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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의협 vs 방패 전의총 '2차전 향배' 촉각
[ 2011년 04월 24일 21시 05분 ]
올해 '대한의사협회 제63차 정기대의원총회'는 의료계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리트 집단이자 전문가를 자부하는 의사단체 최고 행사에 경찰이 대기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물리적 충돌이라는 극한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회원들의 내재된 불만이 일순간에 폭발했다. 고성과 막말, 욕설 등이 난무해 행사 품격이 훼손됐다는 비판론과 함께 투명성이라는 대전제를 관철했다는 우호적 평가도 뒤따른다. 이번 정총은 기성세대와 젊은층의 세대 간 갈등, 제도권에 대한 극심한 불신감 표출 등 현 의료계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종합선물세트였다.

얼어붙은 대의원회…부담 커진 의협 집행부

정총 본회의장을 지킨 대의원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불쾌한 표정을 짓는 모습도 간혹 목격됐다. 전국의사총연합 회원들의 거센 행동에 일부 대의원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대다수는 침묵을 지켰다.

대의원들은 집행부 교체에 부정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사퇴권고안은 심의분과위에서 1표 차이로 부결시켰다. 오전에 열린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표로 '사퇴권고안 본회의 논의'를 부결시킨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하반기 감사 재개 등 투명성과 관련된 사안은 대다수가 찬성했다. 전의총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대의원이 있었지만 집행부 견제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일부 대의원이 제안한 △회장 등 임원이 개인적 사유로 소송 패소 시 본인이 비용부담 △소송심의특별위원회 폐지 등 사실상 집행부를 겨냥한 안건에도 압도적인 찬성을 보였다.

의협 집행부는 득보단 실이 많다는 평이다. 사퇴권고안 부결로 부담을 덜었음에도 하반기 감사가 재개됨에 따라 고민이 커지게 됐다. 익히 알려진 일부 감사와의 갈등국면에서 대의원회는 집행부의 잘못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집행부가 일할 수 있는 환경보다 투명성에 손을 들어줬다.

파행으로 얼룩진 정총은 실상 집행부가 원인제공을 한 측면이 있다. 의도와 상관없이 의혹을 증폭시킨 와인 구매는 정총 본회의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건배사로 촉발된 불만은 와인으로 정점을 찍었다. 향후 집행부 회무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무와 재무 투명성에 관한 숙제도 떠안았다. 대의원회는 논란이 벌어진 대외사업비 2억5000만원을 가까스로 승인하면서도 투명성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통상 정책과 직능 로비에 사용하는 대외사업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실적인 상황과 사업비 특성을 이유로 집행에 미진할 경우 무능하다는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투명성을 담보한 정책사업을 어떻게 구연할 지 집행부의 능력이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추진 등 상당한 정책성과를 냈음에도 정총 분위기를 전혀 반전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복수의 국회 관계자들이 "의협이 오랜만에 과실을 가져갔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결국 대회원 소통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회비 감소는 실체적인 고민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0% 인하는 수십억 원 규모로 예산 집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의료정책연구소 내실화도 도마위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의원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표출된 정총이었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집행부가 짊어지게 된다"며 "이제 의협은 바뀌어야 한다. 다만 자신들의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반대세력도 그다지 얻은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백명 참석한 전의총 '절반의 성공'

수차례 정총 참여를 예고했던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대표 노환규)은 세를 과시하는 데 확실히 성공했다. 수백 명이 참석할 것이란 발언을 실행에 옮겼다. 대의원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고 지지하는 안건을 대부분 관철했다.

이번 정총을 통해 전의총은 의협 대안세력으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4000여 명 수준에 불과한 별동부대임에도 여론형성에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전공의 등 젊은 회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와인 등 연속적으로 제기한 의혹들이 의료계 이슈로 부각되면서 여론의 호응을 받았다. 정총 직전에 불거져 시기적으로도 과실이 많았다.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사회 의제를 의료계에 들고 나온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전의총의 과격한 행동은 장기적으로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이 적지 않다. 이번 정총에서도 막말과 고성으로 폭력성이 부각됐다.

전의총은 작년 연말 '부산시의사회 회원과의 대화' 행사에 고성과 함께 날계란을 던져 폭력성이 문제시됐다. 일부 회원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거친 욕설을 내뱉는 등 통제가 되지 않았다. 노환규 대표는 회원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제도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전의총에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음상준·김선영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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