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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의협 경만호 회장과 전의총 노환규 대표
[ 2011년 03월 28일 03시 00분 ]
건배사 논란으로 마초적 성향의 인물로 알려진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내부적으로는 소탈하다는 평(評)을 듣는다. 조직 내에서도 "경만호 회장은 인간적인 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적도 아군도 많은 이유가 이런 성격에 기인하지 않을까 싶다.

대한의사협회 한 이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직능단체인 의협을 이끌고 있지만 2년 동안 경 회장과 소주만 마셨다. 흔히 말하는 룸싸롱은 구경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배사는 명백한 실수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이 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의협의 일반 직원들도 권위적인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이를 확인한다.

경 회장은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본인도 사석에서 "장남이어서 그런지 부모님이 많이 밀어주셨다"고 말하곤 한다. 일각에서 만석꾼 집안에서 호의호식한 귀공자라고 평가 절하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 듯하다.

그는 지인들과 소주잔을 들 때면 젊은 시절 성악을 하고 싶었다고 자주 고백했다. 술이 거나해지면 예고 없이 한 소절을 불러 분위기를 돋구곤 했다. 자신의 비서와도 거리낌 없이 소주잔을 부딪히는 모습을 보였다. 안성에 소유한 토지에 줄타기 명인을 위한 공연장 등을 마련한 것도 예술을 동경한 취향이 반영됐다.

제도권 의료계의 수장자리를 꿰찬 경만호 회장은 전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도자 정식코스를 밟아왔다. 구의사회와 시도의사회를 거쳐 의협 회장 자리에 올랐다. 보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는 데 본인도 그 점을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

그는 기자에게 "정말 의협 회장을 하고 싶었다. 어려움을 겪는 젊은 친구들에게 개선된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1인 시위와 거침없는 비판 광고로 강경파로 알려진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도 사석에서는 인간적이라는 평(評)이 많다. 그를 가까이서 본 한 지인은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몇 시간 뒤면 풀어주곤 했다. 보이는 모습과 달리 마음이 약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노 대표 역시 곡기를 걱정할 만한 가정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의과대학 시절부터 오토바이를 즐길 정도로 당장의 삶을 걱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위 전언이다.

다소 강렬한 인상 때문에 불 같은 성격으로 오해되지만 낭만을 추구하는 구석이 있다. 첫사랑 인연과 결혼했고 주말에 오토바이 동호회에 시간을 투자한다. 큰 개를 키우면서 비료를 나르는 등 전원생활에 로망을 키워왔다.

의료계에서 보면 노 대표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측면이 크다. 지금 의료계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실무를 담당한 이사급들이었다. 노 대표는 별다른 족적이 없다.

그는 의과대학 교수직을 내던지고 사업으로 성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사업에 몇번 실패했지만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간호사 사이트와 약진 중인 의사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그래선지 선동에 강하며 언론플레이의 제왕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전해진다. 의협의 권위에 도전한 수많은 단체가 생겨나고 사라졌지만 이처럼 부각된 적은 드물었다는 것. 평가 또한 극과 극을 달린다. 노 대표는 현재 개원의사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며 의원협회 설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 회장과 노 대표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상징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두 사람은 세 번 충돌했다. 작년 11월 의협에서 첫 면담을 했고, 연말 '회원과의 대화'에서는 서로를 겨냥했다. 그리고 최근 법정에서 피고인과 고발인으로 마주했다.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 한 명은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품격 없는 또 한번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지 의료계의 눈과 귀가 번뜩이고 있다. 서로 지도자다운 페어플레이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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