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응급의학 시스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정부의 정책 지원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응급실을 지킬 의사는 더욱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병원을 전전한 네 살배기 아이가 창자가 꼬이는 장중첩증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한 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지만,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26일 데일리메디가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간 전문과목별 전공의 수련 포기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포기율이 13.2%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치솟았다.
응급의학과에 임용된 전공의는 121명이며, 이중 16명가량이 응급실을 떠났다. 2009년 포기율이 5%인 점을 고려할 때 상황이 더욱 열악해졌다.
하드웨어 보강에 앞서 응급의료 시스템의 고질병인 전문인력 확보가 절실한 문제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응급의학과 수련 포기율은 2009년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했었다. 2006년 7.8%에서 2007년 8.1%, 2008년 9.5%로 높아졌다. 2009년에는 일시적으로 5%로 하락했다. 그러던 것이 1년 만에 2.64배나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응급의료 수가가 낮고 개업이 어렵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전공의 지원율과 수련 포기율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 일부 지방병원에서는 전문의 급여가 월 2000만원까지 상승했지만 구인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감소하는 반면, 수련 포기율은 높아졌기 때문.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수인력이 응급의학과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장려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응급의학회(이사장 서길준)는 지난 8월 58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2011년 대한응급의학회 수련병원 현지실태조사'를 시작했다. 정부도 잇따라 권역별 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하고 있지만 인력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편, 작년 전공의 수련 포기율이 가장 높은 진료과는 25%를 기록한 병리과였다. 이어 방사선종양학과가 22.2%, 이비인후과 14.1%, 흉부외과 13.5%, 응급의학과 13.2%, 외과 12.6%, 비뇨기과 12.4%, 산부인과 11.3%, 소아청소년과 11.1%, 산업의학과 9.4%, 핵의학과 8.7%, 진단검사의학 및 성형외과 7.8%, 마취통증의학과 7.7%, 예방의학과 6.3%, 신경과 및 내과 5.9%, 가정의학과 5.7%, 재활의학과 5.5%, 안과 5.3%, 정형외과 4.9%, 영상의학과 3.9%, 정신과 3.1%, 피부과 2.3% 등의 순이었다.
이른바 정재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3대 인기 진료과는 수련 포기율도 최하위 수준이었다. 반면 흉부외과와 외과 등 비인기 진료과의 포기율은 여전히 두자릿수를 웃돌았다.
전체 진료과의 평균 포기율은 7.9%였다. 2009년 당시 포기율이 제로였던 흉부외과는 작년 13.5%로 급증하는 등 수가인상이라는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