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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와 무상급식
[ 2011년 08월 23일 22시 05분 ]
무상급식 투표가 종료되는 오늘(24일) 오후 8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생사를 결정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적어도 의료계 입장에서는 그렇다. 의료계가 무상급식 투표를 단순히 배곯는 아이들의 먹을 권리를 결정하는 정치 이벤트로 관망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번 투표는 대한민국의 복지 방향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내년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마저 띠고 있다. 여야는 집권을 위해 결단코 복지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정치권의 연이은 좌클릭 바람은 이념 문제이기보단 생존에 가깝다. 여기서 더 파괴력을 발휘하는 아이템이 바로 무상의료다. 이 아젠다가 무상급식 발전모델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무상의료가 먼 훗날 이야기가 될지는 서울시민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향후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을 때 의료계가 주연으로 대접받을지도 미지수다. 미래를 예측하기에 지금 의료계가 처한 상황은 복잡하고 정치적이다.
의료계 미래 설계 투표율 33.3%
무상급식 투표 결과는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해 야권이 승리할 경우 무상급식이 무상의료로 이어지는 수순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성장보다는 분배에 민심이 있다는 논리가 먹혀들어가 무상의료 정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무상급식을 표퓰리즘이라고 맹비난했던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보수정당이 민심을 거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배고픔 이상으로 서러운 것이 아픈 것인데 이를 외면한다는 논리를 반박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무엇보다 무상의료를 집권 플랜으로 보는 민주당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1월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전 국민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률을 10%로 낮추고, 병원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현행 400만원에서 100만으로 인하하는 내용 등을 담은 실질적 무상의료 정책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정책 추진에 필요한 8조 원의 재정은 국민 동의를 전제로 한 건강보험료 인상과 국가 지원으로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총 19건의 법률 제·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무상의료는 민주당뿐 아니라 급진·진보정당의 주된 관심사기 때문에 범야권의 연대가 가능한 이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연히 어떤 투표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정책의 향배가 갈릴 것"이라면서 "무상의료도 이런 흐름 속에서 정치적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투표율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전면적 무상급식에 제동이 걸리면 무상의료 정책은 다소 동력을 잃을 전망이다.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제시한 무상의료 카드가 확실한 파괴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게 된다. 단계적이고 소외계층에 집중하는 복지를 선호한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구호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야권이 내년 선거에서 무상의료 카드를 외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수면 아래 잠복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더 주목할 대목은 진료비 절감 차원에서 추진되는 지불제도 개편이다. 민주당은 무상의료를 위한 주요 정책으로 포괄수가제(입원)와 주치의제도, 총액계약제 등을 추진할 것을 예고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불제도 개편은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위해 당 차원에서 줄곧 관심을 둔 사안"이라며 "무상 논란과 별개로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사실 지불제도 개편은 현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온 상황.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수차례 총액계약제 도입을 언급했고, 복지부의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가 연일 계산기를 두드리는 만성질환관리제는 주치의제도 논란 속에서 제자리걸음이다. 그럼에도 주치의제도는 시장주의를 지향하는 현 정권에서도 줄곧 관료들이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정책이다. 속도에 차이가 나겠지만 복지 정국에선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 최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총액계약제를 필두로 한 지불제도 개편을 영원히 막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10년 이내에 도래할 현실적인 문제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게 3년이나 5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제약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약가 인하, 큰 병원으로의 이동을 막는 의료기관 종별 약제비 차등화 등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이라는 명제하에 추진돼 왔다. 관료들은 급격한 고령화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총의료비를 반드시 억제해야 한다는 일관된 인식을 보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불제도 개편은 정권의 성향과 별개로 언제든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진보를 지향하는 학자그룹과 단체들도 이슈 만들기에 한창이다. 지불제도 개편은 범야권의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일례로 서울대 김용익 교수는 지난 4월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와 함께 무상의료정책포럼을 발족했다. 무상의료정책포럼은 복지와 무상급식, 무상의료에 관한 복지 화두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토론기구이다.
지불제도 개편은 거론하기조차 힘든 의료계의 금기어다.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임으로 논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투표 결과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 투표함을 뜯지 않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제기될 이슈이지만 의료계 내부적으로 논의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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