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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미친 사나이 "학문의 끝을 보겠다"
[ 2011년 04월 18일 22시 20분 ]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과 박승정 교수가 18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산의학상 수상식에서 아산의학상과 상금 2억원을 수상했다.[사진]

박 교수는 ‘좌주간부 동맥 병변 그물망(스텐트) 시술의 효과를 세계적으로 입증한 공로’를 인정받아 아산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상을 수상하기 전에도 그의 수상 이력은 화려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05년 유럽 심혈관중재시술학회 에티카상, 대한의학회 분쉬의학상, 2008년 미국TCT학회 최고업적상 및 지난 1월 유한재단 유일한상을 수상했다.

"아빠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원망 들었던 부(父)

이렇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에게 그의 딸은 언젠가 “아빠는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라고 물은 적이 있다고 했다. 딸의 물음은 그동안 그가 얼마나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가늠하게 한다.

박승정 원장은 심장시술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후 30분 내 이뤄져야 한다는 소신을 십 년 째 고집하며, 모든 팀원을 병원 근처로 이사시켜 5분 대기조로 만든 집념의 사나이다.

리더가 솔선수범하지 않는데 팀원들이 5분 대기조 생활을 견뎌낼 리 없다. 그가 인간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였기 때문에, 팀원들은 5분 대기조란 비인간적인 삶(?)도 감내할 만큼 그의 원칙에 동참했다.

이러한 박 원장과 팀원들의 노력 덕분에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연간 2,500회의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고 99%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합병증은 0.1%에 불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가히 손꼽힐만한 성적이다.

박 원장은 이처럼 심장에 철저히 미쳐 환자들에게 헌신적으로 살아온 덕분에 ‘최초’와 ‘최고’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심장내과 전문의가 될 수 있었다.

1989년 승모판협착증 풍선성형술 국내 최초 및 1991년 심장동맥 그물망 시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2007년~2010년 3년간 인용자수 10점이 넘는 국외저널에 총 11편의 연구 논문 발표, 세계적 권위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국내 의학자로는 유일하게 4편의 연구논문 게재, 1995년부터 매년 3만여 명이 모이는 국제심혈관시술 심포지엄 개최, 전 세계 3천여 명의 의학자들이 모인 그의 세션에서 시술 장면을 중계하는 등 그의 화려한 이력은 끝이 없다.

그러나 하룻밤에도 몇 번씩 병원으로 달려가는 그의 열정은 때론 아내에겐 자신의 일밖에 모르는 남편이요, 자식들에겐 아침 여섯 시까지 출근해 얼굴 보기도 바쁜 아버지였던 적도 잦았을 것이다.

중년의 남성이 된 박 원장은 수상 소감을 통해 가족과 병원 식구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박 원장은 “과거에는 튼튼한 젊음이 주는 어쩔 수 없는 조급함과 반복되는 모자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정신적ㆍ육체적 모자람이 균형을 이루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룬 모든 부분에 도움 준 사람들에 감사"

그는 이어 “나이가 들면서 제가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가 무엇을 이루려면 그 모습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입니다”라며 “제가 이러한 상을 받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저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마움을 표현하는 시간은 잠시뿐, 앞으로도 심장병원 팀원들의 지지와 가족들의 응원과 자발적인 희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가 수상 소감 말미에 “지속적인 연구 후진 양성을 통해 의학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 목표는 ‘세계 최고’에 머물러 있지 않고 ‘학문의 끝에 다다르는 것’에 있다. 앞으로 달려갈 길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의 바쁜 생활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언젠가 “나는 학문적으로 우리 팀이 갈 수 있는 최상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해 보고 싶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그 '최상의 끝'을 꼭 보여 주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박 교수의 미래 길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고단할지 모른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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