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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리는 의사(醫師)
[ 2011년 04월 13일 10시 33분 ]
해부학을 사랑하는 ‘해랑 선생’ 정민석 교수. 그는 실력은 없지만 머리를 박박 깎아서 간판처럼 빛나고 잘 보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간판’ 교수라 지칭하는 유쾌한 사람이다. 그의 어릴 적 꿈은 만화가였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고이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공인 해부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심플한 그림과 함께 학습만화와 명랑만화를 펴내 어릴 적 꿈을 이뤘다.
정민석 교수가 만화를 그리는 이유는 의대와 치대, 간호대, 보건대, 한의대, 약대, 체대, 미대 학생이 해부학을 더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나아가서는 일반인도 해부학을 이해해 의사의 설명이나 건강에 관한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민석 교수는 만화를 그릴 때 먼저 내용을 정리한 후 그 글을 바탕으로 밑그림을 종이에 그리고 그 밑그림을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려낸다.
어릴 적 만화가 꿈 이룬 해부학 교수 '해랑 선생'
정 교수는 현재까지 학습만화와 명랑만화 두 종류를 그리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해랑선생의 일기’, ‘튼튼 선생’, ‘튼튼 선생의 일기’ ‘꽉 선생의 일기’ 등이 있다. ‘해랑선생의 일기’는 해부학 교수인 자신이 수업이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이 녹아있다.
정 교수가 그린 해부학 명랑만화 ‘해랑 선생의 일기’를 들여다 보면 보신탕 이야기가 나온다. 해랑 선생이 “개의 해부학을 공부합시다”면서 식사를 시작한다. 그날은 특별히 보신탕 집 주인이 개의 음경을 가져다주었다. 그러자 해랑 선생이 “개의 음경에는 음경뼈(os penis)가 있습니다”하니 주인이 “네~ 딱딱해서 만년필 이라고 하죠”하고 답했다.
해랑 선생은 “토박이말로 개의 음경을 ‘엘레지’라고 합니다”라고 말하니, 같이 식사하러 간 동행이 “‘지’로 끝나는 낱말은 생식 계통과 관계가 많구나!”라고 했다. 이어 해랑 선생은 “프랑스 말로 ‘엘레지’는 슬픈 노래를 뜻하죠”라고 말하니 동행은 “슬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를 앞으로 ‘엘레지의 여왕’이라고 하면 안 되겠네요”라고 말한다.
그는 “해부학은 형태학이기 때문에 만화와 같은 간단한 그림으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서 “사람 몸을 통계별로 나눠 몸의 생김새와 기능, 관련 질병 등을 따로 떼어 만화를 그렸다. 하지만 학습만화는 재미가 없어 망했고 다음 재미를 넣어 그린 만화가 해랑 선생의 일기”라고 소개했다.
만화에 등장하는 해랑이는 정민석 교수이다. 그는 “나는 노는 것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항상 연구하면서 많이 뽐낼 궁리를 한다”고 말한다.
정민석 교수가 해부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시신이 무섭지 않냐”이다. 이에 정 교수는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더 무섭다. 학장님은 열심히 일 하라고 압박하시고 술집에서는 술값 내라고, 마누라는 돈 벌어오라고 하는 등 산 사람이 나를 괴롭히니까 죽은 사람보다 산사람이 더 무섭다”는 엉뚱한 답을 내 놓는다. 이렇듯 위험한 수위와 학문적인 틀을 넘나들면서 어려운 해부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정민석 교수는 “해부학은 건강한 사람의 생김새를 공부하는 과목이며, 건강한 사람의 신체를 잘 알아야 질병에 대해 깨닫는다”면서 “즉 해부학은 모든 의학의 기초가 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명랑만화에서는 재미있는 소재와 다소 야한 이야기들이 다뤄지긴 하지만 실제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해부학을 열심히 공부할 뿐 아니라 시신을 기증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고 경건한 마음으로 해부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만화를 보면서 의과대학 학생은 해부학을 더 쉽고 재미있게 익히고, 의과대학 학부모는 자녀의 공부 환경을 더 이해하고, 의사들은 학생 때의 추억을 떠올리기 바란다. 또 일반인은 해부학, 나아가 의학을 더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당부했다.
소아과·산부인과 등 개원가 홍보 만화도 제작
의사들은 매일 진료를 하면서 비슷한 증상을 지닌 환자들에게 질병의 어원과 증상, 치료방법 등 하루에도 수십 번 씩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만화로 그린 포스터를 진료실이나 대기실에 붙여두면 환자와 보호자들이 쉽게 질병에 대해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정민석 교수는 아주의대에 재직 중인 류마티스 내과와 정형외과, 치과 전문의들과 공동으로 임상의학 만화 ‘튼튼 선생’을 선보였다.
정 교수는 “이 외에도 소아과나 산부인과의 ‘임신과 출산’ 등 방대한 내용을 기존에 출판된 딱딱하고 재미없는 책이 아니라 그림으로 쉽게 풀어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국민 홍보 등의 작업은 자신과 개원의단체, 학회 등 관련 기관과 연결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자신의 만화를 홍보하고 매니지먼트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민석 교수가 앞으로 그리고 싶은 만화는 의학백과사전이다. 정 교수는 “백과사전을 만화로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시간과 돈, 인력이 필요하며 그 내용의 양 또한 방대하지만 꼭 만들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정민석 교수는 해부학만화와 임상의학만화, 과학만화, 홍보만화, 등산.여행 등의 취미 만화를 그리고 있다. 정민석 교수의 만화는 홈페이지(www. anatomy.co.kr)에서도 볼 수 있다.
김도경기자 kimd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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