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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걸음부터 삐거덕 '진료실명제'
[ 2011년 11월 22일 21시 32분 ]
정부가 ‘환자 알 권리 보장’을 이유로 추진 중인 진료실명제 도입이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난항을 예고했다.
‘진료실명제’는 청구명세서에 의사 이름과 면허번호 등을 의무적으로 게재하는 제도로, 복지부가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와 국정감사 지적을 받아 추진중인 정책.
하지만 의료계는 ‘환자의 알 권리 보장’이 아니라 의사별 진료경향 파악과 진료행태 개선을 위한 또 다른 족쇄를 채우려 한다며 우려를 제기해 왔다.
지난 22일 처음 열린 ‘진료실명제 도입 추진 관련 간담회’에서도 의료계는 강한 반감을 드러냈고 가입자 단체 역시 제도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료계는 무엇보다 진료실명제가 의사들을 옥죄는 또 다른 통제 및 관리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코드처럼 의사별로 청구ID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진료성향을 파악하거나 진료행태를 개선시키려 한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 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의료계 인사는 “정확히 얘기하면 진료실명제가 아닌 청구실명제가 맞다”며 “의사 개개인의 진료 스타일을 파악, 분석하기 위한 제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알 권리 보장이 목적이라면 약사들의 조제실명제도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처방권을 가진 의사들에게만 잣대를 드리우는 것 자체가 통제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사실 현재 처방전에는 의사의 성명, 면허종류, 면허번호 등이 기재돼 있으며, 올 1월부터 진료비 영수증 서식이 개정됨에 따라 세부내역이 공개되는 만큼 환자들의 알 권리는 충분히 보장돼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의료계 인사는 “이미 환자들에게 공개돼 있는 정보를 기재토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라며 “의료인의 개인정보 노출 위험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무리한 정책수립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복지부는 이 날 간담회에서 ‘11월 중 입법예고, 내년 1월 고시, 4월 시행’이라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다른 직역의 참석자들까지도 “졸속행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학계 한 관계자는 “명분은 공감 하지만 너무 급하게 진행해서는 안된다”며 “유관단체들과 워크숍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교환을 나눈 후 법개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급한 도입으로 오류를 범한 제도가 적잖다”며 “제도 시행의 당사자들과 조율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가입자를 대표한 시민단체들 역시 ‘진료실명제’의 실효성에 물음표를 달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진료실명제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공개 수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며 “이 방식대로라면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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