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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약가인하…제약사 "골병 든다"
[ 2011년 04월 21일 21시 00분 ]
결국 폭발했다. 정부의 잇단 약가인하 조치에도 볼멘소리에 그쳤던 제약사들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약가 재평가, 시장형 실거래가제 등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또 다시 약가인하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에 그동안 참았던 설움과 분노를 동시에 터뜨렸다.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는 21일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관한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옥죄기식 정책이 제약산업을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약가인하 정책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러한 제약사들의 ‘울분’이 단순한 ‘투정’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약가인하 수난의 역사
실제 2002년 A7 국가의 조정평균가로 약가를 인하한 약가재평가 사업으로 인해 제약계는 연평균 525억원, 2009년까지 총 42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8년 시작된 기등재 목록정비 사업은 1조원에 가까운 손실액을 발생시켰고, 실거래가 상환제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총 559억원의 약가인하를 초래했다.
제약사들의 약가인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유통문란 약제에 대해 최대 20% 약가를 인하하는 리베이트 약가연동제가 실시된데 이어 각 제품별로 사용량과 약가를 연동시키는 제도도 제약사들을 옥죄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도입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여파가 컸다. 제약협회는 이 제도 시행으로 연간 1조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계했다.
제약협회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 11월까지 5712억원의 매출손실이 예상되고 2012년 사후관리에 의한 약가인하 금액이 5361억원에 이를 예정이다.
여기에 기등재 목록정비사업으로 2013년까지 총 1조원 이상의 약가가 인하되고 일반의약품 비급여 전환에 따른 업계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협회는 내다봤다.
제약협회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2013년까지 3조원 상당의 매출손실 및 약가인하 피해가 예상된다”며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 제약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토로했다.
섣부른 재수술 결정
무엇보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의 피해가 국내 제약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가 크다.
실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시행으로 인한 1조1000억원의 예상 손실액 중 80%가 국내 제약사의 몫이라고 협회는 분석했다.
제약협회는 “작금의 약가인하 정책 하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채산성 악화로 생산을 포기하고 수입으로 전환하거나 다국적제약사의 판매대행체제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23개 상장 제약기업의 공동판매나 수탁판매에 의한 매출 비중이 2009년 22%에서 2010년 24%로 증가했고,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특허만료 의약품 및 제네릭의 가격결정 기준을 대폭 낮추는 약제비 관리방식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은 제약사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협회는 “그동안의 정책으로 제약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재정 보전을 위해 또 새로운 약가인하 방안을 수립하는 것은 수술경과도 보지 않고 재수술에 임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제약계는 불법 리베이트와 약가인하 연계에 따른 선량한 기업의 피해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의약품 유통의 투명화를 위한 리베이트 근절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제약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단정하거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켜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제약계의 입장이다.
협회는 특히 “불법 리베이트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전체 약가수준을 낮추는 것은 선량한 제약사들의 투자와 신약개발 의욕마저 꺾어 버리는 것”이라며 “불법 리베이트가 약가인하의 명분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협회는 끝으로 △선별등재제도에서 신약의 보험등재 절차와 기준의 합리성 제고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와 사용량-약가 연동제도에 의한 중복적 약가인하 개선 △사용량-약가 연동제도 적용기준의 합리성 제고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사업의 수용성 제고 등의 약제비 통제 정책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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