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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개하는 내시경 교수들 "어이가 없다" 한탄
[ 2011년 08월 31일 21시 15분 ]
내시경점막하절개술(ESD)이 백척간두(百尺竿頭) 기로에 섰다.

'남자의 자격'에 출연 중인 가수 김태원씨가 이 시술을 받으면서 유명세까지 치렀지만, 한순간에 불어 닥친 적응증 제한과 수가인하 등으로 향후 의료현장에서 보기 힘들게 됐다.

이미 일선 병원에서는 대규모 예약취소 사태가 줄을 이으며 이를 항의하는 환자들과 사정을 설명하는 의료진들이 진땀을 흘릴 정도다.

복지부 "2cm 이하 위암만 시술하라"
의료계 "시술 가능했던 환자들 못하게 돼 발만 동동"

보건복지부는 1일부터 ESD에 대해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결정하고, 앞으로 2cm 이하의 위암에 대해서만 시술을 허용하기로 했다.

ESD의 전 단계 술기로 10년 전 한창 유행했던 내시경점막절제술(EMR) 기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전훈재 총무이사(고대안암병원)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환자들”이라며 “적응증을 워낙 제한해 놓은 탓에 기존에 하던 시술을 그대로 했다간 불법의료 행위로 몰릴 판”이라고 성토했다.

이미 상당수 위암 환자들이 검진을 통해 발견한 3~4cm 정도 암을 ESD로 절제해 왔지만,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훈재 이사는 “가수 김태원도 지금 암을 발견했더라면 ESD 대상이 되지 않아 최소한 위의 3분의 2 이상을 절제해야 했을 것”이라며 “간신히 꽃피운 ESD 혜택을 환자들이 받을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게다가 고령 환자이거나 다른 질환으로 인해 수술을 감당하기 힘든 환자에 대해서도 ESD를 적용할 수 없게 돼 환자들의 불편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또 최근 들어 식도암과 대장, 결장암에 대해서도 서서히 영역을 넓혀가던 추세도 완전히 꺾이게 됐다.

학회 최황 보험이사(인천성모병원)는 “급여기준을 살펴보면 위암 이외의 다른 적응증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결국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내시경 시술의 꽃이라 불렸던 ESD가 그대로 사장(死藏)될 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자의 자격 건강검진 특집에서 김태원의 위암을 발견해 ESD를 시술했던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9월분 예약을 모두 연기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김재준 교수는 “환자가 많이 밀려있는 탓에 두서너 달 이상씩 기다렸던 환자들이 태반이었는데 막상 자기 차례가 돌아오고 보니 시술을 할 수 없게 된 셈이어서 송구스럽기 그지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가인하 폭탄 병원계 "ESD 포기"
비용 더 들고 삶의 질(質) 악화 환자들 '불만 폭발' 예고

설상가상 복지부가 이번에 급여결정을 하면서 수가 역시 기존 240~250만원선이던 시술비용을 행위료 21만원, 치료재료비 9만 5000원선으로 대폭 인하하는 바람에 ESD 적응증에 맞는 환자들도 시술을 받기 힘들어졌다.

ESD의 필수 재료인 절연침이 원가 대비 20%에도 미치지 않는데다 각종 부수 재료 등은 아예 급여에서 빠졌고, 인건비와 운영비도 반영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조주영 교수는 “내시경실 운영 자체가 어려운 마당에 ESD는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이제는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ESD 대신 복강경 수술을 받게 될 경우 치료비도 400~500만원 선으로 훌쩍 뛰게 된다는 점에서 조 교수는 “환자들 부담을 덜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복지부, 심평원 등에 항의성 민원을 제기하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조 교수는 “시술을 받을 수 없게 된 환자와 보호자들이 복지부에 항의전화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어느 환자는 한쪽 폐가 없어 수술이 불가능한데도 ESD를 받지 못하자 보호자가 복지부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정이 심각해지자 소화기내시경학회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학회 설상영 ESD위원장(부산백병원)은 “학회 역시 대응 방안을 만들고 싶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 앞에 울고만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지금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ESD의 효용성과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길게 보고 해결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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