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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호스피스 병동에 와 다시 살아났다”
[ 2011년 04월 15일 11시 00분 ]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의료센터 김여환 센터장은 15일 서울 언론회관에서 열린 ‘방송ㆍ언론인 대상 완화의료 및 품위있는 죽음 알리기 캠페인’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환자의 경험담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지난해 봄,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온 41세 여자 환자 루시아 씨(세례명)는 29살 때 머리뼈에 연골암이 생겨 15년 동안 7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감마나이프 시술 경험도 있었다.
그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왔을 땐 양측 시력이 저하된데다 삶에 대한 의지도 없는 상태였다.눈은 보이지 않지만, 정신이 맑은 그는 의사가 갈 때마다 어둔한 말투로 “나를 죽여 달라”고 호소했다.
김여환 센터장은 통증과 우울감에 대해 적당한 약물을 사용하고, 통증 절개에 대한 의료지침을 마련했지만, 환자는 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했다.
의료진만 보면 죽여 달라고 호소하는 그에게 센터에서 봉사하는 수녀가 “루시아 씨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조금 남은 삶을 자살로 마감하면, 나중에 절대자 앞에서 어떻게 하려고 해요”라며 마음을 전했다.
수녀의 말이 그의 마음을 울렸던 것일까. 루시아 씨는 그날 이후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루시아 씨에게 변화가 찾아오자 호스피스 센터 식구들은 신바람이 났다. 그들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루시아를 위해 음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김 센터장은 “무엇을 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 우리는 수세미를 팔아 음악회에 필요한 자금 20만 원을 모금했다”면서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해 계명대학교 학생 20여 명이 참석해 루시아 씨만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루시아는 음악회가 개최되기 직전 자원봉사자에게 염색을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김 센터장은 “여자는 외모에 관심을 가지면 살아나는 것이다. 그는 호스피스 병동에 찾아와 사망하기기 직전까지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음악회가 끝나고 루시아씨는 박수를 쳤다고 한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눈이 보이지 않아 주변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루시아씨는 절로 “아, 행복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람만 보면 “죽여 달라”고 호소하던 그가 주변에 사람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여환 센터장은 루시아씨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호스피스는 행복을 제공하는 공간이다”면서 “환자들은 호스피스 병동에 오면 죽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타깝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호스피스 병동에 너무 늦게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환자 600여 명의 임종을 지켜봤다”면서 “나는 그 곳에서 내 임종을 본다. 생은 신생아실에서가 아니라 임종실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 곳에서 삶의 의미와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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