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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레지던트 오늘도 경찰서 다녀와"
[ 2011년 09월 08일 21시 37분 ]
"오늘도 저희 레지던트 한 명이 환자 보호자가 휘두른 폭력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인력이 부족해 늘 업무 강도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오전 내내 경찰서에 다녀와야 했던 겁니다. 이를 바라봐야하는 저로서는 그저 씁쓸할 뿐입니다."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임태호 과장
[사진]
을 8일 만났다. 이날 경련이 발생해 동네병원에 들렀지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 소아 환자가 한양대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소아 환자의 눈에 난 상처를 발견한 부모는 다짜고짜 레지던트에게 폭언과 폭행을 서슴치 않았다.
임태호 과장은 "얼마 전 응급의학회가 실시한 전문의 총조사와 응급의학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만족도는 형편없이 낮았다"며 "그 중 가장 큰 요인이 응급실에서 겪게 되는 온갖 폭언과 협박, 그리고 폭행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미국의 경우 한 병원당 스탭은 20명~30명, 레지던트는 연차당 5명씩, 총20명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고작해야 스탭은 3명~4명, 임상강사 1~2명, 레지던트 총5~7명 정도로 인력 면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다 보니 심각한 문제는 현장에서 원활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악순환으로 되풀이된다.
임태호 과장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겪는 심리적인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그럼에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은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의료진 폭행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방어할 법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은 응급의학도들의 고개를 더욱 떨구게 한다.
임태호 과장은 "난동을 피우는 사람 대부분이 술에 취한 상태여서 제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응급실에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여기에 응급의학과 원가 보전율이 60%에 그치다보니 병원측에서도 투자를 꺼리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의약품 기타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하여서는 아니된다. 제60조(벌칙) 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응급실 폭력에 대한 많은 보고와 사례가 알려지고 있음에도 법이 적용돼 처벌한 경우가 없다는 데 대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임 과장은 "진료방해 행위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하는 선례를 보지 못했다"면서 "항상 의료진이 참고 넘어가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병원측도 폭력을 행사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해야 되는 게 원칙인데 상당 수 병원들이 괜한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는데다 병원의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도 유야무야 처리하고 만다는 데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 진압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사태를 지켜보다 단순 폭행으로 처리하거나 피해자를 풀어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전언이다.
그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응급실 폭력은 명백히 법률 위반인데도 제도 미비로 응급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돼 있다"면서 "현재 공권력은 응급실에서는 제대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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