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병원계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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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 시행…병원계 혼란 가중


[ 2011년 10월 04일 21시 16분 ]

지난달 30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정보보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여전히 의료계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다.

막상 제도 도입과 함께 각급 병의원에서 자체적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과 인력,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법 자체가 애매모호한 구석이 많은 까닭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보보호법이 명문화한 규정 중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CCTV에 대한 안내문조차 걸려있지 않은 곳도 수두룩하다.

CCTV의 경우 법을 위반할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을 만큼 정보보호법이 중요시 여기는 사항이다.

실제로 하루 외래 환자만 1만여 명에 달하는 서울의 한 대형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아직 CCTV 안내문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미처 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빠른 시일 내에 환자들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곳 역시 CCTV에 대한 안내문을 설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 “CCTV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응급실을 제외하면 나머지 병실, 외래 등의 장소는 현재 안내문 부착을 진행 중에 있다”며 “조만간 모든 CCTV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부 미흡한 점이 있음을 시인했다.

개인정보 처리 문제 또한 일선 의료기관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환자 동의서를 작성할 때의 기록을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보관, 관리해야 할지 막막한 탓이다.

특히 이미 의료법 등에서 규정한 환자에 관한 비밀을 누설하는 금지하는 단계를 넘어 연구 목적이라 할지라도 환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가공,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정보보호법은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예외 조항으로 개별 건수마다 동의서를 받도록 규정해뒀다.

대학병원 한 내과계 교수는 “임상시험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교수들이 연구를 하기 위해 환자 정보에 접근하는 일은 다반사”라며 “아직 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른 체감은 적은 편이지만 본격적으로 법이 정착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일평균 이용자 1만 명 이상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단서조항을 달긴 했지만,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아이디 부여 이외의 방법을 통해 홈페이지를 접속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일도 의료기관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양승조 의원이 국립암센터를 타깃에 두고 “현재까지 홈페이지 I-PIN 접속이나 자료유출을 방지하는 보안USB 도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성토한 것을 지켜본 뒤여서 분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정보보호법 시행에 맞춰 공인인증서를 통한 접속방법을 마련했다는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홈페이지의 보안을 강화하고 변경하는 데만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정부 지원은 미흡하다”면서 “앞으로 정보보호법의 기준이 더욱 강화되면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부담이 더욱 늘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정보보호법 시행과 관련해 단속을 실시하는 대신 당분간 계도 기간을 두고 홍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에 ‘개인정보보호법 질의ㆍ상담실’을 운영키로 하고, 일선 기관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