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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병리사, 왜 '전문성'에 주목하나?
[ 2011년 04월 15일 03시 05분 ]
전문성으로 무장한 임상병리사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이하 협회·회장 안용호)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전문임상병리사제도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미생물 분야의 전문임상병리사 시험이 치러졌고, 현재 195명이 의료기관 등 검사실 현장에서 활동 중이다. 올해도 일부 분과학회에서 시험이 치러질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몇 년 안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병리사가 활동하게 된다.

협회는 전문임상병리사제도가 정착되면 임상병리사 위상 제고와 질 높은 검사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검사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세포병리사가 대표적인 예다. 세포병리사는 국제세포병리사자격(IAC)를 획득할 경우 해당 기관에서 전문가로 인정한다. 이러한 시도들이 전문임사병리사제도의 밑거름이 됐다.

이처럼 협회가 전문임상병리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검사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협회는 지난 2006년부터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제도화에 앞장섰다.

교수진과 임상 전문가들이 ‘전문임상병리사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규정을 만들고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 첫 결실로 미생물 전문임상병리사가 탄생하게 됐다. 핵의학과 혈액학, 수혈학, 임상화학, 면역혈청, 조직세포, 생리학 등의 분과학회도 전문임상병리사를 배출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임상병리사 어떻게 탄생하나
전문임상병리사는 전공 분야에 깊고 폭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난도 검사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말한다. 최근 여러 의료기관은 검사 관련 첨단장비를 속속 도입하고 있으며 검사 분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검사를 도출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경쟁력과도 일치한다.

최근 몇 년간 유수 의료기관이 앞다퉈 도입한 ‘원스톱 진료서비스’의 중요한 축이 바로 신속한 검사결과이다. 전문임상병리사는 이런 측면에서 역할이 기대된다.

전문임상병리사로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세포병리사와 미생물, 채혈, 임상생리, 임상화학, 면역학, 감염관리, 산업, 의약연구소 등이다. 검사 기술의 발달에 따라 미래에는 더 많은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병리사가 되려면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시험에 응시하려면 대한임상병리사협회 회원으로 가입해 임상 경력이 10년을 넘어야 한다. 전문가 위상에 부합하는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각 분과학회가 주관하는 수련과정을 이수해야 자격을 얻는다.

전문가로 인정받는 만큼 교육과정은 고단하다. 약 1년에 걸친 교육과 시험준비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 시험 난도 역시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응시생들의 소감. 일례로 미생물의 경우 세균의 분리와 동정, 진균의 분리와 동정, 바이러스의 분리와 동정, 기생충 동정 시험, 항생제 감수성 검사, 분자미생물학 검사의 이론과 실제 등 다양한 내용을 교육받아야 한다.

이미 전문가 위상을 확보한 세포병리사도 마찬가지이다. 세포병리사 교육과정은 3월에 시작한 교육이 12월에 끝나는 긴 과정이다. 매주 토요일 국립암센터 세포전문병리사 양성교육실에 모여 교육을 받아야 한다. 올해 세포전문병리사 자격인정시험은 오는 12월 10일 국립암센터에서 열린다.

전국을 순회하는 월례집담회도 개최된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거치고 시험에 합격해야 전문임상병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

협회는 전문임상병리사 목표에 대해 ‘전문교육과정을 통해 특수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상급실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복잡한 업무를 규칙이나 지침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험과 직관 그리고 실력으로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때문에 자격이 엄격한 편이다.

미생물전문임상병리사 탄생
작년 11월 국내 첫 전문임상병리사가 탄생했다. 미생물검사학회(학회장 장인호) 주도의 시험이 치러진 것. 협회가 4년간 준비한 노력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작년 11월 6일 진행된 이 시험에는 전국에서 200여명이 응시했다.

시험에는 새로운 검사법과 정도관리, 감염관리 등 수준 높은 문제가 출제됐다. 그럼에도 “응시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

미생물검사학회에 따르면 응시자는 부산지역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경력 21~25년 여성 임상병리사가 많았고, 퇴직자들이 응시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의료기관 종별로 살펴보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시자가 90% 이상이었으며, 응시생 200명 중 195명이 전문임상병리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동안 미생물검사학회는 자격시험 지원자를 대상으로 1년간 교육을 진행했다. 스타강사를 섭외하고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4주 기본교육을 시작으로 별도의 보충교육을 가졌다. 순회교육을 통해 커리큘럼의 다양성도 꾀했다. 학회 측은 “회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주목했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며 “전문임상병리사가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임상병리사 방향과 과제
전문임상병리사가 탄생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더욱 정교한 교육시스템과 재정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체계화된 제도로 완벽히 뿌리를 내리려면 확실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전문임상병리사의 위상은 임상병리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당장 현장에서 사용하는 실장과 기사장, 수석기사, 주임 등의 혼재된 호칭을 통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협회를 중심으로 전문임상병리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기관 내 전문임상병리사에 대한 필요성과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또 전문임상병리사의 공급과잉을 지양하고 수요를 늘려 왜 전문임상병리사가 필요하며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문임상병리사제도는 임상병리사들에게 사회적인 위상 제고와 전문성 강화를 가져오고, 국민에게는 질 높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윈윈 효과를 지향한다.

실체적 방안으로는 병원인증평가에 전문임상병리사 확보 여부를 평가항목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문임상병리사 보수교육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 이른바 질 관리를 말한다.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신기술을 적절히 습득하고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임상병리사제도 성패는 우수한 사후관리에서 판가름날 수 있다.

안용호 회장은 “보건의료계 내부적으로 독보적인 전문성을 확보하고 대외적으로는 대국민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협회의 역량을 키우겠다”며 ‘이러한 노력으로 전문임상병리사가 각 기관에 뿌리내리고 젊은 인재들이 선호하는 목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용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은 전문임상병리사 제도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관심이 많다. 임상병리사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포병리사로 두각을 나타낸 안용호 회장은 협회 부회장을 거쳐 회장에 올랐다. 지난 임기 2년간 다양한 정책사업을 추진해왔다.

안용호 회장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업무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라며 “장비가 더욱 고도화되고 업무도 세분화를 추구하고 있어 전문임상병리사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자생물학과 분자유전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검사기술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

그는 “정확한 검사결과를 도출하려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병리사의 스페셜리스트화도 중요한 과제이다. 선진국을 보더라도 전문임상병리사의 역할은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임상병리사도 이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의 길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용호 회장은 “일부 검진사업에 임상병리사가 꼭 참여하도록 법제화된 것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면서 “예방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수록 임상병리사의 역할도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맞춤치료에 대한 특수한 검사가 시장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전문임상병리사 제도가 안착 되면 국민에게 더욱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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