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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인증평가 공정성 논란 진위 촉각
[ 2011년 10월 31일 21시 36분 ]
적어도 이들에겐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얘기였다. 아니 억울함에 가슴을 치고도 남음이었다. ‘세계적 수준의 인증제를 만들어 보겠다’며 의기투합한지 십 수개월. 수 년간 진행된 의료기관평가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한 차원 높은 평가지표 개발을 위해 밤샘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돌아온 답은 전혀 엉뚱한 질타였다. 그것도 출범 1주년 기념을 며칠 앞둔 쓰라린 시점이었다. 자축 분위기에 무르익고 있어야 할 국내 최초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사뭇 비장함까지 감돌았다. 인증제의 총체적 문제를 제기한 공공운수노조의 설문조사 발표 직후 찾은 인증원의 모습이었다.

벙어리 냉가슴

보건의료노조에서 일부 탈퇴, 공공운수노조로 합류한 의료연대본부는 지난달 27일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나타나고 있으며 심지어 병원들이 인증을 위해 실제와 다른 거짓말을 하도록 직원들을 종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 설문이 최근 평가를 받은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라며 현행 인증제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다.

다분히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는 설문결과였지만 인증제 주관기관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일체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암묵적 동의냐’, ‘무대응의 가치냐’를 두고 설왕설래 말이 오갔지만 인증원의 침묵은 수 일이 지나도록 계속됐다.

하지만 무성한 평가의 중심에서 인증원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었다. 설문조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싶었지만 불필요한 구설수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섰고 그에 따른 해답을 제시하자니 항상 재정에 고민하는 정부의 사정을 몰라라할 수 없었던 탓이다.

평가에 대한 평가 '극과 극'

우선 인증원이 짚고 싶은 설문결과 문제의 요(要)는 객관성이었다. 전반적으로 설문조사 설계와 시행이 객관적, 전문적이지 못하고 비관적 대답을 유도한 디자인도 문제라는 견해다.

즉, 설문문항이 편협적이며 부정적인 시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인증준비에 힘든 경험을 한 응답자가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에는 어렵다는게 인증원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조사대상인 5개 병원만으로 인증제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미흡하며 병원 별로도 인증준비에 참여한 수준에 따라 인식도가 다르기 때문에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인증원은 그 반박 근거로 전문학회에서 최근 실시한 인증제 평가결과를 제시했다.

총 31개기관, 27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에서는 인증제 결과에 최대 97.7%의 만족도를 나타냈고, 병원장 및 부서장 리더십 변화에도 최고 73.0%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이선희 정책개발실장은 “객관성이 담보된 전문학회의 설문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초 의도적인 방향이 설정돼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도 병원도 반성 필요

그렇다고 인증원은 의료연대본부의 설문에 비난조를 유지하지는 않았다.

이 단체가 현재 인증제에 관련된 각종 위원회에 대표조직으로 참여하며 현장 직원의 의견을 수렴, 반영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만큼 분명 수용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다.

인증원은 일단 이러한 시각의 시발점을 인증제 자체 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조장하는 정책적 지원 부재에서 찾았다.

일선 병원들이 적정 보상기전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적으로 인증을 받으려 하다보니 무리수를 두게 되고 이는 곧 직원들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실제 의료연대본부의 설문에서는 인증을 위한 평가기간 동안 직원들이 받은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저수가 현실에서 일선 병원들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모호하고 결국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 병원 직원들의 고충만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선희 실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 부재는 병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는 결국 직원들에게 귀속될 수 밖에 없다”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정책적 지원 확대는 의료선진화의 숙원”이라고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인증원은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일선 병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전했다.

이 실장은 “충분한 기간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기적 준비로 대응할 경우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병원들의 성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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