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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위기 파고 넘을까
[ 2011년 03월 27일 13시 22분 ]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건강보험 재정 악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점차 증폭되고 있다.

불합리한 의료 수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난해에는 건보 재정적자가 1조3천억원이나 발생했고 그 여파로 건보 재정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부는 건보 재정 악화의 근원인 비효율적인 의료서비스 수급 체계를 바로잡겠다며 최근 대대적인 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은데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와 수급자 단체의 불신과 저항도 만만찮다.

◇바닥 드러내는 건보 재정 =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월별 자금수지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연간 5천130억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연말 누적적립금은 4천462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건보 적립금은 통상 직장 정산보험료 수입이 잡히는 5월에 큰 폭으로 늘었다가 연말로 갈수록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따라서 연말과 연초 적립금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연중 적립금 변동 곡선의 고점과 저점이 추세적으로 낮아지면서 바닥을 향하는 가운데,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불합리한 의료서비스 수급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조만간 건보 재정 수지가 적자와 흑자 사이를 오르내릴 것이 분명하다.

그나마 올해 연말 예상 적립금 4천462억원이, 다양한 재정안정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해 5천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나온 수치인 점을 고려하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곳간 비우는 '의료 실패' 실태는 = 이런 건보 재정 악화를 불러온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의료서비스 수급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불합리한 의료서비스 수급의 근원은 의료전달 체계의 붕괴다.

44개 상급종합병원의 연간 외래환자 수는 3천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 건수 중 동네병원에서도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 무려 32.5%(2009년 기준)에 달한다.

이런 환자 쏠림은 의료기관간 경쟁을 촉발하면서 병상 및 장비 과잉투자로 이어졌다.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병원 수는 58.5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2008년 기준)인 31.03개에 비해 무려 20개 이상 많다.

인구 1천명당 병상수는 최근 10년 새 72.6%나 늘어 OECD 평균치를 크게 상회하지만 실제 가동률은 56.9%에 불과하다.

또 100만명당 특수 및 고가 의료장비 역시 CT가 35.6대(OECD 평균 22.97대), MRI 20.15대(〃 11.13대), 유방촬영장치 49.39대(〃 22.63대), PET 3.17대(〃 1.48대)로 OECD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결국 이는 중복 진료 등 과도한 의료이용으로 이어져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의 주범이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그동안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고 최근에서야 '의료 실패' 사실을 시인했다.

◇지속가능한 건보 체계 만들 수 있나 = 건보 재정이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최근 비효율적인 의료체계를 바로잡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계획의 하나로 최근에는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 외래진료를 받는 경증 환자들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인상하고 영상장비 검사료의 보험 수가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복지부는 고액재산 보유자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고 보험료 상한선도 인상할 계획이며, 약국 행위료를 조정하고 급여 대상 의약품 목록도 재정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약제비 본인부담률 인상안은 가입자 단체로부터 환자 부담만 늘린다는 저항에 직면했고, 영상장비 검사료 수가 인하 방안도 병원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 진료비와 약제비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런 대책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재정지출 규모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결국 건강 보험료 인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게 내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리려는 가입자는 물론 치열한 경쟁 속에 어떻게든 수익을 늘리려는 의료기관을 설득해 지속가능한 건보체계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순항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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