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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제발 의사 얘기 좀 들어달라"
[ 2011년 10월 16일 21시 00분 ]
“20년 동안 의료계 숙원이었던 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의사 살리는 법이 아닌 죽이는 법이었다. 의사들이 최소한 소신 진료, 안정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해도 해도 정부가 너무하다. 의사도 국민이고 사람이다. 의사가 불행하면 환자는 행복해지는 것인가?”

16일 개최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제26차 추계학술대회의 최대 화두는 역시 ‘의료분쟁조정법’이었다.

그동안 학회와 함께 관련 성명서를 내고 공청회 및 전문가 회의 등에서 의견 개진을 해 왔던 온 산부인과의사회가 이번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추진단 류수생 단장을 학술대회 연자로 초청, 의료분쟁조정법 논의를 이끌었다.[사진]

류수생 단장은 이날 “국회에서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보상범위를 뇌성마비에 한하는 것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산부인과 등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신생아 및 산모 사망도 포함시키는 쪽으로 현재 계획 중”이라며 다소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보상기준의 경우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신생아 뇌성마비 1000~3000만원(중증도에 따라), 산모 사망 3000만원, 신생아 사망 500만원 등으로 논의되고 있다.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부담 방법은 국가와 직전연도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50:50으로 검토돼 왔다.

류수생 단장은 “산부인과 의료기관의 50% 부담이 너무 많지 않느냐란 의견이 있다. 이에 출산장려금 지급 부분 일부에서 부담토록 하자는 안도 있었으나 정서 상, 또 목적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현재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계속적으로 검토하는 부분”이라며 접점 찾기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들은 무과실 부담과 감정제도의 불합리성 등을 들며 정부에 날을 세웠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강중구 경기도지회장(분만병원협회장)은 무엇보다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 규칙 제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 보장에 대한 고려가 우선시 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현행 법 관행 상 무과실은 물론 중과실인 경우조차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의료분쟁조정법의 형사처벌 특례 조항은 결코 특혜가 아니”라면서 “무과실 보상액 기준 역시 과실일 경우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무과실 뇌성마비 시 3000만원이라면 과실일 땐 3억이 될지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강중구 지회장은 또 “어느 나라가 무과실 의료사고의 책임을 의사한테 묻고 있느냐”며 “무과실의 책임을 의사들이 무는 것이 확정되면 단순히 산부인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전체 과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 의사 모두에게 의미 있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으려 한다’는 서운함 역시 숨기지 않았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간담회를 통해 “법안 발의 및 대안 마련 과정에서부터 의견 개진의 기회조차 없었다. 의사들도 이 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의사들에게 참여 명분을 명확히 하고 목소리를 수용하려는 전향적 자세로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분쟁조정법을 둘러싸고 분만병원을 비롯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 등 행정적 입장에서만이 아닌 종합적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아쉬움이 실렸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백은정 공보이사는 “의료계의 이슈 중심에 항상 산부인과가 있어서 아쉬울 따름”이라면서 “ESD 사태 역시 의료인 의견이 배제된 것을 시발점으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에게 갔다. 의료분쟁조정법도 행위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것은 문제다.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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