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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하다" 중소병원도 2세 경영
[ 2011년 10월 14일 02시 48분 ]
특정 질환을 표방하거나 지역 맹주로 자리 잡은 중소병원에도 2세 경영이 뿌리내리고 있다. 부모세대가 의원을 병원으로 성장시켰다면, 그 자녀들은 특화된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의 성장모델을 제시하며 경영 체제를 견고히 하고 있다. 대학병원급에서는 차의료재단과 순천향대병원, 을지의료재단 등이 성공적으로 2세 경영을 구축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규모는 작지만 전국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지역에서 이름을 알린 중소병원들도 이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의료기관의 2세 경영은 자녀가 의과대학을 진학해 의사면허를 취득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승계가 불가능하다. 자연스럽게 회사를 물려받는 타 업계와 다른 현상이다. 부모가 전공한 진료과를 동일하게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름을 알린 중소병원은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을 능가한다. 그럼에도 자녀가 의사면허 취득이라는 기초관문을 넘어야 본격적인 2세 경영을 시도할 수 있다. 의료기관 오너들이 자녀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봉직의사를 능가하는 진료 실력뿐 아니라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2세 경영은 많은 준비와 노력을 요구한다. 경영 전면에 나선 2세들의 공격적인 경영이 붓물을 이루고 있다.
*2세 전면 부상…MBA 취득 등 대학병원 청사진
현재 의료계에서는 성애병원과 양지종합병원, 홍익병원, 의료법인 인봉의료재단(영등포병원, 뉴고려병원), 우신향병원, 혜민병원 등이 2세 경영에 성공했거나 진행 중인 대표 중소병원들이다. 2세가 병원의 중추로 활동하면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한다. 일부는 중책을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외국에서 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이수하거나 1000병상급 병원을 청사진으로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의료법인 인봉의료재단(영등포병원, 뉴고려병원)과 양지종합병원은 전임 대한병원협회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병원. 유태전 인봉의료재단 이사장과 김철수 양지종합병원 이사장은 차례로 병협 회장을 역임했고, 자녀들도 협회 일에 관여할 정도로 2세 경영을 발 빠르게 구축했다.
유태전 이사장의 아들인 유인상 씨는 현재 의료재단 산하의 뉴고려병원에서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순천향대 의과대학을 졸업해 마취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병협 상임이사와 중소병원협회 홍보위원장 등 외부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뉴고려병원 김윤식 원장은 유 이사장의 사위로 2세 경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봉의료재단의 전신인 영등포성모병원은 지난 1977년 개원해 1986년 의료법인 영등포병원으로 신축 이전했으며 1994년에는 200병상으로 증축했다. 뉴고려병원은 지난 2000년 개원했으며 2009년 김포한강신도시 장기지구로 신축 이전했다.
김철수 양지종합병원 이사장 아들인 김상일 씨는 병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업자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경영 일선에 나섰다. 이들 부자는 병원 내과전문센터에서 함께 진료 중이다.
김 원장은 병원 경영에 적극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양지종합병원은 지난 1980년 51병상으로 개원해 현재 131병상을 가동하고 있다. 김 원장은 2005년 병원에 합류한 이후 대대적인 리모델링과 전자시스템 구축에 10억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병원의 정체성을 유방·갑상선·자궁근종 특화진료로 규정하고 전문인력 보강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장기적으로 서울 근교에 1000병상 규모의 민간 암센터를 개소하는 방안을 청사진으로 제시한다. 1단계 목표로 오는 2012년 유방·갑상선·자궁근종 전문병원을 개소하고, 2단계로 전국구 검진전문브랜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성애의료재단 및 광명의료재단도 대표적인 2세 경영 사례다. 전임 김윤광 이사장이 2선으로 물러나고 아들인 김석호 씨가 지난 4월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피부과 전문의인 김석호 이사장은 진료뿐 아니라 경영 전문성을 쌓고자 미국 듀크대 MBA 과정을 밟은 보기 드문 케이스다. 그는 1991년부터 20년간 의료재단 기획실장과 상임이사로 일하며 아버지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1990년대 미국 LA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해외진출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관심을 외부로 넓혀 병협 국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장기적으로 의과대학을 설립하거나 인수해 대학부속병원으로의 전환을 꿈꾼다.
재단의 핵심인 성애병원은 1968년 성애의원으로 시작해 1982년 의료재단 인가를 받았다. 이후 1983년 300병상으로 증축, 수련병원으로 지정됐다. 2005년에는 400병상으로 인가를 받았고 2006년 전국의료기관평가에서 최우수병원으로 선정받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광명성애병원은 1983년 11개 진료과 150병상에서 시작해 1984년 300병상으로 규모를 늘렸고, 1990년 종합건강진단센터를 개소했다. 2001년에는 응급의학과 증설과 함께 486병상으로 몸집을 늘렸다. 2005년 복지부 의료기관평가에서 종합병원 9위에 오르기도 했다.
*딸이 아버지 잇기도…부모 진료과 선택
라석찬 이사장이 이끄는 홍익병원 부원장은 아들 라기혁 씨다. 라 부원장은 외과를 전공하고 현재 병원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홍익병원은 작년 국내 중소병원 중 처음으로 320채널 CT를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천구에 자리한 홍익병원은 1972년 홍익의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본관과 신관, 별관, 목동관 4개동에 총 382병상을 운영하는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위험한 수술 경험이 많은 의료기관 명단’에서는 고관절부분치환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광진구에 위치한 혜민병원은 1974년 김상태 산부인과를 모태로 현재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김상태 이사장의 딸인 김의숙 씨가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딸이 경영 전면에 나선 드문 케이스다.
김의숙 원장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해 고려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UCLA병원 산부인과에서 연수를 받았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 여성의학과에서 진료 중이다. 혜민병원은 인공관절과 척추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밖에 대림성모병원과 한길안과병원 등은 향후 2세 경영이 유력한 곳이다. 401병상 규모의 대림성모병원(이사장 김광태)은 현재 유방과 갑상선을 특화하고 있는데, 아들인 분당서울대병원 김성원 교수(외과)가 유방암 전문가다.
이 병원은 PET-CT를 도입하는 등 시설 투자에 적극적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향후 2세 경영을 고려한 조치라고 분석한다. 70대인 김광태 이사장이 고령이기 때문에 조만간 2세 경영에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길안과병원은 부천이라는 지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진료 측면에서 전국구 안과병원으로 자리잡았다. 연건평 2700평에 8개의 진료실과 6개 수술실, 52병상을 갖췄다. 유수 대학병원 교수 출신으로 의료진을 꾸려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다만 2세 경영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 이사장의 아들이 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나 전공의 수련을 앞둔 상태로 알려졌다.
*2세들 경영마인드 남달라…치열해지는 환경
의료컨설팅 업체인 아라컨실팅 윤성민 대표이사는 확산되는 병원계 2세 경영에 대해 “보건의료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2세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됐다”며 “실제 여러 번의 컨설팅을 통해 2세들의 적극적인 경영마인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일부 사례를 소개했다.
윤성민 대표는 “작은 의원으로 시작한 부모세대와 달리 2세들은 경영마인드 측면에서는 남다른 인식을 보이고 있다”며 “경영 관련 공부에 적극적이고 외부로부터 다양한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그러나 2세 경영자들이 직면한 현 의료시장이 녹록히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종합병원 또는 특화 전문병원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으나 경쟁이 치열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로 40대인 2세들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50대 초반의 전문병원 원장들이 경영에 상당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며 “치열한 국내 사정을 고려해 해외진출을 타진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의료서비스가 전적으로 인력에 의존한 서비스산업이라는 점에서 인적자원에 관한 명확한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향후 1~2년 내에 2세 경영자들이 더욱 전면에 나설 것이며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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