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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벨생리·의학상 꿈은 과연 언제
[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
“노벨상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노벨생리ㆍ의학상은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에게 수여됐다. 노벨생리ㆍ의학상은 분야만 다를뿐 올림픽과도 같다. 우선 국제사회 내 경쟁이란 측면에서 맞닿아 있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국가적 관심과 투자가 밑바탕이 돼야 하고 경기에 출전해 메달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운동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목표를 가진 선수들과 국가의 지속적인 노력이 더해져야 올림픽 유치를 비롯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또 후속 세대를 꾸준히 양성하는 작업이 절대적이다. 학문은 스포츠와 다른 성격의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노벨생리ㆍ의학상을 꿈꾼다면, 이 같은 과정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노벨생리·의학상을 향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20~30년 전만 해도 거론할 여력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넘볼 수도 있을 만한 존재가 됐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임상의학 수준이 세계를 향하고 있고 그 성과가 차츰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의학 분야를 비롯한 학계에 최대 방점이 될 사건 하나를 만들어보자는 데 의기투합이 된 상황이다.
올 초 보건복지부는 2030년을 내다보고 국내 토종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 배출을 위한 설계 작업에 나섰다.
창의적 사고, 글로벌 리더십 역량의 잠재력을 갖춘 20~30대 신진 의과학자를 선발해 맞춤형 지원을 하는 ‘노벨생리·의학상 프로젝트’ 출범을 통해 1단계 10억원(개인 당 1억원 씩 3년 간 지원)을 시작으로 2단계 우수 성과자에게는 연간 3억원 씩 5년간 추가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보건의료연구개발(R&D)에 총 2000여억원을 지원하는 등 규모와 집중도를 높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한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 재생의학 및 유전체 연구 등 미래 신산업 창출분야를 중점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복지부는 “연구 집중 환경을 조성하고 연구자의 연차실적·계획서 작성과 평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고서를 간소화하고 진도관리 중심의 연차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성과 위주로 연구비가 지원됐던 기존과는 다르게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젊은 펠로우들의 연구 능력을 확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의약학 계열을 포함한 과학기술분야와 인문사회분야 등 전 분야에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Globla Ph.D. Fellowship) 프로그램을 마련, 노벨상 후보자 육성에 뛰어들었다.
이는 미래의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박사급 고급 두뇌로, 나아가 노벨상 후보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단순 학업 또는 연구실적 보다는 잠재적 발전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박사과정생을 선정, 집중 지원하는 것이 기본 틀이다.
선정된 학생들에게는 연 3000만원 씩 2년 동안 6000만원까지 지원된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당장에 돈이 되는 연구·학문보단 장기적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일종의 상징성을 띈 사업인 셈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의약학 분야에서는 15명이 선정됐다. 시장논리에서 다소 벗어나 우수 박사과정생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글로벌 박사 양성 기반을 구축하고 나아가 노벨상 수상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의적 발상 접목 자기연구 하는 의과학자 드문 국내 의학계
이처럼 관련 부처에서는 저마다 노벨상을 향한 드라이브를 새롭게 걸기 시작했지만 실상 학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생각처럼 밝지만은 않다.
노벨생리·의학상은 창의적인 교육과 투자, 넓은 저변의 의과학자 그룹 등 복합적인 조건이 맞아떨어진 상태에서도 배출하기 힘든데 국내 의학교육 실정에서는 ‘먼나라 이야기’라는 것이 전반적인 반응이다.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정명희 원장(전 서울의대 교수)은 “연구 풍토를 바탕으로 역사가 쌓여야 성과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노벨상의 경우 창의적인 발상이 상당히 중요한데 국내 혹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왔다는 연구자들 대부분은 외국의 연구를 보강·발전시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극단적으로 말해 내 연구가 아닌 남의 연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림픽과 같이 관심과 투자는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임상과 기초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의과학자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창의적 사고에 대한 훈련과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결국 고등교육의 문제, 의과대학 교육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여기서부터는 사실 얘기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의대 교육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정부에서 노벨상 운운하는 것은 모두 뜬구름 잡는 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천편일률적이고 임상수련과정 만을 중시하는 기형적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의사가 되기 위한 임상 트레이닝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즘, 새 지식을 창출하는 학위 과정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 최대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과학자로서의 자세가 판가름 나는 시기인 대학원 교육이 정상화가 되고 이를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지원책이 선결 조건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대학 기초의학교실 교수는 “연구를 하더라도 질 수준을 담보할 수 있는 연구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가 많이 나오기 위한 저변을 넓혀야 한다. 투자와 명확한 목표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방 사립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관계자는 “임상의사가 아닌 연구하는 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의 가장 고민 중 하나가 불확실한 미래도 그렇지만 아무 장애 없이 연구만 할 수 있는 풍토조차 미비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벨상과 군대 상관성은
*의전원생 1 “복합학위과정을 생각해볼 때 가장 걸리는 것은 군 문제다. 군복무 대체가 가능한 연구실에 들어가게 될 경우 연구활동을 하는 것으로 면제가 되기도 하지만 TO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공과대학처럼 산업적 측면이 아니다 보니 지원 규모가 더욱 적다.”
*의전원생 2 “늦게 입학해 군복무 마지노선 나이가 되면 일반병으로 가야할 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다. 복합학위과정을 비롯해 진정한 의과학자는 꿈꾸기 어렵다. 빨리 면허 따고 일반적인 수련생활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범순 교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미국의과대학협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아카데믹 메디슨(Academic Medicine)’에 게재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병역혜택을 받은 미국 의과대학 졸업생 집단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학계 리더로 성장한 사례가 특히 많았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이다.
미국은 한국전쟁이 시작된 1950년부터 베트남전쟁이 끝난 1973년까지 징집된 수많은 의대 졸업생 가운데 매년 100여명을 특별 선발,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의학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논문에 따르면 1985년에서 2007년 사이 기초의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50명 가운데 NIH 병역특례 연구원 출신이 9명이나 됐으며 같은 기간 국가과학자 수상자 76명 중 10명 역시 병역혜택을 받아 NIH에서 근무했다.
또 NIH에서 병역특례 연구원으로 복무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정교수로 승진하는 비율이 1.5배 높았다. 학과장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2배, 학장이 된 비율은 3배나 차이가 났다.
박범순 교수는 “한국에서도 이 같은 제도의 효과 연구와 함께 중개의학 확대를 위한 정책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의대를 나와 연구 쪽에도 집중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요구되는 정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연구 지속성을 위한 군전공의 요원과 복합학위과정을 밟아나가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군 지원책 마련은 사실상 어려운 풍토다. 의전원생들이 앞서 토로했듯이 다른 여건을 차치하고서라도 군대와 같은 중요한 문제들이 장애 요소가 되고 있어 그 기회조차 고려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교과부 “복합학위과정, 군(軍) 문제 타협점 찾기 어려워”
교과부 역시 의학전문대학원 도입과 함께 복합학위과정을 활성화 시켜 연구 중심 트랙을 조성하려 했지만 녹록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난 해 복합학위과정에서 병력 부분 조정을 위해 병무청과 협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서는 사실상 재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의전원 입학생들은 총 4년의 석사과정을 마쳐야만 졸업을 하지만 복합학위과정의 경우 석·박사를 통합적으로 이수할 수 있는 특별 모집과정이다. 보통의 기간에 박사과정인 학술학위과정 3년을 더 거쳐 총 7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전통적으로 기초의과학자 수요 부족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보완코자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를 선택할만한 매력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전국 의전원 가운데 의과학자 양성 과정 자체가 없는 곳도 있다. 본래 소수 인원을 뽑고 있지만 지원자도 없고 선발해 놓아도 이를 지속시킬 제도적 지원책이 미비하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는 전언이다.
교과부 측은 “현재 의과학자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은 8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대한 부처 차원에서 지원이 되고 있으나 정원 확보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이 곳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성적을 보면 상당히 유능한 인재들이다.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식적인 졸업자가 나오기까지는 몇 년 더 남아있지만 이 과정이 시작되면서 의대생 가운데 연계해 들어간 학생들 일부 중 수료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진로 점검 역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수료한 이들이 어떠한 진로를 택했는지 자체 점검을 하반기에 나갈 예정이다”면서 “많은 대학들이 의대로 복귀하게 돼 사실 아쉬움이 있다. 노벨상 후보자 육성을 비롯해 기초의학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의전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환자를 보는 임상의사 혹은 노벨상을 마음에 품은 의과학자, 이들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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