[ 2011년 05월 25일 21시 40분 ]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 국내 의료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는 제22차 세계피부과학술대회(The 22nd World Congress of Dermatology)에 다양한 화장품 회사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보통 의료계 학술대회 장소는 의료기기나 제약회사의 부스가 주를 이루지만, 이번 학술대회 전시회장 곳곳에는 세계 유명 화장품 브랜드 부스도 곳곳에 꾸려졌다. 이번 학술대회에 피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피부과 의사와 화장품 회사가 만나는 자리라는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
일반인들이 아닌 피부과 의사를 상대로 홍보 활동을 펼쳐야 하는 만큼, 학술대회 참여를 위한 화장품 회사의 준비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세계 각국에서 방문한 잠재적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문 통역사를 여러 명 고용하거나, 유전자학이나 줄기세포 연구에 바탕을 둔 학술적 배경인 든든한 최신 제품을 준비하기도 했다.
관람객 대부분은 ‘한방 성분을 첨가한 회사의 기법’과 ‘안전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피부 상태’ 등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일반인 관람객과 다른 풍경이다.
[사진]
아모레 퍼시픽 MI팀 안지영 사원은 “외국인에게 생소한 한방 화장품에 대한 반응이 대단했다”면서 “피부과 전문의답게 관람객들은 제품의 특성과 성분에 대해 궁금해했다. 제품 생산에 사용한 핵심 기술이나, 제품이 효과를 낼 수 있는 포인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관람객 특성에 맞춰 우리는 ‘국내 화장품 R&D 선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설명도 최대한 학술적으로 했고, 부스도 실험실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고 덧붙였다.
세계피부과학술대회에 세 번째 참여하는 화장품 브랜드 랑콤은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이지만, 한국 지사가 아니라 본사가 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했다. 행사 당일이 되어서야 본사에서 직접 제품 안내용 문구를 작성해 보내오거나, 출시되지도 않은 제품을 먼저 선보일 정도로 철저한 보안이 뒷받침됐다.
랑콤 PR팀 최윤미 대리는 “이번 학술대회에 본사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7개국 15명의 스텝을 고용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일반인보다 더 깊이 있고 수준 높은 자료를 활용해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장품 회사의 참여는 전시회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여러 화장품 회사들이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한다. 하루에도 4~6회씩 화장품 회사 주최 심포지엄이 열릴 정도로, 피부에 대한 연구ㆍ 제품 개발 주체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임을 이번 학술대회가 입증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를 상대로 제품에 대해 인정받는다는 것은 화장품 회사의 연구력과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학술대회에 참여한 화장품 회사들은 단일 제품에 대한 설명보다 ‘우리 회사는 연구력과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이다’는 메시지 전달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P&G beauty의 책임연구원인 Jasmine K.Karsono
[사진]
는 “피부과 전문의들을 상대하기 위해 본사에서 이번 행사 준비를 직접 챙겼다. 준비 기간만 2년이 걸렸다”면서 “피부과 의사들을 상대로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고 귀띔했다.
화장품 회사들엔 매출증대를 위한 홍보 활동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을 상대로 회사의 기술력과 연구력을 입증하는 일종의 시험무대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화장품 회사들이 이번 학술대회 참여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제품을 추천할 수 있는 ‘권력’도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제품 개발 과정의 핵심 기술과 안전성에 대해 질문하는 까다로운 피부과 의사들을 상대로 기술력을 입증한다면, 이후 이들의 추천을 받은 환자들의 제품 충성도는 대단히 높을 것임이 자명하다.
또, 피부과 전문의 같은 전문가 집단은 제품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고 학술적으로 설명된 피드백이 전달되기 때문에, 화장품 회사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피부과 올림픽에 참여한 화장품 회사들은 주전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피부과 전문의와 경쟁 기업을 상대하며, 눈코 뜰 새 없이 경기장을 뛰고 있는 선수들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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