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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 계속 느는데 신생아중환자실 중병
[ 2011년 04월 07일 02시 55분 ]
“언제까지 사명감에만 기댈 순 없는 노릇이다. 지역신생아집중치료 체계의 붕괴까지도 초래될 조짐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이 지역 저 지역을 전전하는 산모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의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 선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생아중환자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미숙아 출산율은 점점 늘어나 신생아집중치료실의 수요는 더욱 많아졌지만 인력ㆍ병상 수ㆍ운영비ㆍ진료체계 부족 등 총체적 난국 상황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공공성이라는 큰 틀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민간병원이나 일부 의사들의 희생과 사명감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라는 중론이다.
수요 쫓아가기 바쁜 공급…“폐업 선언” 속출
가장 시급한 것은 병상 증설이다. 보건당국에서는 2008년부터 신생아집중치료 병상의 지역별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지역거점 기관을 선정, 예산을 지원해 왔다.
2008년 3개소(30병상)를 시작으로 2009년 2개소(20병상), 2010년 3개소(30병상), 2011년 5개소(50병상)를 지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한참 역부족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주 받아 진행된 삼성서울병원 장윤실 교수팀의 ‘신생아중환자실 실태조사 및 생존율 분석’ 연구보고서(전국 총 117개 병원 대상)에 따르면 향후 전국적으로 200~600개 이상의 병상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역시 2.5kg 미만의 미숙아 발생률이 2000년 3.8%에서 2005년 4.3%, 2009년 4.9%로 뚜렷한 증가 추세임을 발표, 신생아집중치료실이 더 많이 필요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같은 신생아중환자실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 현상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감소한 운영 병원·병상 수에 기인한다.
2005년만 해도 신생아중환자실을 실제 운영했던 곳이 143개 의료기관, 1731병상이었지만 2010년 10월 기준에선 93개 병원, 1252병상으로 급격히 줄었다.
일부 의료기관들이 신생아중환자실을 지속 운영할 여력이 되지 않자 ‘폐쇄조치’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결국 민간병원의 감소폭이 너무 크다보니 복지부의 신생아중환자실 지원사업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면서 “사업을 더욱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의 2명ㆍ전공의 2명ㆍ당직의사 1명
이처럼 병원 차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이 천덕꾸러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크게 인력부족과 경영적자가 꼽히고 있다.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 한 관계자는 “학회 같은 자리에 가면 분위기가 처참하다. 지역 신생아중환자실의 인력 부족 문제는 말하면 입만 아프다. 사명감을 갖고 하는 것인데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단적인 예로 지난 해 기준 충북 지역의 경우 병원 1곳의 신생아중환자실 의사 인력은 전문의 2·전공의·2·당직의사 1명으로 보고서는 기록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윤실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 운영에 있어 24시간 근무할 수 있는 의사 인력 확보야 말로 필수적”이라면서 “당직의를 구하기 어려워진 일부 병원에서는 병상과 장비가 있어도 운영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으로 갈수록 간호 인력난 역시 심각해 지금도 응급을 요하는 집중치료가 어려운 곳이 많지만 인력부족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과거와는 다르게 수도권,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병원에서는 미달이 속출하고 기피과로 낙인 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전공의 없는 신생아중환자실, 나아가 당직의·전문의 부족까지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저출산으로 분만 건수도 현격히 줄어든 상황에 비현실적인 의료보험 제도까지 더해져 과 비전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경영적자 해결 없인 영원히 다른나라 얘기
이처럼 신생아중환자실의 경영적자를 유발하는 수가와 운영비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전체 신생아중환자실 재원 환자 가운데 실제로 신생아집중관리료를 적용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평균 30%가 넘어 그 적용대상 범위 설정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장기적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의 적자를 가중시키고 투자를 회피하게 만들어 진료체계를 보다 어렵고 비효율적인 구조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병상 수, 장비, 인력, 협진체계 강화를 위한 지원이 절실하며 병상 확충에 필요한 예산 책정과 더불어 지속적인 운영비 지원을 위한 시스템 개편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경영상 적자 요인인 인력 부족→운영비 부족→병상 감축→병원 투자 축소 등으로 연결 지어진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전체적인 밑그림이 필요한 것이다.
장윤실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재원한 환아들 가운데 62% 정도만이 신생아집중치료관리료를 인정받고 있다”면서 “이는 설비와 인력을 감당하고 있는 신생아중환자실의 경영적자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보여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4시간 응급 체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고려해 간호사 및 의사 인력 확보를 위한 합당한 여건 개선도 고민거리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인력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인력 문제 해결과 함께 진료체계 네트워크 형성에 대한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리라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병상 확충 계획” vs “전원 및 진료체계 구축 시급”
신생아중환자실의 총체적인 인프라 부족으로 의료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결코 풀리지 않을 사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의 진료체계를 신생아 응급 진료체계로 손 봐야할 뿐만 아니라 산모·신생아 전원 및 이송 흐름 파악을 통한 전달체계 수립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신생아의 전원 시스템은 지역화 된 의료체계의 일부분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일정 부분 미국이나 영국처럼 신생아중환자실의 레벨화를 이룰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에는 이미 연간 극소저체중출생아 진료건수가 100명이 넘는 초대형 신생아중환자실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병상 수를 늘리기 보단 권역을 총괄하는 국가종합센터로의 지정을 고려, 최후의 백업센터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권역-종합센터로 이어지는 전국적인 신생아집중 치료 전원 체계망이 이상적이란 얘기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예산 사업이다 보니 이 같은 목소리를 온전히 반영하고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생아집중치료에 대한 중요성을 각인, 2008년부터 신생아집중치료실 선정을 시작한 보건복지부는 현재 병상 수 확충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적으로 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지부 가족건강과 관계자는 “고위험 신생아의 생존율을 높이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날 수 있는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신생아집중치료 병상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단위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정책 방향을 논의·설정해 나가고 있지만 현재는 복지부에서 지정한 센터 위주로 관리하는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운영비에 대한 부분은 지난해부터 센터 한 개소 당 매년 1억 여 원씩 지원을 시작했으며 시설 공사나 장비 구입 부분에 대해서도 보고 체계를 통해 관리감독 하고 있다”면서도 “예산사업이다 보니 확보 문제도 있고 정책적인 부분의 검토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생아중환자실의 총체적 개선이 시급한 가운데 의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恨) 서린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고 있다. 정부의 용단 없이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잘 알기에 국내 신생아중환자실의 자화상은 그래서 더욱 냉혹한 봄을 맞고 있다.
“울며 웃으며 하는 얘기지만 신생아들은 투표권이 없어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들 한다. 저출산 극복을 외치지만 태어난 아기들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건 정말 아이러니다. 다행스럽게도 미숙아 생존율은 좋아지고 있다. 정부 주도 하에 그림을 완성시키고 실현해 나가지 않으면 미래는 암울하다. 신생아중환자실, 정말 놓치면 안 될 중요한 문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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