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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심리상태까지 살피는 치료 필요"
[ 2011년 08월 26일 03시 17분 ]
“의사들이 환자들의 신체적 증상만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심리상태까지 고려해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겁니다.”(경희의대 생리학교실 민병일 교수[사진])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세계심신의학학술대회(ICPM 2011 SEOUL, World Congress on Psychosomatic Medicine)가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 일정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한국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ICPM 2011 SEOUL에는 세계 30개국 100여 명의 심신의학 권위자들이 참가해 50여 개 세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경희의대 연구실에서 만난 ICPM 2011 SEOUL 공동조직위원장 민병일 교수는 “이번 대회가 한국 임상진료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초의학 분야 교수인 민병일 교수가 임상진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0년대 경희의대 한의학과(당시 한의과대학은 의과대 소속이었음) 재학시절 통증 완화 연구에 몰두하면서부터다.

1976년, 경희의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민병일 교수는 재학시절 관심을 갖고 공부했던 통증에 대해 더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자 의과대학에 재입학 했다.

통증을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재학시절 침 연구에 관심을 가졌지만 한의학적 지식만으로는 신경계통에서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통증연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사면허와 한의사면허를 동시에 보유한 민 교수는 졸업 후 경의대학교 동서의학연구소에 근무하면서 통증이 심리적 요인에서도 기인한다는 점에 주목했고 해결책은 심신의학이라는 판단 하에 일본 규슈의과대학 심뇨내과로 연수를 떠났다.

당시 규슈의대 심뇨내과는 신경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며 한국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통증 및 스트레스 연구에 주력하고 있었다.

통증 및 스트레스의 원인을 단순히 몸의 이상에서 찾기 보다는 심리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자 치료에 임하는 방식을 취했던 것이다. 일본의 이런 방식은 민병일 교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시간의 문진이 이뤄지고, 환자의 생활환경 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방이 내려졌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던 것이다.

민 교수는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 증상을 심층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박사과정에서 신경생리를 전공해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혀갔다.

민병일 교수는 “맹장염으로 진단돼 수술을 해보면 맹장염이 아닌 경우가 있는 등 환자들이 경험하는 증상에 대한 원인 감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고통 자체가 의심받거나 주관적인 증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 유학 당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환자들 심리적 요소까지 고려해야할 의무 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1990년 한국에 돌아온 민 교수는 의학에 한의학, 심리학, 간호학 등을 더한 통합 심신치료 개념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지난 1992년 대한스트레스학회 설립을 주도했다.

민 교수는 “사실 기초의학을 전공한 나로서도 신체적 증상에 집중해 세분화되고 있는 의학만으로는 환자들에게 만족을 주기 힘듦을 느끼고 있다”면서 “신체적인 문제가 없는 통증 등의 증상에 대해서도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논의를 한국에서 확대시키기 위해 세계심신의학회 학술대회 유치에 앞장서 한국에서는 처음,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열리는 심신의학 국제학술대회 서울개최를 성사시켰다.

그는 “학술대회에서는 심혈관계, 소화기 및 내분비계 질환, 비만, 암, 불면증, 우울, 불안, 신체형장애, 흡연, 섬유성 근육통, 직무 스트레스, 정신면역학, 종교 및 사이코드라마의 역할 등 심신의학 전 분야에 대한 내용이 다뤄지고 심신의학의 임상활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 의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국제 학술대회 유치에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는 심신의학분야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60년대부터 연구가 진행돼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해 환자들의 고통이 외면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민병일 교수는 “질환 치료에 집중해 있던 의학이 이제는 삶의 질 제고에 나설 시기가 왔고, 단순한 질병 진단을 넘어 환자들의 심리적 요소까지 고려해야할 의무가 새롭게 부여되고 있다”면서 “보험 적용 등 제도적으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의학계 및 정책 당국의 관심을 당부했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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