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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측 입만 바라보는 한의계
[ 2011년 05월 03일 05시 20분 ]
한의계의 운명을 가르는 열쇠는 이제 노태우 전 대통령측 입에 달렸다. 노 전 대통령측 발언에 따라 한의계가 불법 의료근절을 위한 치료의 침을 놓게 될지 아니면 뼈아픈 망신의 침을 맞게 될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폐 속에 있던 침이 한방치료에 대한 국민의 불안함으로 일파만파 커지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는 지난 2일 노 전 대통령측에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 공개 질의서에 노 전 대통령측이 어떤 답변을 하느냐에 따라 한의계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의협은 공개 질의서에서 ‘누가ㆍ언제ㆍ어떻게’ 노 전 대통령에게 침을 놓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공개 질의서라는 형식이 굉장한 의미가 있다. 공개 질의서는 우리가 노 전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예우를 갖추는 것”이라며 “한방치료에 대한 의혹과 불안이 증폭되는 가운데 수많은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답변하면 이 모든 일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개 질의서는 공개 경고용이라 해석해도 좋다”면서 “이번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협회는 훨씬 수위가 높은 후속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합법적인 모든 방법과 대상을 동원해 공개 질의서보다 강도 높은 방법을 찾겠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나 시민단체, 경찰 등에 탄원을 접수, 노 전 대통령과 서울대병원이 답변하도록 더욱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의협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의협은 최근 회원들을 상대로 노 전 대통령을 치료했던 한의사를 찾는 자체조사를 진행했으나, 노 전 대통령에게 침을 놓은 회원이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자체 조사 결과에 자신감을 얻은 한의협은 노 전 대통령에게 침을 잘못 놓은 사람은 무면허 한의사일 것이란 추측을 하고 있다.

만약, 노 전 대통령 측이 무면허 한의사에게 시술을 받았다면 이번 일은 한의계의 해묵은 체증을 씻어내는 좋은 기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무면허 한의사에 대한 불만이 컸던 한의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근절에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만약 노 전 대통령이 불법 의료업자에게 시술을 받았다면 의료법 위반이다. 이는 불법 한방치료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을 만하다”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도 이런 일이 생기는데, 불법 한방 시술로 인한 일반인들의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침이 만들어지면 한의사에게만 공급되어야 하는데, 실제 침 공장은 여러 경로로 침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총기면허가 없으면 총을 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아무에게나 총을 팔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총을 팔지 않으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정식 면허를 가진 한의사에게 시술을 받았던 것이라면, 한의계의 입장은 상당히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한의사의 명백한 의료사고가 전국적으로 알려진데다, 한의협 스스로 일을 키워 얼굴에 먹칠한 격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일을 지켜보던 국민에게 한방치료에 대한 불신이 확대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의협 관계자는 “면허를 가진 한의사가 한 시술이었다면 명백한 의료과실이다. 해당 한의사를 찾아 윤리위원회에 회부시키고, 관련 관계자를 협회 차원에서 징벌할 방침이다”면서 “대국민 사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이제는 조용히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해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밝히며, 이번 일에 남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다. 한의계 운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한의사와 무면허 한의사 중 누구를 지목할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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