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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환자 맞아야 병원이 산다"
[ 2011년 04월 12일 22시 23분 ]
순천향대학교병원이 재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중앙대학교용산병원이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통합되면서다. 경쟁병원의 환자를 흡수할 수 있는 호기가 아니냐는 기대어린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병원 발전을 고심하는 수장의 근심은 어느 때보다도 깊다. 지난해 1월 임기를 시작한 신병준 병원장은 "경쟁병원이 없는 구도는 오히려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중대용산병원 이전 이후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순천향대병원의 미래를 위한 진솔한 운영철학을 들을 수 있었던 신 병원장과의 특별한 인터뷰를 전한다.
[편집자주]
“세계의 중심 용산, 건강의 중심 순천향”
병원장실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두개의 표어가 눈에 띈다. 나란히 붙어 있는 표어들은 서울 용산구에서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순천향대병원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고안된 문구다. 신병준 병원장은 특유의 진중한 표정으로 “중대용산병원 이전이 꼭 기회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순천향대병원으로서는 경쟁병원 이전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비교대상이 없어졌으니까요. 병원이 파업을 하면 이웃병원 환자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폐원이나 이전을 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환자는 오지 않는다. 중대용산병원이 이전했어도 (순천향대병원) 환자가 늘지 않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뼈아픈 통찰을 했다. ‘좋게 말하면 지나치게 고고하고, 나쁘게 말하면 (주민들과) 소원하게’ 지냈다는 게 그가 내린 냉정한 평가다.
신 병원장은 중대용산병원과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병원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2~5월까지라고 판단하고 있다. 용산병원을 이용하던 주민이 흑석동으로 따라갈 것인지, 좀 더 다니기 편한 위치에 있는 병원으로 옮길 것인지가 이 시기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이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중대용산병원이 용산 서부지역 거점이었던 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순천향대병원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용산 서부지역과 우리 병원이 위치한 동부지역 중간에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어서 더 멀게 느껴질 수가 있어요. 그런데 용산역에서 한남역까지 10분, 효창공원역에서도 4정거장만 지나면 한강진역이거든요. 10분에 채 걸리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병원 측은 용산 거부지역 인근에서 오는 환자들을 위해 한남역과 한강진역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지역 홍보대사를 위촉해 ‘순천향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또 지역 오피니언 리더라 할 수 있는 통반장과 주민 자치위원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병원장이 직접 나서 홍보 동영상을 틀어줬다.
신 병원장은 “이렇게 해서 지역 주민들이 순천향대병원에 오면 확실하게 단골고객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친절하고 안전하게, 교수들이 최선의 진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소화기병센터, 일반외과 활성화 자부심
어느새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게 된 의료시장에서 순천향대병원은 병상수로 승부하거나 세련된 현대식 건물을 뽐내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숨은 인재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탄탄한 실력만큼은 자부할 수 있다”며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반외과가 활성화돼 있어요. 문철 교수가 하는 혈관수술은 거의 독보적인 수준이고, 유방 쪽은 이민혁 교수가 꽉 잡고 있죠. 이뿐인가요. 해외에서 인정받는 젊은 교수들의 활약을 볼 때마다 뿌듯합니다.” 지난해 11월 무수혈수술 2000례 달성 기념행사를 개최한 병원은 췌십이장 절제술, 척추유합술과 고정술 같은 고난이도 수술에서 무수혈로 독보적인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 최초 개소에 빛나는 소화기병센터도 있다. 순천향대병원 소화기계열 의료진은 조기위암의 하이브리드 노츠, 광역동치료, 내시경점막하 박리술, 결석제거술과 같은 첨단 내시경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2009년 간판교수였던 심찬섭 교수가 건국대병원으로 옮기면서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맹장들이 많이 있다”고 신 병원장은 귀띔했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국제진료센터에는 연간 10000명 이상의 외국인환자가 다녀간다.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뉴질랜드 고도비만 환자를 성공적으로 수술해 화제가 된 외과 김용진 교수팀은 고도비만수술의 성공률을 높이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의사로서 갖는 남다른 자부심
대학병원의 수장이기 이전에 정형외과 전문의인 신병준 병원장은 무분별한 척추수술을 경계하는 명의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의사로서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환자에 대한 진심어린 정성과 둘째, 7회째 개최해오고 있는 척추심포지엄이다.
“안 그런 의사가 있겠냐만은, 저는 환자를 정성 들여 본다고 자부합니다. 수술도 정말 신중하게 결정하죠. 진짜 고쳐야할 데가 어디인가를 찾기 위해 환자와 몇 시간 동안 면담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신 병원장이 정의 내리는 훌륭한 의사란 의학적 통계에 따른 생존율 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예외’를 많이 아는 사람이다. 단 한 명의 환자라도 아픔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매우 드문 케이스에 대한 지식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그는 올해로 7회째 척추심포지엄을 개최해오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순천향대병원 동은대강당에서 열린 제7회 척추심포지엄에는 200석이 꽉 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참석자가 몰렸다. 등록비를 받는 유료 심포지엄이지만 그만큼 알찬 프로그램 구성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올해 주제는 요추부 협착증으로 정했어요. 7회까지 제가 모든 내용을 기획했는데, 매년 성황을 이루니 주위에서 부러운 시선을 보내곤 합니다. 아무래도 배우는 게 있으니까 다들 등록비를 내고서라도 찾아오는 거 아니겠어요.(웃음)”
그는 요즘에도 일주일에 세 번은 외래진료실에서 환자를 본다. 병원 운영을 시작하면서 수술 일정이 빈틈없이 차 있던 이전만큼은 못하지만 수술도 꾸준히 하고 있다. “원장 임기 끝나면 복귀할 곳은 수술실 아니겠냐”며 호탕한 웃음을 짓는 신병준 병원장.
신 병원장은 “수술할 때만큼은 복잡한 병원 문제를 잊고 전념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어디까지나 나는 칼잡이니까, 잠시 감투 좀 썼다고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매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그의 목표는 모든 병원 직원들이 환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빤한 얘기인 것 같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환자들 덕에 의사들이 월급을 받고, 나아가 의학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측면에서 철저한 환자 중심 병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을 빼고 환자를 대해야 한다”는 이색 철학을 들려주면서 말을 맺었다.
“흔히 골프나 수영할 때 힘을 빼고 해야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수영할 때 힘을 주면 물에 가라앉고, 골프를 칠 때 힘을 주면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립니다. 의사로서의 태도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힘을 빼고 꾸밈없이 환자를 대할 때 진심은 통하는 법이거든요. 이렇듯 힘을 뺀 직원들이 모여 있는 병원은 저절로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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