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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시대 앞둔 게걸음 '한국항공우주의학'
[ 2011년 05월 17일 21시 11분 ]
삼호주얼리 사태로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 센터장 이국종 교수는 소위 의료계 스타가 됐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외상외과 전문의로서의 희소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이의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나름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전문의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는 학회가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게 여겨지고 대한의학회 내에서도 비중이 크지 않지만 열정으로 뭉친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의학회(회장 장태영)이다.
[편집자주]
"우주산업 발전 정도는 21세기 국가 위상 척도"
“20세기 전에는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다. 20세기 이후엔 미국과 러시아처럼 하늘을 지배하는 나라가 강대국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적 우위를 선점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우주산업에 혈안이 돼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은 어떻게 될까? 긍정적인 답변은 어려울 것 같다.”
학회보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모인 곳, 바로 한국항공우주의학회이다. 한국항공우주의학회 김찬 연구이사(을지의대 생리학교실)
[사진 우]
는 근시안적인 정부의 우주산업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20년 뒤 한국이 달에 사람을 착륙시킬 수 있을까? 학계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은 50여 년 전 했던 일을 우리는 당시 미국처럼 못하는 수준이다”라며 “항공우주의학은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꼈던 장갑이 한 짝에 1800만원, 소화제 한 알의 가격은 200만원이다. 이는 모두 미국과 캐나다 기술이다. 우리는 기술이 없어 구매해 사용했다”면서 “항공우주의학은 우주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꼭 연구가 활성화돼야 하는 분야”라고 역설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의 주치의로 활동했던 국군의무학교장 정기영 공군준장
[사진 좌]
도 김찬 연구이사의 주장을 거들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 직접 항공우주의학을 배우러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열의가 넘치고 아이디어가 많은 회원들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이 과기부나 연구재단 등에 연구비를 신청해도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는 항공우주의학에 대한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공무원이 드물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변국들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정부 지원으로 연구소를 설립, 항공우주의학이 가장 발달한 미국 내 3곳에 의사와 우주인을 파견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우주산업에 가장 집중하는 국가이다. 1976년에 사망한 마오쩌둥조차 자신의 사후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항공우주의학 예산만큼은 줄이지 말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국군의무학교장 정기영 공군준장은 “학회 회원들은 연구하고 싶어도 희소성에 가로막혀 못하고 있다”면서 “국외에서는 가장 큰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희소성이 국내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우리 학회와 우주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의사들 관심도 중요"
의사들에게 항공우주의학은 주요 전공과목이 아니다. 따라서 의사 개인에게 연구를 맡기면 전공 연구에 순위가 밀려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의료계에서 경제적 활용도가 낮다고 인식되는 항공우주의학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의사는 매우 드물다. 이 것이 항공우주의학 연구에 대한 정부나 의사협회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이다.
김찬 연구이사는 “연구비 따라 연구하는 요즘, 우리 학회는 아무래도 관심을 보이던 회원들이 답답한 현실에 실망해 떠나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들이 처음에 가졌던 호기심과 열정이 계속 타오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의학회는 대한의학회의 학회 설립 및 유지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퇴출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회원들이 한국항공우주의학회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 자료를 제출, 극적으로 퇴출위기에서 벗어난 아픈 경험이 있다.
이와 관련, 김찬 연구이사는 “과거 대한의학회에서 관련 기준을 마련할 때, 주전공이나 세부전공과도 성격이 구분되는 우리 학회 같은 특수한 상황까지 고려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우리 학회만 배려하면 그 또한 역차별이 된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학술학회의 기본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문은 다양성이 전제될 때 발전의 꽃을 피운다. 대한의학회 차원에서 진행되는 특수 분야 학회에 대한 활성화 지원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들은 또 학회를 찾는 젊은 의사들의 발걸음이 지금보다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김찬 연구이사는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항공우주의학은 분명히 이른 시일 안에 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된다. 그때 이 분야에 대해 아는 인물이 없어 국가적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원들이 학회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이런 의미보다는 항공우주의학을 연구하면서 느끼는 개인적인 즐거움과 열정이 우선적이다. 항공우주의학은 대단히 매력적인 분야이다”고 귀띔했다.
국군의무학교장 정기영 공군준장도 “세계적으로 항공우주의학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국제 항공우주의학 학술대회에 참석하거나, 많은 나이에 항공우주의학을 배우기 시작하는 외국 의사들을 자주 만난다”면서 “한국의 젊은 의사들도 항공우주의학에 많은 관심을 두길 바란다. 방문을 언제나 환영한다”고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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