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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심리치료 기본현황 파악도 안돼 있어"
[ 2011년 09월 14일 21시 25분 ]
지난 8월 10일, 한반도의 심리파동이 들썩였다. 북한군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것이다.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삶의 거처를 빠져나와 인근 지역으로 피신한 뒤에도 불면증이나 공포, 소리에 대한 불안감, 우울증 등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했다.
인천시와 길병원, 인천병원은 이들을 위한 외상심리치료를 서둘러 진행했다.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연평도 주민들은 서서히 심리적 안정을 찾아갔고,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다시 한번, 신체치료 못지않게 심리치료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부각됐다. 그러나 그 중요성과 달리 한국의 외상심리치료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치료 위한 기본 현황도 마련되지 않아“
연평도 주민을 위한 외상심리치료에 참여하고 있는 가천의대 길병원 조성진 외상심리치료센터장
[사진]
은 “한국은 외상심리치료를 위한 기본적인 현황 파악조차 진행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엔 현재 외상심리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몇 명인지, 어느 정도의 치료가 필요한지, 외상심리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치료를 위한 기본적인 자료가 없다”면서 “기본적인 현황 파악이 진행돼야 외상심리치료를 장려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국내 외상환자가 매년 최소 10만 명~최대 200만 명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중 외상심리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몇 명이고, 어느 정도 치료가 필요한지 등을 조사한 자료가 없다는 설명이다. 외국의 경우 외상심리치료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한국과 비교된다.
지난 2004년 12월 동남아 일대를 지진해일이 덮친 후, 여러 국가 연구원들은 피해가 심각한 지역 주민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가 그렇지 않은 지역 주민보다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또, 미국은 국립정신보건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외상심리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주도해오고 있다.
조성진 센터장은 “교통사고나 화재사고, 인재사고로 말미암은 외상환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외상심리치료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외상 이후 심리치료를 병행하지 않으면 진행장애 발병률이 높아진다”면서 “이는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간병인이나 환자가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치료과정이지만,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그만큼 기간도 짧아지고 예후가 좋다”면서 “그러나 외상심리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아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인식도 변해야”
외상심리치료가 필요한 환자임에도 신체증상으로 인한 무기력증이나 불안증을 보이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또,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도 치료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다.
조성진 센터장은 “어지럽고 기운이 떨어지는 환자가 신체검진을 받았을 때 그럴만한 이유를 찾지 못하면 심리치료가 필요한지 의심해야 하는데, 해당 의료진과 환자나 보호자 모두 신체적 증상이 나아지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리치료는 부차적인 분야라 여기는 인식은 병원 내에서도 드러난다. 병원 경영에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는 분야인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는 병원이 드문 것이다.
조성진 센터장은 “전국적으로 외상심리센터를 운영하는 병원이 드물다”면서 “병원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낫게 하는 곳인데, 병원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이 있는 환자를 신체적인 질환만 치료하면 회복에 걸리는 기간이 길고 정상복귀가 힘들다”면서 “의료기관 경영진이 깨어있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외상심리센터가 병원에 커다란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진 못하지만, 환자의 완전한 건강회복과 지역의 정신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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