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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지키는 나쁜 의사, 법 어기는 착한 의사"
[ 2011년 11월 16일 03시 15분 ]
"법대로 진료하는 것만이 좋은 의사이고 좋은 병원이다. 전화로 상담만 하고 진찰료를 받는 것은 의료법을 위반하는 나쁜 의사이자 나쁜 병원이 된다."
국내 소아심장 분야의 저명한 교수가 정부 정책의 비현실성과 불합리성으로 인해 일선 현장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고충이 상당하다며 이 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박인숙 교수
[사진]
(선천성심장병센터장)는 최근 서울의대 동문기고를 통해 "환자 편의를 위해 한 일이지만 결국 나쁜 의사가 되고 병원은 받은 진료비의 몇 배를 공단으로부터 환수조치 당하고 있다"며 "도덕적으로 불량병원이라는 낙인까지 찍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모순 투성이인 우리나라 의료보험 급여제도 때문에 여러번 항의를 하기도 했으나 매번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기분만 들었고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박 교수는 인턴을 마치고 미국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병원에 외래환자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며 "결국 그 이유가 터무니 없이 낮은 보험수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왜곡된 진료시스템이 언젠가는 선진국 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낮은 외래 진료수가로 인해 감기환자도 자주 내원하면서 대학병원도 일반의원과 마찬가지로 외래진료에 집중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교수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 간단한 검사 결과는 개별적으로 전화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는 "물론 이럴 경우 진료비는 없으므로 병원에서 좋아할 리가 없었으나 소신껏 양심에 따라 진료했다"며 "그러나 환자 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한계에 직면, '무료봉사'를 그만두고 병원의 방침대로 외래진료 예약을 하고 진료비를 납부해야만 전화 상담이 가능하도록 예약제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행 제도에 따라 불법으로 간주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직접 보고 진료하지 않은 환자를 전화 상담만 하면서 진료비를 받는 것은 불법이라는 건강보험공단과 병원의 통보로 검사 결과만 확인하려고 해도 환자가 직접 병원에 내원하도록 해야했기 때문이다.
박인숙 교수는 "교과서대로, 또는 새로운 문헌을 참고하면서 환자들에게 최상의 치료를 하면서도 보험급여기준과 일치하지 않아 결국 '과잉진료를 일삼는 나쁜 의사와 나쁜 병원'이 되는 현 주소는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모든 의사들과 병원을 돈만 밝히는 범법자로 몰아가는 부당한 처사는 멈춰야 한다"며 "법을 지키는 나쁜 의사가 될지, 또는 법을 어기는 착한 의사가 될지, 양자 택일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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