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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바라보는 의대학장 4인
[ 2011년 10월 14일 03시 18분 ]
지난 13일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진행해 온 '교육과학기술부 감사결과처분요구처분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이 상고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협력병원 의사의 교수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각 의과대학 학장들은 “의사를 교육하는 과정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을지대 "실망스러운 판결-의대 특성 이해 필요"
이번 판결 당사자인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이다.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백태경 학장은 “사립대학인 만큼 재단과 협의해 방침을 정해야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실망스럽고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법부가 의과대학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의사양성기관들은 우수한 의사를 키워내기 위해 실력 있는 교수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국내 대부분 의과대학이 관행처럼 협력병원 의사의 교수신분을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안다”면서 “환자에 대한 임상경험과 노하우, 의학적 지식 등 다양한 경험이 있는 의사들이 미래 의학도의 선생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번 결정으로 많은 의사들이 교수직 신분을 잃게 될 위험에 처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대법원과 교과부 내에서 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해 아쉽다는 설명이다.
또, 백태경 학장은 이번 판결이 당장 의과대학 학생 교육의 질 하락이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봉직의보다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의사들이 대학에 남아 학생들과 호흡한 덕분에 대한민국 의학 발전의 수준이 발전되어 온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판결로 많은 교수들이 그 신분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면, 당장 학생들의 교육 수준이 떨어지지 않을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백 학장은 이어 “현직 교수들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봉직의보다 낮은 수입과 바쁜 생활을 감내하게 하는 심리적 든든함인 교원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교수들에겐 이 부분에 대한 심리적 타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교수 한 명을 육성하는데 외국 연수비 지원 등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도 반가울 리 없는 판결이다”고 설명했다.
을지대학처럼 협력병원 의사들에게 교수 신분을 부여하고 있는 울산대학교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학생의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등 사회적인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 의과대학의 특수성을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과부가 교수 수보다 해당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단 지적도 이어졌다.
울산대 “하버드 의과대학은 교수 더 많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김기수 학장은 “의과대학은 교육, 연구, 의학의 발전에 공헌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학생 수와 관계없이 의과대학 교수들을 채용,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은 협력병원이 61개에 이르지만 학생 수는 200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학발전과 연구, 진료의 질 향상 등이란 가치를 위해 교수 수가 많다는 것이 문제는 아닐 것”이라면서 “교과부는 교수 숫자가 아니라 각 병원이 교육이나 연구의 질(質)이란 기본 틀을 행하고 있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학생 수 대비 교수 수보다 교육과정과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기수 학장은 “의과대학 평가에서 교육과정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판단된다면 교수 수가 많은 것은 문제될 리 없다”면서 “만약 평가결과가 좋지 않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연구중심병원 의지 꺾는 소탐대실 형국”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권오정 학장도 비슷한 의견을 표했다. 어떤 사람에게 전임교수직을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권오정 학장은 “교육병원에도 학생들이 오고 의사들이 그들을 실습시키고 강의하는 등 교육이 이뤄진다”면서 “협력병원에서 누구에게나 전임교수 신분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과 교육 등 의학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임교수라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번 판결 결과가 모든 병원에 적용된다면 이는 연구중심병원으로 거듭나려는 병원들의 의지를 꺾는 소탐대실의 형국”이라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교수들의 존재를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를 표했다.
관동대 "교과부가 잘못된 선택하지 않을 것"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교과부가 의과대학의 특수성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를 믿고 기다리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관동대학교 의과대학 연동수 학장은 “을지대학은 소송을 진행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의과대학의 특수성을 감안해 협력병원 의사의 교수직을 인정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협력병원으로 하면 의사뿐 아니라 일반 행정 직원들도 다 사립학교직원으로 인정되는데, 학생 교육과 관련된 문제를 교육과학기술부가 해주지 않을리 없지 않은가”라면서 “그래서 잘 해결될 것이라 믿고 기다리고 있다. 협력병원 의사들이 교수 신분을 뺏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교육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협력병원 의사들의 교수 신분 유지가 의과대학 학생들의 교육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모르는 척 할리 없다는 설명이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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