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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중심적 문화에서 '유리벽' 돌파 관건
[ 2011년 08월 09일 03시 04분 ]
최근 1~2년 사이 의료계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난 ‘여풍(女風)’현상은 향후 10년 이내 여의사가 남자 의사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을 정도로 확연하다. 특히 단순한 ‘여의사 증가’라는 의미를 넘어 수석합격과 같이 두각을 나타내는 여의사 비율도 증가하고 있어, ‘여풍’은 이미 의료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계에도 본격적인 ‘여성 상위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의사에 대한 불합리한 편견, 임신과 출산 등 불합리한 제반 여건을 개선하자는 사고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

의료계 ‘여풍’은 먼저 의과대학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여자 의대생 비율은 30%를 넘어섰으며 의과대학에서의 생활에서도 여학생들이 우수하다는 것이 사실로 굳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자 의대생 사이에 “1등부터 5등까지는 모두 여학생 차지”라며 “얼마나 독하게 공부하는지 여자 의대생은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회자될 정도다.

의사국가시험에서도 많은 수의 여의대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거나 합격률이 매년 상승하는 등 여풍을 확인케한다.

신규 먼허 여의사도 증가일로

의사국가면허시험 결과에서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면허를 받는 여의사 수는 2004년 27.7%(1043명), 2005년 31.9%(1074명), 2006년 37.2%(1299명) 등이었다.

더욱이 합격률에서는 여자가 전체 평균 88.5%보다 훨씬 높은 93.7%를 기록해 남자(85.8%)보다 성적이 높은 여학생들이 더 많다는 것을 나타냈다.

주요 대학병원의 인턴 및 전공의 모집에서도 여성은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며 전문의 자격시험에서도 여성들의 약진은 이어지고 있다.

제50회 전문의 시험에서도 여의사는 전체 2803명 중 702명으로 25%를 차지했으며 26개 전문과목 중에서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 9개 진료과에서는 여의사가 수석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매년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주요 대학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의과대학에서부터 뛰어난 성적을 유지, 국시 성적도 좋으니깐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인턴 및 전공의 모집에서 여성의 비율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과거와 다르게 수련 성적도 여의사들이 대체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물론 아직까지 흉부외과나 외과, 정형외과 등에서는 여성 비율이 적다”며 “그러나 소아과, 산부인과, 피부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에서는 여의사의 비율 증가는 물론 우수한 실력을 보이며 평균적인 나이보다 일찍 과장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女전공의 '임신금지 서약' 여전히 횡행"

각 의과대학의 여학생 비율이 거의 절반에 육박함에 따라 여전공의의 비율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 주소에 대한 성토는 여전하다.

최근 한국여자의사회가 실시한, '의학전공 여학생과 여자 전공의 환경 개선과 진로 결정을 돕기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223명 중 무려 91.9%(1124명)가 성별이 전공의 선발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서울의대 함춘여자의사회장은 "여성 전공의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사이 이뤄지는 수련기간 중에 결혼과 임신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나 현행 수련시스템 안에서는 늘 업무에 쫓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산 준비와 출산후 관리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여성 전공의도 근로자이므로 근로기준법상 산전·산후 출산휴가가 보장돼 있으며 출산휴가의 경우 임의로 선택하거나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없는 규정임에도 수련 중인 여전공의들이 이를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여전공의들은 피교육자라는 신분 때문에 결혼과 임신, 출산이라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업무공백을 우려해 전공의 선발시 여전히 '결혼 및 임신 금지 서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병원협회가 2009년 제정∙공포한 현행 '전공의 수련규칙'에서는 여성 전공의의 출산휴가를 명시적으로 보장하면서도 피교육자라는 점을 감안해 1회 출산휴가 기간(90일)만 수련기간으로 인정하고 2회 이상 출산한 경우에는 1회 출산휴가 기간(90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만큼은 추가 수련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전공의가 수련기간 중 2회 출산을 한 경우에도 서류상으로는 출산휴가 180일(90일 2회)을 다 쉰 것으로 기재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실제로 출산휴가 180일을 다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적이다.

"양적 증가 못지 않게 중요한 것, 질적 향상"

박경아 회장은 "임신한 전공의는 수련 기간 중 업무 부담은 물론 동료 전공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도 큰 스트레스"라면서 "동료 전공의 역시 상대적으로 업무의 양이 늘게 돼 임신한 전공의에 대해 불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근무 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다. 구체적으로는 근무 시간이나 당직 스케줄을 유연성 있게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병원 내 양육시설 유치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사회적인 흐름이 변하면서 의료계에서도 제도 개선이 물꼬를 트는 듯 했지만 그의 지적에 따르면 "한정된 인력으로 운영되는 병원 사정 상 파트너 전공의의 부담은 배가 되고 아기를 돌보면서도 여전공의의 마음은 좌불안석이 되는 등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박경아 회장은 "무엇보다 대체인력을 파견, 일을 분담할 수 있도록 인력풀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최근 대한의학회를 주축으로 전문의 수련과정의 전반적인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아직은 요원한 목표일 수 있겠지만 한국여자의사회가 세계적으로 부러워할 만한 조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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