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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엘 '초조' vs 베링거 '느긋'
[ 2011년 03월 07일 21시 30분 ]
일명 ‘피떡’이라 불리는 혈전. ‘와파린(warfarin)’이란 명약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 혈액 덩어리가 혈관을 막아 발생되는 혈전증에 인간은 속수무책이었다.
피떡 생성을 원천적으로 무산시키는 와파린의 위력 덕에 인류는 생명연장의 꿈을 연장시키며 페니실린과 함께 와파린을 ‘신이 내린 선물’에 비유해 왔다.
하지만 ‘쥐약’이라는 태생의 한계점 때문이었을까? 와파린이 인간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기적적인 효과와 각종 이상반응은 늘 공존했다.
개인 별 편차가 큰 탓에 용량 조절이 어려웠고, 음식이나 다른 약제와의 연관성이 높아 일상생활에도 적잖은 불편을 초래했다.
제약사들은 이러한 와파린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지난 5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신약 개발에 도전했지만 피떡을 만드는 응혈인자의 수수께끼를 좀처럼 풀어내지 못했다.
신약 개발자들에게 철옹성과 같았던 항응고제 와파린이 최근 차세대 주자들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와파린 대체제로 급부상 중인 제품은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와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
이들 제품은 50년 동안 허락되지 않았던 와파린의 벽을 넘었다는 점 뿐만 아니라 동일 국가 제약회사에서 비슷한 시점에 등장했다는 사실로도 이목을 끌고 있다.
실제 자렐토와 프라닥사 모두 와파린의 한계점 대부분을 극복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 보이는데 성공하며 차세대 와파린이라는 평가를 받은 상태다.
자렐토는 독일계 제약사인 바이엘이 내놓은 야심작이며, 프라닥사 역시 독일 제약기업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최대 기대작이다. 두 제품의 출시 시점도 2010년을 전후해 앞치락 뒷치락 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향후 차세대 와파린 시장을 놓고 접전이 예상되고 있지만 현재 국내 상황만으로는 명암이 서서히 엇갈리는 모습이다.
우선 국내 시장에 먼저 상륙한 제품은 자렐토. 2009년 4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승인을 획득하며 첫 한국행을 결정지었고, 2010년 보험에 등재되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반면 프라닥사는 약 2년 늦은 지난달 18일에야 국내 허가를 취득, 자렐토의 뒤를 이어야 했다.
선점효과 만으로는 자렐토의 우세승으로 비춰지지만 적응증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렐토가 얻어 낸 적응증은 ‘고관절 및 슬관절치환술 환자의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프라닥사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이다.
현재 와파린 복용환자의 70% 이상이 심방세동 환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세대 항응고제 시장의 핵심은 자렐토가 아닌 프라닥사가 공략한 셈이다.
자렐토 역시 1만4000명이 참여한 ROKET 임상시험을 토대로 심방세동 뇌졸중 예방에 관한 적응증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FDA 승인을 얻지 못한 상황이다.
이미 FDA로부터 심방세동 뇌졸중 예방에 관한 승인을 얻어 미국, 일본 등에서 마케팅에 돌입한 프라닥사가 ‘와파린 대체제’를 자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항응고제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심방세동에 적응증을 얻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며 “와파린에 이은 항응고제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바이엘 측은 “현재 대규모 임상시험을 끝내고 승인 작업에 들어간 만큼 조만간 심방세동 관련 적응증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며 “경쟁은 그 때부터가 시작”이라고 반응했다.
하지만 자렐토와 프라닥사 자존심 경쟁의 최대 변수는 ‘약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자렐토 약가는 1정당 6030원. 심방세동 뇌졸중 예방 적응증을 획득한 프라닥사 역시 이 수준에서 약가가 결정될 경우 기존 와파린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최기준 교수는 “안전성과 유효성 만으로 봐서는 100% 대체할 의향이 있지만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와파린 1정당 가격은 100원 미만. 와파린의 가격 경쟁력은 50년 만에 새역사를 쓴 이들 제품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큰 산이 될 전망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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