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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보건의료정책 3년 평가
[ 2011년 04월 20일 02시 49분 ]
[기획 상]정부의 정책 피드백 중 보건의료만큼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도 분야는 찾기 어려울 듯싶다. “정책을 입안하는 행정가들이 현장을 모른다”는 의료공급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그래서다. 반면 의료소비자는 “공급자들이 직능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맞선다. 정책 성패의 관건이 공급자 간 합의라는 분석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의료공급자는 전문가를 자부하지만 정책은 면허가 없는 대다수 행정가와 학자들의 영역이다. 타 분야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현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과거 정부에서 논의된 의료산업화를 실체적 정책으로 계승했다. 이후 복지 개념에 가까웠던 보건의료를 산업적 가치로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주식을 발행해 그 이익 일부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또는 영리병원)이 대표적인 예다. 외국인 환자를 대거 유치해 국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구체화했다. 질 높은 분배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의료를 돈도 벌어주는 효자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었다. 3년이 흘렀다.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결과 없이 정치적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론 등 정부의 리더십을 조롱하는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족하지만 기틀을 마련했다는 옹호론도 일부 있다. 정책을 각론으로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잘해야 기본’이라는 정책 평가기준이 보건의료에서는 더욱 야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례로 경실련은 지난 2009년 참여정부 보건복지 분야 27대 핵심공약의 이행실적 자료 내용을 재검증하고 자체 핵심공약 이행평가 작업을 가진 바 있다. 그 결과 '목표 달성 또는 사업추진 성과 매우 높음'을 의미하는 A등급은 한 건도 없었다. B와 C등급 각각 11개, D등급 5개라는 상당히 저조한 성적표를 제시했다. 데일리메디는 집권 4년 차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점검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편집자주]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 및 단체 : 인제대 보건대학원 이기효 교수,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김태현 국장),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김유진 국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안기종 대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은수 의원실, 비공개 요구한 야당 의원실 1곳과 여당 의원실 2곳]

▲낙제점 받은 의료산업화
대다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에 낙제점을 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 의료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서 나온 공통된 의견이었다. 일부 전문가는 “실체가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 집단이 야박한 점수를 준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는 동안 보건의료 정책은 오락가락했다. 정책 기조가 흔들리다 보니 일관성에서 신뢰가 깨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념의 장벽이 견고한 의료 분야를 시장성이라는 순진함으로 고민 없이 접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장주의에 가까운 집단에서는 리더십 부재와 정책 결과물을, 진보적 집단에서는 정책 방향성 자체를 문제 삼았다. 입법기관인 국회 관계자들은 혹평의 강약은 달랐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정부의 의료산업화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분석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공공성이 근간인 보건의료의 특성에 무지했고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태생적 반대그룹,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리더십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였다.

경실련 김태현 국장은 “의료는 민간에 맡길 영역이 아니며 철학이 없었다”고 했고, 보건노조 김유진 국장은 수익창출을 기대한 방향성을 비판했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는 “국회를 통과한 법이 거의 없다.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기효 인제대 교수는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고 집권 초기부터 정책적 신뢰가 떨어졌다”며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 리더십의 부재였다”고 말했다.

의료공급자는 구체적인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사회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의협은 의료산업화에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유보했다. 약사회는 “성급히 판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건강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은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합의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 셈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2차 한의약육성계획’의 영향으로 한의협이 유일하게 합격점을 줬다. 한의협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의료산업화는 성과 측면에서 박한 점수를 받은 셈이다.

▲폭증하는 건강보험 부담, 브레이크가 없다
보건의료정책의 핵심은 건강보험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지난 1977년 출범한 이후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루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급격한 노령화와 약제비 증가로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60% 내외의 보장성은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국민의 의료서비스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공보험의 빈자리는 더욱 커졌다. 지속 가능한 제도로 남을 수 있느냐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문제 제기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비를 건강보험이 견뎌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표면적으로는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의 가파른 상승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약품비는 2005년 7조3000억원에서 2009년 11조 7000억원으로 1.6배가량 증가했다.

이중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약품비(2009년 기준)는 77만 7850원으로 64세 이하 국민 1인당 약품비 17만7000원보다 4.4배나 많았다.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005년 9.81%에서 2009년 12.16%로 상승했다. 외래 이용 횟수도 65세 이상 노인은 연간 34.2회였다. 65세 이하 국민(16.4회)보다 2.1배나 많았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부실한 보장성 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암에 한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공헌했지만 현장의 평가는 다르다. 신약에 대한 신속한 급여화가 미뤄지면서 체감하는 보장성은 더욱 낮다는 것. 환자단체 안기종 대표는 “최근 환자에게 절실한 신약이 많이 개발됐지만 정부는 보험급여에 소극적”이라며 “급여화가 많아져도 비급여도 지속적으로 늘어 보장성을 쉽게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지출제도 개선과 보험료 인상 등이 제시됐다. 이 부분에선 공급자와 그 외의 전문가 집단의 입장이 달랐다. 박은수 의원실은 “재원 확보와 지출구조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인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보험제도 근간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과 보건노조는 공급을 통제할 기전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총액계약제, 주치의제 등을 제시했다. 의료공급자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건강보험 핵심 이해당사자인 의협은 “지금이라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합리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그에 따라 국민들이 적정부담 하는 구조로 건강보험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자그룹에선 보험료 인상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강조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선 보험료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재원은 보험료 인상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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