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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예약날짜'까지 사고 파는 나라 한국
[ 2011년 04월 22일 22시 14분 ]
소비자와 공급자 상호 필요에 의해 생겨난 예약금 문화는 성형외과 개원가에서도 낯선 일이 아니다. 예약금 문화는 의사에겐 수술 준비 시간을 확보하고 환자의 변심을 방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또 환자에겐 대기시간 없이 원하는 시일에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성형외과 개원가의 예약금 제도는 이러한 순기능 외에도 적잖은 폐단을 낳고 있다. 그 실태를 들여다 봤다.
'수술 등 예약금 규정' 소비자 권리 모호
[실제사례]
평소 탈모로 고민하던 직장인 Y씨는 모발이식으로 유명한 성형외과를 찾아갔다. 상담을 받고나서도 그가 망설이자 상담실장은 총 360만원의 수술 비용에서 미리 예약시 10% 할인을 제공하니 일단 예약부터 하라고 부추겼다. 선뜻 마음이 서지 않았던 Y씨는 할인이라는 말에 2주일 뒤로 시술날짜를 정하고 예약금을 예치했다. 예약금 가격은 10% 할인된 수술비용 324만원 중 24만원.
그러나 Y씨는 개인사정으로 시술을 받지 못하게 됐고 커다란 고민이 생겼다. 별도 안내 없이 받아 들었던 예약증서 뒷장엔 ‘예약금은 환불되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표준약관에 따르면 계약금 환불 정도는 계약의 특성과 취소 시한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계약금 관련 법안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하에 계약금을 예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공정위 권장사항과 다르다. 예약금 액수나 환불에 관한 정확한 기준이 없어 병원이 제시한 조건이 유일한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따라서 환자는 병원이 제시한 예약금 규정에 동의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선택해야만 한다. 또 일부 병원에서는 예약금 규정에 대한 안내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전체 비용의 10% 수준에서 결정되는 예약금은 성형수술의 경우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예약금만 9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최근 성형수술을 받은 20대 여성 C씨는 “수술비용이 500만원이었다. 예약금 50만원은 정해진 날짜에 수술 받겠다는 약속이라기엔 너무 큰 액수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디까지나 환자의 선택이지만 성형외과에 예약금을 걸면 할인을 해주겠다던가, 일단 예약부터 하고 수술 날짜는 나중에 연기해도 된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 강남의 A성형외과는 “취소 날짜와 상관없이 예약금 환불은 절대 안된다. 예약한 시간에 다른 환자의 접수를 받지 못해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수술 날짜 두 달 전에 취소해도 환불은 절대로 안된다”고 못박았다.
"성형외과 예약증서 팝니다"
그러나 상당수 성형외과는 '예약금 환불은 불가하지만, 양도는 가능하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성형외과 고객 사이에선 신종 거래가 생겨나고 있다.
높은 액수의 예약금이 환불되지 않는다는 병원 방침에 환자들이 온라인에서 성형외과 예약증을 매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
특정 성형외과에 예치해놓은 자신의 예약금 30만원을 25만원에 팔고 싶다는 M씨는 “돈을 입금하면 내가 성형외과에 전화를 걸어 나대신 다른 사람이 갈 것이라 말해놓겠다”면서 “수술 날짜를 사는 것이라 생각해도 되고, 수술을 5만원 싸게 받는다고 생각해도 된다”고 말했다.
M씨가 예약금을 예치해 놓은 B성형외과 관계자는 “예약금은 환불이 안되지만 양도는 가능하다”면서 “예약권을 판 환자의 인적사항을 말해주면 전산에서 검색해 예약권을 산 사람의 이름으로 변경해 준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예약금 규정에 내몰린 환자들이 수술 날짜와 예약권을 사고 파는 촌극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예약금 환불은 안되지만 매매는 인정한다는 병원 측 태도는 누가 오든 수술만 하면 된다는 식에 가깝다.
이러한 신종 거래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환자 상태를 보고 시술과 예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환자의 상태를 모르는 상태에서 양도받은 예약금부터 인정해주는 병원도 영업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예약금은 사적거래라 단속이나 규제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의료법은 돈에 관한 사항은 다루고 있지 않다”며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병원 예약금 환불과 관련된 지적이 있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 지난해 10월 공정위에 병원 예약금 관련 규정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공정위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병원 예약금에 대한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병원 예약금 관련 수요조사를 마무리했으며, 관련단체 및 학회와의 동의과정을 거쳐 오는 9월 공포할 예정이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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