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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 휘는 차등제, 중소병원 다 죽는다"
[ 2011년 03월 11일 21시 34분 ]
약속도, 대책도 없었다. 그들에게 남은 건 악과 원망 밖에 없었다. 지난 7일 중소병원 원장들은 그렇게 무작정 복지부를 향했다. 기다리라던 의료전달체계 개선도 못미더웠고, 무엇보다 간호등급 차등제의 고충을 전하고 싶었다. 일정이 바쁜 장관과의 만남은 당연지사 실패. 이들은 보건의료정책실 손건익 실장에게 탄원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중소병원 원장들이 목 놓아 외치고 싶었던 한 마디는 ‘간호등급 차등제 폐지’. 그 동안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요지부동인 복지부에게 최후 통첩의 심정으로 탄원서를 전했다.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대한중소병원협회 권영욱 회장
[사진]
을 만났다.
“중소병원 푸대접, 더 이상 못 참아!”
지난해 이 맘때 일선 병원들의 어려움을 전하던 대한중소병원협회 권영욱 회장의 ‘우려’는 ‘울분’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 정말 지쳐간다. 불합리한 정책으로 연간 수 십개의 중소병원이 문을 닫고 있지만 정부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정부의 푸대접에 울화가 치민다.”
권영욱 회장은 격양된 목소리로 작금의 중소병원계 분위기를 전했다.
“피 끓는 절규를 해 봤지만 매번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 왔다. 친서민, 친중소기업이 정부의 정책기조라는데 일선 병원들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뭔가?”
그도 그럴것이 간호등급 차등제 시행 이후 계속되는 삭감과 간호인력난에 따른 고충이 큰 상황에서 이번에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이 중소병원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사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중소병원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중소병원들은 이미 붕괴된 의료전달체계의 최대 피해자라고 스스로 정의하며 개선을 바랬다.
현재 국내 의료시스템은 ‘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러한 체계가 무너진지 오래다.
실제 환자들은 1차 의료기관인 개인의원 방문 후 2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으로 가거나 처음부터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사례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의원과 상급종합병원 사이에 끼인 2차 의료기관인 중소병원들의 경우 의료전달체계 붕괴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권영욱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붕괴에 따른 중소병원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병원들은 작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미 붕괴된 의료전달체계를 인정하고 ‘1→2→3차 체제’가 아닌 ‘1→3차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의원뿐 아니라 중소병원들도 1차 의료를 담당하고, 중증질환자에 한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토록 해야 한다는 그림이다.
하지만 최근 ‘1→3차 체제’라는 밑그림은 맞지만 1차에 종합병원이 빠지는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중소병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권영욱 회장은 “이 시스템으로 간다면 종합병원 대부분은 도산이 불가피 할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의 외래환자 쏠림으로 인한 의료양극화 현상도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중소병원 죽이는 간호등급제, 당장 폐지해야”
무엇보다 현재 중소병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는 바로 ‘간호인력’.
지난 2007년 간호등급 차등제 실시 이후 중소병원들은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했고, 무려 80%가 넘는 병원들이 기본 등급 이하로 분류돼 삭감 패널티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인센티브가 약속된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해 대형병원들이 간호사를 싹쓸이 해 가면서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중소병원들은 간호인력난 늪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
중소병원들은 간호사의 연봉을 올리며 채용 노력을 해 봤지만 대형병원으로 간 간호사들이 돌아올리 만무했다.
권영욱 회장은 “간호사를 구하려 해도 채용이 불가능한 상황을 정부도 잘 알고 있으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제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동안 주장해 왔던 해외인력 수입, 간호조무사 인정 범위 설정 등의 방안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이제는 간호등급 차등제 폐지 외에 대안이 없다는 의지의 반로였다.
권 회장은 “일선 병원들의 간호업무를 파행적으로 몰고가는 간호등급 차등제를 하루 속히 폐지해야 한다”며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중소병원계는 지난 7일 복지부에 전한 탄원서에서도 일관되게 간호등급 차등제 폐지를 주장했다.
권영욱 회장은 “간호사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면서 일선 병원들의 간호인력 부족현상은 심화되고 있다”며 “합리적인 대안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간호등급 차등제는 보험재정, 병원경영, 환자건강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며 “제도를 당장 폐지하고 간호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끝으로 “복지부는 앞으로 예측 가능한 행정을 하라”며 가슴에 담아뒀던 쓴소리를 던졌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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