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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도 'SSM' 불똥 튀나…처절한 개원가
[ 2011년 02월 23일 03시 00분 ]
최근 골목상권에 들어선 대기업의 각종 경영책이 몰매를 맞고 있다. 이마트의 이마트피자와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각종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 등은 대기업이 거대 자본과 유통력을 무기로 소상인들의 생존권을 고사시킨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거대 자본과 규모를 앞세워 골목상권을 죽이는 일이 의료계에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갑자기 생긴 대형마트급 대학병원 분원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병원을 운영했던 의원들이 새 둥지를 찾아 떠나는가 하면, 공공성을 앞세운 SSM급 종합병원 이전으로 인근 개원가가 술렁이기도 한다. 의료는 사회 공공재라 시장규제 적용이 어렵다는 미명 아래 1차 동네의원들은 이리저리 치이는 모양새다. 새 둥지를 트는 대형병원과 주변 의원들 사이에 오가는 피 튀기는 생존경쟁의 현장을 조명해 봤다.
[편집자주]
대형마트 등장보다 거센 비난을 맞은 것은 SSM의 골목상권 진출이었다. SSM은 대등하지 않은 조건으로 동네 슈퍼와의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달 중랑구 신내동에 623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서울의료원이 이전한다는 소식에 중랑구 일대 개원의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료원이 중랑구 일대 의원들보다 비급여 항목의 수가를 낮게 책정해 초반 입지를 다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수퍼마켓이 즐비한 골목에 들어선 SSM 서울의료원이 저렴한 가격으로 물량공세를 시작, 골목 상권이 죽어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개원가가 술렁이고 있다.
중랑구의 한 개원의는 “서울의료원이 비급여 항목 수가를 주변 시세의 70%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의료원에 항의했다”고 소문의 실상을 소개했다.
그러나 서울의료원 직원의 답변을 들은 그는 더욱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개원의에게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우리의 경쟁상대는 상계 백병원이나 한양대 구리병원이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근 지역 환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특화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시세의 70%로 책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침”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중랑구 일대 개원의들은 각종 규제와 경쟁으로 가뜩이나 병원 경영이 어려운 마당에 서울의료원의 이번 결정으로 중랑구 일대 의원들이 고사 위기에 빠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신내동 A내과 원장은 “지금은 아니라고 하다가 공공성을 적용해 수가를 낮게 책정했다고 공지하는 순간부터 의원들은 피해를 입는다”며 “서울의료원 같은 대형병원이 개인병원과 경쟁하겠다고 나서는 건 올바른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서울의료원이 공공성을 포기하고 시장경제 논리를 따라가는 것 아닌가. 공공성을 앞세운 수익 사업에 일차 의원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것”이라며 성토했다.
서울의료원은 중랑구 신내동으로 이전한 뒤 적용할 비급여 항목 수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3월 25일 이후 적용되는 서울의료원의 비급여 항목 수가는 현재 변경 중이며, EMR 작업 과정을 거친 뒤 이전 날짜에 맞춰 공지될 예정이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신설되는 비급여 항목도 있고 변경되는 항목도 있다. 최신 장비를 새롭게 설치해 원가 자체가 변하는 항목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는 "비급여 수가 책정에 ‘주변 시세의 70% 가격’이란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했다.
그는 "진료비심사위원회에서 수가책정을 할 때 원가를 계산한 다음, 환자와 주변 의원, 공공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한다. 그래서 '기준은 무엇'이라고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서울의료원이 비급여 항목 수가 책정에 있어 주변 의원에 미칠 영향과 공공성을 함께 고려한다고 해도, 비급여 항목 수가가 공개되기 전까지 주변 의원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중랑구 B피부과 원장은 “공공성이란 단어는 낮은 비급여 수가가 아니라 전염병 관리나 불치병 치료 같은 분야에 사용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주변 병원들의 의견을 묻거나 눈치를 보는 시늉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이런 개원가들의 반응에 대한 서울의료원 담당자의 답변은 조금 다르다. 중랑구 신내동으로 이전하는 서울의료원은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인근 개인병원이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의원급 이용자보다 만성ㆍ응급 환자가 많이 오는 종합병원이다. 게다가 공공의료기관인 독특한 특성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공공성’과 ‘지역 경쟁성’이란 가치에 낀 중랑구 일대 의원들의 근심은 서울의료원 비급여 항목 수가가 공개되기 전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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