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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 무조건적 희생만 강요 안해"
[ 2011년 11월 14일 03시 10분 ]

고난의 연속이었다. 국정감사 스트레스로 며칠 밤을 설쳤고, 수가협상 과정에서 의료계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최근엔 노동조합 기습쟁의로 18시간 동안 감금까지 당했다. 불과 2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지만 그 고충은 아직 진행형이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수장을 대신해 1만2000명의 조직을 이끌고 있는 한문덕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직무대리. ‘전임자와 후임자의 가교’ 정도로 생각한 자리였지만 실상은 녹록치 않았다. 굵직한 현안이 집중돼 있는 시기인 탓에 고충의 강도 역시 컸다. 하지만 보건의료분야 30년 경륜은 특유의 유두리를 발휘, 한 고비 한 고비 잘 넘겼다. 그리고 내외부 논란이 잠잠해진 지금에야 그에 대한 평가가 조명되고 있다. 신임 이사장 선임 목전에서 수장의 공백을 완벽히 막아낸 한문덕 이사장 직무대리를 만났다.

직무대리 맡은지 3개월째 접어들었다. 소회는

굵직한 현안이 많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국정감사부터 수가협상, 임금협상 등 건보공단 한 해 중 가장 바쁘고 중대한 시기였다.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국감도 무사히 마치고, 수가협상에서도 대한의사협회와 첫 자율타결 성과를 거뒀다. 노조와의 협상은 아직 진행중이지만 조만간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3개월을 회고해 보면 어려운 시간이 많았지만 보람된 일도 적잖았다. 건보공단 자랑을 잠깐 하자면 최근 베트남에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수출하는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건보제도의 해외 수출 첫 사례인 만큼 의미가 크다. 물론 전임 이사장께서 많은 공을 들인 결과다.

개인적으로는 직원들과 소통에 심혈을 기울였다. 방대한 수의 조직원들을 일일이 만날 수 없어 고안해 낸 방법이 바로 ‘월요단상’이다. 매주 월요일 작성한 글을 내부 인터넷 망에 게시, 직원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처음엔 한 장으로 시작했는데 직원들의 호응에 고무된 탓인지 매주 장 수가 늘어난다. 하하.

첫 피감기관 수장 자격으로 국정감사에 임했던 당시 느낌

갑자기 국정감사를 받게 된 중압감으로 준비하는 2주 내내 새벽 2~3시면 잠이 깼다. 덕분에 공부는 많이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열심히 준비해 줬는데 정작 나의 과오로 공단과 직원들에게 누가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공단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 엄중한 지적을 받았을 때는 이사장 직무대리로서 막중한 책임감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공단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역량을 발휘, 신뢰를 얻는게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등 많은 것을 배운 국정감사였다.

복지부 관료 출신으로 건보공단을 이끌어 본 소감은

보건복지 분야에서만 30여 년을 몸담아 왔다. 그 가운데 18년 전쯤 복지부 보험관리과에서 당시 직장의료보험조합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건강보험과의 인연은 매우 깊은 편이다. 당시에도 관련 정책을 검토할 때 의료보험조합 실무책임자들과 밤샘 토론을 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갖고 함께 고생한 기억이 있다.

공직생활의 마지막을 건보공단 기획이사로 부임해 일하던 중 뜻하지 않게 책임자의 자리에서 일해 보니 국민의 건강을 보살피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건보공단과 의료계와의 관계는 어떻게 평가

공급자인 의료계는 보험자인 공단과 함께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자 파트너이다. 그 동안 의료계의 희생으로 건보제도가 발전해 올 수 있었음을 인정한다. 이 과정에서 건보공단을 포함한 정부에 적잖은 불만이 쌓인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반목을 청산하고 대립적 관계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국민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건보제도 운영을 위해 함께 고민해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건보공단 역시 무조건적 희생이 아닌 대화를 통한 수가 현실화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건보공단 직원의 강압적 현지조사 녹음파일 파문이 컸는데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직원들의 권위적이고 강압적 조사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에 필요한 직무교육과 내부관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건보공단 직원들의 소양과 함께 의료계 역시 자성이 필요하다. 해당 사건에서도 보듯 아무런 문제가 없는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강압적 조사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잘못에 대한 처분의 경중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다.

수가결정체계 개선의 목소리가 높은데, 가능성을 어떻게 예측하나?

계약제로 운영하는 수가결정체계의 가장 큰 의의는 당사자 간의 자율적 합의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매년 특정기간에 집중되는 협상체계로 인해 불필요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특히 7개 유형별 수가결정 체계로는 적정수가를 반영하기 어렵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의료공급량을 관리할 수 있는 기전부재도 문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끊임없는 재정불안과 소모적 논쟁이 거듭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 수가계약을 준비하는 체계를 연중 논의체계로 가져갈 계획이다. 모든 것을 상호 공유하고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부담의 주체인 국민들의 수용성을 제고하는게 무엇보다 선결돼야 한다.

진료비 심사권 관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불편한 관계는

일각에서 공단이 심사업무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조직 이기주의나 심평원 기능의 침해 등으로 생각하는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물건을 사고 그 값을 지불할 때 제대로 된 물건인지 확인하고, 설사 돈을 지불했다 해도 하자가 발견될 경우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평원의 심사기능과 공단 차원의 사후관리 관점에서 살피는 측면이 다르다는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설령 양 기관의 역할에서 다소 유사한 부분들이 있다고 해도 국민들의 소중한 보험료가 누수되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보호망 역할을 갖는 것은 나쁠게 없다는 생각이다.

건보공단 향후 역할정립 방향과 이사장 인선 후 계획은

공단이 추구하는 최대 가치는 보험료의 효율적 관리다. 이를 통해 보장성을 높이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 일환으로 현재의 보험료 징수 중심의 업무에서 벗어나 효율적 관리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정책연구 역량을 키워 정부의 정책입안을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차기 이사장께서 부임할 경우 공백 없이 공단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의 이사장 직무대리의 소중한 경험을 살려 앞으로도 공단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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