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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어떻게 전할까
[ 2011년 04월 29일 21시 50분 ]
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암환자를 만나는 과정에서부터 암이라는 진단과 진행된 병기, 항암치료에도 악화된 경우,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 등 꼭 필요한 정보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나쁜 소식을 여러 번 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나쁜 소식이지만 상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환자와 같이 잘 대처해나갈 수 있는 의사 소통 기술이 필요합니다. 나쁜 소식을 어떻게 잘 전달하고 왜 이런 과정이 중요한지에 대한 서울대병원 정신과 함봉진 교수님의 칼럼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① ‘나쁜 소식’을 어떻게 전할까?
② 왜 중요한가?
③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사례1
72세 남자 환자가 암 진단을 받은 다음 불안해 한다는 이유로 정신종양클리닉에 의뢰되었다. 환자는 암 진단 통보를 받고 충격에 빠져 낙담하고 있었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식사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진찰을 마치고 나오는 정신과 자문의사에게 아들이 따라 나와 흥분된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하였다. “암이라는 말을 회진하면서 그냥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합니까? 아버님이 놀라서 저렇지 않습니까?”
아마도 그 아들은 이런 식의 의사소통을 원했을 것이다. “아드님, 잠깐 볼까요. 아버님은 좀 어떠세요? 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암으로 나왔습니다. 아버님께는 아드님이 이야기 하시겠습니까? 앞으로의 치료에 대해 말씀 드리지요.” 그리고 나중에 환자에게는 “아드님께 이야기 들으셨지요. 좋지 않은 병이지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환자와 가족의 심정을 이해하는 공감적인 의사소통이다. 어려운 기술이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수준의 의사소통인데 왜 어려울까?
*사례2
정신종양클리닉을 다니던 유방암 환자가 어느 날 외래에 들어오자 마자 화난 목소리로 내과 교수에 대한 욕을 하기 시작하였다. “암이 재발 했대요. 하라는 대로 치료받고 검사 다 받았는데 이제 와서 재발했대. 돈이나 벌어 X먹고…XX 새끼….”
이 환자는 기질적으로 욱하는 경향이 있고 불행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이어서 재발에 대한 원망을 의사에게 투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의사-환자간 의사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의학적인 설명만 들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재발 진단을 받는 환자의 심정을 공감하는 의사소통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환자의 기질이나 성숙 정도를 볼 때 의사가 공감적인 태도로 의사소통을 했더라도 상당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분노는 자신의 불운에 대한 화풀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의사소통이 항상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의사의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전문가로서의 평정심을 잃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의 공감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하면 된다.
그 이상은 다른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는 것이 좋다. 그 다음은 환자의 몫이다. 이 환자는 바로 정신종양클리닉으로 의뢰되었고 정신치료와 함께 정신과 약물 조절을 통해 2주 만에 안정을 찾고 항암치료를 잘 받고 있다.
*사례3
“(중략)그런데 의사는 초조해하는 환자 가족에게 아무런 전후 상황 설명없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며 형식적이고 차갑게 말했다. 그 순간 환자 가족들은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설사 상태가 위중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태일지라도 최소한 전후 상황을 설명하고 ‘최선을 다해 보겠다’ 고 말하는 것이 의사로서 기본 아닌가?
물론 매일매일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환자실의 상황에 비춰 볼 때 모든 환자와 가족들을 따뜻하게 대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환자와 가족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 주는 말로라도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는 인간미 풍기는 그런 의사를 기대해본다.” (회사원. Chosun.com 2008.10.23)
암환자와 가족들은 의사로부터 ‘나쁜 소식’을 나쁘게 전달받은 경험을 여러 상황에서 이야기 하곤 한다. 의사와 의사소통에 대한 불만을 사회에 호소하는 일종의 사회적 의사소통인 것이다. 이런 글을 읽는 의사들 중 상당수는 앞으로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적인 의사소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기보다는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문가는 감정적인 의사소통을 하면 안 된다. 사회적 의사소통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억울함을 호소해서 풀려고 하면 안 된다. 환자의 고통과 억울함을 먼저 다루어 주고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의료 현장에서 암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불편함을 알고 있다. 의사들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해야 한다. 의료여건도 개선이 되어야 한다.”
종양의사에게 암이라는 것은 일상이고 남의 일이다. 반면 환자나 가족에게 암이라는 것은 처음 겪는 매우 ‘나쁜 소식’ 이고 자신의 일이다. 암은 환자, 가족, 의료진 모두에게 힘든 적응을 요구한다. 일반인이 전문가에게 맞출 수는 없다. 전문가가 환자와 가족의 반응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친절함을 갖추라는 뜻이 아니다. 의료에서 의사소통은 단지 소비자의 기분에 맞추어 매출을 올리기 위한 공급자의 조건이 아니다. 암환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공감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학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의사소통 훈련이 필요하다.
[한국임상암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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