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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만연 '대충문화' 경종 울린 원장님
[ 2011년 09월 25일 21시 20분 ]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삐삐’와 흡사하다. 액정에 숫자도 나오고 어떤 버튼을 누르면 ‘삐~삐’ 소리도 난다. 카이스트 연구진의 인체공학적 디자인 때문일까? 손바닥에 ‘착!’하니 달라붙는 느낌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궁금증을 못이겨 물으니 ‘수액조절기’란다. ‘병의원에서 환자들에게 투여되는 그 수액이 맞느냐’고 재차 물으니 그렇단다. 모양새로는 분명 휴대용인데, 궁금증이 쉬 가시지 않는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수액치료조절기 ‘아이빅300’ 개발자인 한빛내과 이두용 원장을 만났다.

간과

"의료현장에 만연해 있는 대충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습니다“

이두용 원장은 수액치료조절기 개발 배경을 이렇게 술회했다. 눈짐작, 감각, 연륜 등에 의존하던 기존 수액치료 문화에 대한 뼈 있는 한 마디였다.

약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투여가 필수적. 특히 수액은 용량과 용법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액 처방을 내리더라도 투여과정에서 용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되기 십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도 동반한다.

그럼에도 일선에서는 수액 투여의 중요성이 쉽사리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처방대로 투여하기 위해 수액 속도를 정확히 맞춰야 하지만 간호사들에게는 여간 번거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 탓에 지금 이 순간에도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눈짐작으로 수액을 조절한다.

이두용 원장은 “정확한 수액 투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반성이 필요하다”며 “그 자성의 시발점이 조절기 개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악몽

사실 이 원장 역시 수액치료 대충문화의 피해자다.

한 어머니가 저녁 무렵 고3 수험생 자녀를 대동해 내원했다. 중간고사를 치르느라 기운을 소진한 아들에게 영양주사 한 대 놔줄 요량이었다.

이두용 원장은 여느 환자처럼 영양수액을 처방한 후 학회 모임이 있어 병원을 나섰다. 한참 저녁 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에 환자가 갇혀 있다는 전화였다. 한 걸음에 병원에 도착한 그는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퇴근 무렵 찾아온 환자였기에 간호사들에게 수 차례 수액제거 시간 확인을 당부했지만 야속한 간호사들은 환자를 깜빡 잊은채 퇴근해 버린 후였다.

잠에서 깬 이 수험생은 불꺼진 병원에 홀로 남겨진 사실을 알게 됐고,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그나마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던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 사건으로 적잖은 홍역을 치러야 했지만 수액치료조절기 개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만약 수액이 끝나는 시간을 알려주는 간단한 장치 하나만 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을텐데…”

탄생

그 때부터 이두용 원장은 수액치료조절기 개발에 매달렸다. 기존의 부착식 기기들의 한계점을 극복할 대안이 필요했다.

정확한 수액 속도를 맞출 수 있게 해주고, 치료 중 속도를 알 수 있게 함으로서 수액치료 효과의 극대화를 실현해 줄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수 년간의 천착과 시행착오 끝에 ‘아이빅300’이라는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수액 방울이 떨어지는 낙하 순간과 맞춰 버튼을 누르면 속도가 표시된다. 뿐만 아니라 수액치료가 끝나는 시간이 저장돼 알람이 울린다.

수액의 정확한 투여는 물론 치료시간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가능해 간호사의 동선도 줄이면서 효율적인 진료를 돕는다.

특히 아이빅300은 수액량과 시간, 속도 cc/hr, drop/min 등 의사의 여러 처방 행태에도 값만 입력하면 수액 방울 간격이 초로 환산된다. 즉 의사의 처방대로 정확한 수액투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비교적 간단한 원리임에도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한 이 제품에 외국 바이어들의 관심도 뜨겁다.

각종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에서 러브콜이 쇄도하는가 하면 세계 대표적인 수액조절기 회사에서도 홈페이지에 ‘아이빅300’ 소개하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두용 원장은 “아이디어 하나로 소소하지만 의료계에 만연한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싶다”며 “이 제품이 간호사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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