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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R 도입, 호주도 합의에만 2년 걸렸다”
[ 2011년 11월 21일 11시 00분 ]
의료와 IT의 융합이 건전한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을 담보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IT에 기반한 환자정보 관리를 통해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호주 역시 EHR을 활용해 국민건강을 관리하고자 지난 수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2010년 하반기 환자와 의사들에게 고유 번호를 매겨 관리하는 ‘헬스케어 아이덴티파이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합의 도출에 걸린 시간만 무려 2년. 많은 공청회를 통해 이해집단의 의견이 절충되면서 2012년 7월부터 모든 환자기록을 전산화하고 개별 환자별로 번호를 부여해 관리하는 ‘PCEHR'이 시행된다.
호주 PCEHR 시행에 앞장선 세계의사회 회장이자 호주의사회 회장인 무케시 하이커월(Mukesh Haikerwal)
[사진]
을 만나 호주의 상황과 한국의 헬스케어IT 실현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Q. 의료와 IT 융합에 대한 호주사회의 관심은 어떤 수준인가?
-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도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전반적인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08년부터 보건ㆍ병원 개혁위원회가 정부차원에서 꾸려져 호주 헬스케어시스템 전반을 점검했고 총 123가지의 권고사항을 도출했다. 이 점검을 통해 호주는 환자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Q. 환자 통합관리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헬스케어IT라는 말인가?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겠지만 호주 역시 아직 의료 소외지역이 존재한다. 환자들의 질환, 질병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못한 경우도 있어서 환자가 병원을 옮길 경우 의사가 이전 진료기록 등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호주의 경우 GP제도가 발달해 있어서 GP가 얻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문의 등에게 전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아직 취약점으로 남아있다. IT를 통해서 정보를 정리하고 전달할 수 있다면 환자 관리의 효율성이 극대화 될 것이다.
Q. 한국에서도 IT를 활용한 정보통합관리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정부, 환자 사이에 의견이 너무 상반되고 있다. 호주는 어떤 식으로 합의를 이뤄가고 있나?
-국가마다 다르겠지만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하드웨어 구축부터 시작해서, 환자 정보보호, 이익배분 문제 등 모든 부분이 걸림돌이다. 호주가 2012년 7월 시행하는 PCEHR 역시 합의가 쉽지 않았다. 환자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것에 더해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사의 번호가 환자의 정보에 삽입된다. PCEHR 시행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만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PCEHR을 반대하는 정부인사, 환자, 산업계 종사자들을 상대로 IT를 활용한 환자관리가 왜 필요한지, 어떤 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의료계 내의 갈등도 물론 있었다.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의사의 책임은 환자를 잘 돌보는 것에 있다.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IT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Q. 호주정부는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호주는 헬스케어IT만을 전담으로 담당하는 e-헬스 전환청(National e-Health Transition Authority)을 설치해 다양한 집단 간의 이해관계를 중재했다. 호주 정부는 이 기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헬스케어IT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했다. 정부에 이런 기관이 있고 없고는 중요한 문제다.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다.
Q. PCEHR 시행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일단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병원의 어떤 의사가 내 정보를 생성했는지도 알 수 있다. 의료인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접근권만 얻는다면 환자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정보 표기 형태가 일원화 되면서 데이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예전보다 늘어나게 된다. 의사들이 투약정보 등 환자의 건강상태를 한 눈에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고유번호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보 추적ㆍ관리도 훨씬 효율적이게 된다.
Q. 기술적 부분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기술적으로 흐르면 위험요소가 노출된다. 의학적 관점이 우선돼야한다.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또, 기술적 부분에 치중해서 이야기하다보면 허황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헬스케어IT는 장난감이 아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구축하기란 어렵다. 환자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것 등 실현 가능한 시스템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Q. 한국이 헬스케어IT 실현을 위해 유념해야할 것이 있다면?
- 무엇보다도 왜 의료와 IT를 융합해야하는지에 대한 의견 교환, 합의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많은 환자와 의사들이 동시에 참여해야 한다. 몇몇 의사들만 참여한다면 의미가 없어진다. 생성된 정보를 가치있게 활용할 의사들이 많아야 하고 환자들도 자신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 할 기술적 발전도 필수적이다. IT 기술이 의료에 개입하는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국민건강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도 앞당겨 질 것이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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