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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은 내 운명" 45년 열정 그대로
[ 2011년 04월 27일 03시 00분 ]
“1967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떠난 미국 유학이 혈우병 치료에 매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수 십년간 혈우병 환자들을 치료해온 김효철 前 아주대의료원장[사진]은 혈우병과의 인연을 담담히 회고했다.

김 前 의료원장은 지난 2월 21일 서울 송파구에 내과의원을 개원하며 혈우병 진료에 연장선을 그었다. 병원 규모는 아주대병원과 비교도 안되지만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열정은 변함이 없다.

퇴임 후 인생 2막도 혈우병으로 열고 있는 그를 만나 연구 열정과 그 동안 걸어온 길, 현 정책에 대한 생각 등 다방면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혈우병과의 인연

김 前 의료원장은 혈우병 연구와의 인연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 유학 시절을 먼저 떠올렸다.

“1970년 초반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연구강사를 하고 1975년 로버트 우드 존슨 의과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시작했다. 당시 뉴저지에 거주하는 혈우병 환자들이 이곳에서 진료를 받아 혈우병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에 새 연방법률이 생기면서 혈우병 환자들을 포괄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모델로써 로버트 우드 존슨 의대가 美 10개 지구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이다.

로버트 우드 존슨 의대에서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를 거치며 30년이란 세월을 보낸 그는 1994년 대우기업이 아주대병원 설립에 즈음해 보낸 러브콜에 응하며 다시금 고국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 들어오게 된 그는 아주대병원 혈액내과종양과 초대 주임교수가 됐다. 직책은 다양했다. 암센터 소장, 내과 부장, 의과대 학장, 의료원장을 두루 거쳤다.

그의 신념은 꾸준히 지속돼 아주대병원에 발을 들인 이후부터 국내 혈우병 환자들을 진료해왔다.

많은 혈우병 환자들을 접하게 되고 도움 요청을 받는 상황에서 아주대병원은 지혈혈전센터를 따로 설립, 보다 체계적으로 혈우병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었다.

지혈혈전센터는 출혈성 환자와 반대로 혈전을 잘 일으키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새로운 치료 활성화를 위한 연구기관이다.

현재 전국의 혈우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기관은 공식적으로 혈우재단의원을 포함한 아주대병원, 경희대병원, 을지대병원, 서울대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울산대병원 등 10개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정부지원 부재, 보다 체계화돼야

“현재 정부로부터 지원이 거의 없다. 현재 의료진이 사명감에 치료를 하고 있다”

김 前 의료원장은 이마저도 정부의 지원이 없다는 것과 혈우병 치료 병원이 상당 수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전문치료센터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필수라고 꼬집었다. 혈우병은 성염색체 유전자질환으로써 간단히 치료가 되지 않는 만큼 치료를 맡은 의사도 전문가 여야 하지만 그 지원 역시 전문적으로 이뤄져야 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혈우병 제제의 약가 예산이 약 1000억원이다. 그러나 이 예산이 전문적인 치료가이드라인 없이 처방되고 치료된다는 부분은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즉, 정부가 혈우병 전문치료센터를 더욱 확립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처럼 지원시스템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약제비 중 가장 비싼 약이 혈우병 제제다. 그 만큼 효율적으로 이용돼야 한다”며 “정부는 전문치료센터를 확립시킴과 동시에 인력, 운영지원 등의 면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통계자료와 등록자료의 부족한 점도 문제라며 하루 빨리 정책 수립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칭찬하고자 하는 부분은 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예산을 잘 책정해서 환자치료를 위해 지원하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덧붙여 최근 우리나라 혈우병제제의 발전 모습도 높이 살만하다고 전했다. 그는 다시 미국 유학시절을 떠올리며 “1976년도, 혈우병제제를 혈장에서 고농도의 혈우인자를 추출, 환자들이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치료를 할 수 있었지만 여기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이 치료제의 목적은 많은 환자들로 하여금 건강한 사회인으로 만드는 것이었고 10여년 동안 혈우병 환자들에게 많은 기여를 했었지만 혈액공유자 중 에이즈 환자가 있음으로 해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미국은 에이즈 공포에 휩싸였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 환자들은 행운이라고 전했다. 녹십자에서 혈우병제제를 모두 국내 혈장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고 에이즈 걸린 사람도 드물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근래에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등이 약 제조에 들어갈 수 있는 점을 막고자 ‘유전자 재조합’ 기법을 사용한다. 안전한 응고인자 유전자를 추출해 단백질로 합성시키는 과정이다.

현재 녹십자도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혈우병 치료제를 제조했고 임상통과와 함께 상업적으로 사용 중에 있다.

하지만 김 前 의료원장은 여전히 혈우병 치료전문센터의 부재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하다, 열정 이어갈 것

그가 개원한 내과의원에는 아주대의료원에서부터 줄곧 그에게 진료를 받아온 혈우병 환자들이 찾아온다. 일반 내과 진료도 하지만 예전부터 진료를 받아온 환자들과 그 일대지역 주민들도 찾아온다.

45년간 의사라는 전문직을 달고 달려온 그는 개원을 하면서 “이제 좀 쉴 수 있는 것 같다”며 그 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김 교수는 “그 동안 환자들을 만나서 치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그들을 위한 진료에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lys@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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